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박영훈 감독, 백윤식 외 출연 / 플래니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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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잔잔한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이 시대의 평범한 '사오정(40 ~ 50대 정년)' 가장을 조명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감정의 고저를 수시로 넘나드는 전율도, 선명한 선악대비도 없이 평화롭고 잔잔했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정년퇴임을 1달 앞둔 조민혁 부장(백윤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들어도 못들은 척, 봐도 못본 척 회사를 위해 헌신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것은 10만원짜리  30년 근속 감사패와 막막한 미래 뿐이다. 한 때 세계 최고의 드러머를 꿈꿨지만 가족을 위해 꿈을 버리고 헌신했던 직장. 자신의 존재 근거와도 같았던 회사에서 떠밀려난 그는 너무나도 초라하다. 하지만 퇴직 후의 '제 2의 인생'을 앞두고 젊을 적의 꿈에 대해서 생각하던 그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꿈을 되살릴 기회를 맞는다. 

  다소 밋밋한 사오정 가장들의 '작은' 반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배우들이다. 50대 정년퇴직자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바람머리와 말투의 소유자, 백윤식! 그는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초조하고 서글프지만 덤덤하고자 노력하는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귀엽고 예쁜 딸같은 후배사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소연(김유리 역)도 매력적이다. 건들건들 박과장 박준규와 '왕년에 존 레논과 음악적 교류를 한' 경비원 최씨 임하룡도 약방의 감초처럼 극을 살린다. 중후한 말투와 화려한 섹소폰 연주로 중년 가장의 슬픈 로망을 보여준 임병기(김부장 역)도 보기 좋다. 그리고 또 낯익은 얼굴! 만년회장 연기를 보여주시는 김성원 님의 등장도 반갑다. 어떤 면에서 뻔한 이야기도 밉지 않았던 것은 이런 배우들의 매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과 '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과 꿈만 잃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회사도 사회도, 나라도 우리의 노력을 기억하지 못하고 언젠가 버릴지 모르지만 그 두 가지만 잃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조부장은 만년부장으로 회사의 전면에서 사라져가지만 부하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

기에 인생의 연장전의 판세를 바꿀 중대한 기회를 맞게 된다. 사람만큼 중요한 것은 꿈이다. 꿈을 잃고 부유하는 인생은 필연적으로 공허를 동반한다. '돈을 번다'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된다면 내가 돈 뽑아내는 자판기 속의 부품으로 전락한다면 정말 슬프지 않을까. 어두운 밤에도 북극성을 따라가면 방향을 찾을 수 있듯이, 살면서 약간 틀어진 길을 걷다가도 꿈을 북극성 삼아 걸어간다면 결국 행복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반전과 충격에 너무 익숙해진 때문일까. 영화가 조금 더 발칙하고 오바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자식들, 상사들,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수많은 벽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아버지들이 밴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사실 큰 파격이리라. 흥행공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영화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사람'과 '꿈'의 중요성을, 아버지들에게는 공감과 눈물을 주는 가족들 모두 즐길만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와 함께 곧 개봉할 <즐거운 인생>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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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 할인행사
매튜 본 외 감독, 로버트 드니로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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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하하하! 영화 생각을 하니까 다시 웃음이 나온다. 별 기대 안하고 봤던 영화인데 보는 내내 낄낄거렸고 보고 나서는 행복하기까지 했다. 영화가 끝나고 박수를 치는 관객까지 있었다. (박수까지 친다는 건 솔직히 오바이지만...그만큼 재밌었다는 증거다.) 내가 영화 끝나고 박수치는 광경을 본 것은 '디 워'이후로 처음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디 워'와 이 영화를 비교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사실,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디 워'를 생각나긴 했다. 사실 두 영화는 스토리의 황당함 빼고는 닮은 점이 없다. 하지만 '스타더스트'는 '디 워'가 배워야 할 영화다. 이 영화에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있다. 똑같이 황당무계하지만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힘. 컨셉과 스케일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 영화는 '디 워'에게 말해주고 있다.


  분명히 악역이지만 밉지만은 않은 악역들. 눈을 즐겁게 하는 CG. 꿈꾸게 하는 동화같은 이야기. 다양한 표정을 지닌 배우들. 정말 한 가지 색깔로만 표현할 수 없는 재밌는 영화다. 2시간 동안 현실을 잊고 동화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어른들에게 강추! 유치한 것에 극도로 예민한 어른 및 어린이들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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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 아웃케이스 없음
스티븐 밴디랙 감독, 로완 앳킨슨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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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미스터빈이 너무 좋다. 어렸을 때 명절에 나오는 TV판 미스터빈을 보고 정말 자지러졌었다. 어쩜 한 마디도 안하고 그렇게 웃길 수 있을까. 얼굴로 웃기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로완 앳킨슨은 정말 대단한 배우며 코미디언이다. 그가 만들어낸 '미스터 빈'이라는 캐릭터는 자기밖에 모르는 자폐적인 행동으로 미움을 살만도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일면 순수한 모습으로 웃음과 사랑을 받는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캐릭터를 만들고 소화할 수 있었을까.


