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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일반판] (2disc)
심형래 감독, 아만다 브룩스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디 워'가 진짜 '워(war)'를 일으키고 있다. 한 영화에 대한 논란이 이렇게 컸던 적이 있었을까? 물론, 이만큼 문제가 커진 데에는 영화에 대한 자극적인 비판도 일부 원인 제공을 했겠지만, 영화에 대한 작은 비판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을 보다보면 '한국식 국론통일주의'의 폭력성이 떠올라 갑갑하다.
나는 영화를 재밌게 봤다. 하지만 어색한 이야기의 흐름 때문에 황당하고 몸이 뒤틀렸던 것은 사실이다. 장면장면마다 단절되어, 동영상의 건너뛰기(skip) 기능을 이용하는 것같은 느낌을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무리 방학 중인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고는 해도 '어른 관람 금지'를 써붙여 놓지 않은 이상 이건 너무 심하다 싶었다.
뿐만 아니라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가관이었다. 그들이 배역에 대해 이해를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중권씨의 말대로 이야기가 하도 조악해서 배우가 개입할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일까. 내가 경악했던 장면 중에 하나는 세라(아만다 브룩스)가 온 방에 부적을 붙이고 두려워하는 장면이었다. 분명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표정이나 행동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공포영화의 과도한 액션은 아니더라도 뭔가 관객들이 '쟤 불안해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줄만한 행동은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브루스(크레이그 로빈스)의 농담은 어찌나 재미가 없는지. 정말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역할인데 어쩜 그렇게 썩은 농담으로 일관하는지 안타깝다 못해 불쌍했다. 배우들이 무명 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진중권씨의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영화를 재밌게 보고 나온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이 정말 뛰어났고, 우리나라 영화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마지막 20분여는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만은 극장 내에 누구도 비웃거나 떠들지 않았고 모두들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에 혹평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는 심형래 감독의 도전정신과 열정에 대한 보상차원이다. 내 젊음에 대해 부끄러울 정도로 열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나로서는 심형래의 열정과 투혼이 너무나도 부럽다. 그리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 CG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CG만을 보여주려면 자신만의 CG회사를 차려서 다른 영화에 판매하면 된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은 '괴수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플롯이 엉성한, 연기가 어색한 영화를 언제까지 '감독의 열정'과 '애국심'으로 보라고 강권할건가. 심형래 감독이 충무로로 부터 천대를 받았다면 왜 받았을까 한 번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더 독하게 먹어야 한다. 그래, 이번엔 진짜 괴수'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이제 '디 워'를 통해서 '괴수'는 완성했지 않은가. 이제 '영화'만 만들면 된다. 부디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심형래 감독이 주위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을 털어놓기 보다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 더욱 필요할 때다.
그 허술함 속에서도 영화에 돌을 던지기 보다는 아쉬워 했던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심형래 감독이 이번 영화의 성공에도, 실패에도 심형래 감독이 낙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씨네21의 신윤동욱 기자의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저 멀리 산 위에 새겨진 HOLLYWOOD라는 활자를 배경으로 "나는 세계시장에서 <디 워>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다짐하는 모습은‥(중략)‥그에게 영화는 전투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