난 지금까지 내가 좀 요리를 잘하는 줄 알았다. 

뭐, 먹을만은 했으니까 (이럼 동생들이 들고일어날까) 잘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그럭저럭인줄 알았으나.. 

어제부터 왠지 부침개가 계속 먹고싶어서 집에 오는 길에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놨다. 

'엄마우리김치부침개해먹자' 

그러나 매일 나가놀던 애가 일주일내내 집에 바로바로 기어들어오는게 드디어 지겨워지셨는지, 무참히 씹는다! 

집에오니 역시나 야옹이만이 날 반겨주고,

혼자서라도 해먹어야지, 왜냐면 나는 요리를 잘하는데다가 김치부침개는 2번이나 만들어봤으니까- !!

뭐,, 꽁꽁 얼린 오징어(엄마가 토막내놓은)를 녹이기 귀찮아서 덩어리째 반죽안에 넣었을 때까진 괜찮았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쁘지 않았는데, 왜냠 반죽속에서 의외로 빨리 녹아서 금방 흩어지던데;;; 

근데.... 대충 반죽 휘저을 땐 괜찮았던 거 같은데.. 후라이팬에 올리자 반죽이 보글보글보글보글...... 끓는다 ㅜㅜ;;;; 

물이 너무 많아서라고 생각하고 부침가루를 좀 더 넣고, 싱거워질까봐 김치 좀 더 잘라넣고, 오징어는 계속해서 뿔고,
반죽은 우리 온가족이 모여 앉아 먹어도 삼일밤낮을 먹을만큼 많아졌다! 

게다가.. 끈덕진 반죽은 조각조각 나서 오징어따로, 김치따로, 부침가루따로 난장판.   

요기 인증샷-

(이건 세번째 작품이라 그나마 많이 나은거다)

옆에 다 흘리고 난리났음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맛있어보일 수도 있는데 진짜로 맛은 좀 있다. 나도 좀 놀랐는데;
아니, 이리 망해도 이렇게나 망할까!!!라며 좌절했는데 맛은 있어서 신기했다 :) 호호호
 

* 맛있는 부침개 만드는 방법 

크고 넙적한 그릇에 부침가루를 붓는다. 주의할 점은 대충 부어야한다. 물도 알맞게 대충 붓는다. 김치도 '색깔 봐가면서' 적당히 넣는다. 얼린 오징어(토막낸 조각들이 뭉쳐있어야함)를 넣는다. 녹으면서 물이 생겨서 후라이팬에 바로 넣으면 끓을지도 모르니까 부침가루를 좀 더 넣는다. 싱거우니 김치를 더 넣는다. 굽는다. 명심할 점은 뒤집을 때 조각조각 나야한다. 끈적끈적해서 뒤집개에 덕지덕지 붙으면 금상첨화 ^-^b  

* 생각해보니 과거에 2번 만들어봤던 경험은 내가 만든게 아니라 그냥 누가 만들 때 옆에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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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4-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 3개월간 본 짤방중에서 최고였어요. 요 짤방의 포인트는 세 부분으로 나뉜 부침개의 기하학적 모양에 있는 게 아니라 (저랑 부침개에 대한 미학적 관점이 매우 다르시군요!) 가공할 면적을 가진 오징어의 크기라고 봅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드리자면, 더욱 모이스춰한 반죽과 세밀한 커팅이 필요하겠군요.

Forgettable. 2009-04-17 09:15   좋아요 0 | URL
영광이에요, 유러머스한 말미잘님의 인정이라니! (__)
근데 더욱 모이스춰한 반죽이라니!! 물이 너무 많아서 떡이 된 저 반죽이 진정 안보이십니까ㅠㅠ 아침에 엄마한테 혼났어요, 무슨 물을 이렇게 많이 부었냐고 ㅋㅋㅋ 더욱 모이스춰해지면 김치부침국이될걸요;
그러나 오징어 충고는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징어를 이로 쪼개서 먹으면서도 전 그 문제점을 간파하고 있지 못했었어요. ㅋㅋ 사진보니까 진짜 대단하군요! ㅋㅋ

꿈꾸는섬 2009-04-1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양과 상관없이 먹고 싶어요. 다음엔 잘 하실 수 있을거에요.ㅎㅎ

Forgettable. 2009-04-17 09:17   좋아요 0 | URL
네, 요리는 하면 할수록 느니까요! ㅋㅋ 근데 제 떡볶이는 왜 매번 랜덤인지 모르겠어요. 하아..

아침에 엄마가 업그레이드한 반죽으로 하나 부쳐줬는데.. 이제 절대 부침개갖고 어쩌네저쩌네 투정안하기로 했어요! ㅋㅋ

[해이] 2009-04-1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오징어넣은 부친개를 먹었었는데 ㅋ

Forgettable. 2009-04-17 09:20   좋아요 0 | URL
앗, 역시 습한 날엔 밀가루가 땡기나봐요- ㅋㅋ
직접 해서 드셔보면 얼마나.. 멀쩡한 부침개가 감사한 것인지 새로 알게 되실거에요 ㅋㅋㅋ

paintsilence 2009-04-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침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같아요. 그래서 저는 절대 안해요. ^^
사진은 정말 맛있어보이는데....

Forgettable. 2009-04-17 09:22   좋아요 0 | URL
네, 진짜 맛있었어요. 정말 의외지만 ㅋㅋㅋ
외국에 있을 때 간편하게(?) 재료를 구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과정이;;
멀쩡한 부침개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부침가루와 김치를 버려야 할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