  이 영화를 보니까 확실히 그도 나이가 들었다.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미스터 빈의 '마이 카'는 여전했지만 그의 얼굴에 보이는 주름은 확실히 늘었다! 늙어버린 미스터 빈! 하지만 여전히 그는 나를 웃겼고, 즐겁게 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7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그는 정말 멋있는 코미디언이며 배우다. 다음 영화도 꼭 볼거다. 20대 꺾여도 볼거다. 40대 되도 볼거다. 미스터 빈! 계속 만들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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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일반판] (2disc)
심형래 감독, 아만다 브룩스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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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워'가 진짜 '워(war)'를 일으키고 있다. 한 영화에 대한 논란이 이렇게 컸던 적이 있었을까? 물론, 이만큼 문제가 커진 데에는 영화에 대한 자극적인 비판도 일부 원인 제공을 했겠지만, 영화에 대한 작은 비판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을 보다보면 '한국식 국론통일주의'의 폭력성이 떠올라 갑갑하다.


  나는 영화를 재밌게 봤다. 하지만 어색한 이야기의 흐름 때문에 황당하고 몸이 뒤틀렸던 것은 사실이다. 장면장면마다 단절되어, 동영상의 건너뛰기(skip) 기능을 이용하는 것같은 느낌을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무리 방학 중인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고는 해도 '어른 관람 금지'를 써붙여 놓지 않은 이상 이건 너무 심하다 싶었다. 


  뿐만 아니라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가관이었다. 그들이 배역에 대해 이해를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중권씨의 말대로 이야기가 하도 조악해서 배우가 개입할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일까. 내가 경악했던 장면 중에 하나는 세라(아만다 브룩스)가 온 방에 부적을 붙이고 두려워하는 장면이었다. 분명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표정이나 행동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공포영화의 과도한 액션은 아니더라도 뭔가 관객들이 '쟤 불안해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줄만한 행동은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브루스(크레이그 로빈스)의 농담은 어찌나 재미가 없는지. 정말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역할인데 어쩜 그렇게 썩은 농담으로 일관하는지 안타깝다 못해 불쌍했다. 배우들이 무명 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진중권씨의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영화를 재밌게 보고 나온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이 정말 뛰어났고, 우리나라 영화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마지막 20분여는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만은 극장 내에 누구도 비웃거나 떠들지 않았고 모두들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에 혹평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는 심형래 감독의 도전정신과 열정에 대한 보상차원이다. 내 젊음에 대해 부끄러울 정도로 열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나로서는 심형래의 열정과 투혼이 너무나도 부럽다. 그리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 CG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CG만을 보여주려면 자신만의 CG회사를 차려서 다른 영화에 판매하면 된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은 '괴수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플롯이 엉성한, 연기가 어색한 영화를 언제까지 '감독의 열정'과 '애국심'으로 보라고 강권할건가. 심형래 감독이 충무로로 부터 천대를 받았다면 왜 받았을까 한 번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더 독하게 먹어야 한다. 그래, 이번엔 진짜 괴수'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이제 '디 워'를 통해서 '괴수'는 완성했지 않은가. 이제 '영화'만 만들면 된다. 부디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심형래 감독이 주위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을 털어놓기 보다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 더욱 필요할 때다. 


  그 허술함 속에서도 영화에 돌을 던지기 보다는 아쉬워 했던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심형래 감독이 이번 영화의 성공에도, 실패에도 심형래 감독이 낙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씨네21의 신윤동욱 기자의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저 멀리 산 위에 새겨진 HOLLYWOOD라는 활자를 배경으로 "나는 세계시장에서 <디 워>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다짐하는 모습은‥(중략)‥그에게 영화는 전투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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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3disc) : 한정판
김지훈 감독, 이준기 외 출연 / 플래니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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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나자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볼만해. 조금 신파적이긴 하지만 시의적절한 것 같"다는 그 말이 영화를 너무도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무거운 현대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유명 배우의 캐스팅,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섞은 이야기. 한마디로 이 영화는 슬프지만 누구의 기분도 나쁘게하지 않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벗어날 수 없었던 생각은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물음이었다. 진우(이준기)처럼 시위를 주도하며 거리로 뛰쳐나갔을까, 민우(김상경)처럼 분노하는 가족을 달래며 광장에서 조금 비켜서서 불안하게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아마도 민우처럼 뒤로 쳐져 있다가 마지못해 시위의 끄트막, 그것도 맨 뒤에서 쭈뼛거리고 있지는 않았을지. 머리의 명확한 구별짓기와 행동의 분명함이 일치되지 않는 소시민으로서 숨쉬고 있지는 않았을지. 그 때문에 부끄럽고 슬펐다.
 

  내가 볼 때 전남도청을 끝까지 지켰던 그들은 영웅이다. 어린 아들과 사랑스러운 아내를 두고 결국 전남도청으로 향한 인봉(박철민)도 철없는 만담꾼이 아니라 영웅이 되고, 용대(박원상)도 여자 뒤나 졸졸 따라다니는 난봉꾼이 아니라 열사가 된다. 머리 속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 옳지 않은 것에 맞서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무지하게 어렵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결국 영웅이 되었다.


  한동안 폭도로 이름붙여졌던 그들. 극중 신애(이요원)가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울부짖고 민우가 "나는 폭도가 아니야"라고 분노하듯 그들이 결국 말하고 싶었던 것은 평범하게 살고 있었지만 결코 평범해질 수 없었던 그들의 삶을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광주를 말하며 민주화 운동 이력을 경력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은 많지만 진정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잊혀가는 이들에 대한 진혼곡이며, 기억을 일깨우는 알약으로서 성공한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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