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션 B. 캐럴 지음, 김명남 옮김 / 지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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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과학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별로 없다. 특히, 생명과학 쪽은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거대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마 보고서 작성 숙제때문이 아니었다면 읽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추천서문이나 머리글, 옮긴이의 글 등 곳곳에서 이 책은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쉽게 씌여졌다는 미덕을 칭송하고 있고, 실제로 재밌기도 했지만, 역시 비전문인이 보기에는 약간 벅찬 책이었다.

  이보디보는 진화발생생물학의 영어 약자로서, 진화 생물학과 발생학 등 생명과학의 각 분야의 연구결과를 통섭하는 새로운 생물학의 연구분야라고 한다. 이전에는 진화와 발생에 대해서 각기 다른 논리로 설명했지만, 최근의 발견을 종합하니 개체 발생이나 계통의 발생이나 같은 원리에 의해서 생기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보디보의 그동안의 업적을 보여주고, 대중적 지지를 얻고자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인간이나 쥐나 파리나 동일한 기원을 가지고 있고, 동일한 장치(?)에 의해 이토록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언뜻 모순된 단어처럼 보이는 다양성과 통일성은 적어도 생명체 안에서는 모순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를 통해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그 경계는 통섭될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책에 소개된 한 신학자의 말처럼 성경은 과학이 없던 시대에 씌어진 것이고 그 시대적 한계를 분명히 가지고 있을테고, 과학은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생명은 늘 신비롭고, 그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과학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며 흥미롭다. 조각난 지식이라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설프게나마 이 책을 접한 덕분이고, 생명교양과목의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보고서를 쓴 덕분일 것이다. 또한, 생명의 다양성과 통일성과 조화, 종교와 진화에 대해서 짧게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진것도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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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는 법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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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 글은 소박하고 다정한데 제목의 무게에 눌려 밋밋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이 글은 '~법'이라는 식의 해결을 주기 위해 씌어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그동안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 글을 통해 호감이 커졌다. 책날개의 저자소개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인물정보를 봐도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듯 한데 이렇듯 아저씨같은 풍모를 보여줄지는 생각치 못했다. 유머가 넘치고 옆집 아저씨 같달까 그런 느낌이 든다.

  귀담아 들을 내용도 있다. 대체로 가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개성 넘치고 마니아적이며 소통에 어색한 일본 젊은이들을 위해 씌어진 책 같다. 나는 나 혼자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님을 기억하고, '개성'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부분에서 일본 젊은이들을 보는 저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또한, 무의식의 세계의 중요성과 융통성있는 삼분법적 사고, 생활에서의 마이너스를 인생에서의 플러스로 바꾸는 긍정적 사고와 같은 부분은 우리에게도 유익한 이야기들 같다.

  저자가 추진하고 있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병원'이라는 캠페인에 대한 에피소드가 에필로그 부분에 담겨있는데, 이부분도 흥미롭다. 소변검사를 위한 소변을 들고 나오면서 '굴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다소 지나친 염려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삶과 죽음이 일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다소 둔감해질 수 있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배려들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소설가나 의사나 인간의 고통 속에 손가락을 찔러 넣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서 좀더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된다는 저자의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삶에 대한 대단한 통찰이나 정보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하기 쉽상이지만 나이 지긋한 인생 선배에게 어떻게 살아야하나 경험을 듣는 정도의 부담없는 자리를 생각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하는 법을 모르면서 사랑받기만을 요구하는 사람은 왠지 애처롭다는 저자의 말도 자꾸 머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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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자
라희찬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플래니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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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는 내내 웃었다. 잔재미와 빅재미가 촘촘히 엮여 있어 도저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관객을 조였다 풀었다하면서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았다.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결코 터무니 없지 않았고 설득력을 보여준다. 근래에 본 한국 코미디 영화 중에 제일이다.


  장진식 허무개그도 곳곳에 등장하고,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와 같은 미디어를 이용한 극의 전개도 여전하다. 정재영은 어리숙하면서도 올바른 정도만을 완벽히 연기한다. <즐거운 인생>에서 정진영의 선배로 나왔던 주진모씨의 등장도 반갑다. - 사실 영화의 잔재미의 대부분은 그분의 입에서 나왔다. - 영화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나오는 배우들 모두에 대한 호감도 백 배 증가했다.


  정말 터무니 없고 황당한 전개로 관객들을 '어이상실'의 바다로 빠뜨리는, 게다가 웃기지도 못하는 수많은 한국 코미디 영화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볼만한, 게다가 재미있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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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SE (초회한정 디지팩,6종엽서 포함) - 2007년 인디영화 최고의 화제작!감독, 주연배우 음성해설수록
존 카니 감독, 글렌 한사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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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라하고 방황하는 두 남녀가 만난다. 음악으로 소통하게 된 그들. 의도하지 않게 서로에게 힘이 되고 각자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서로 마련해준다. 사랑이라, 또는 우정이라 어떻게 이름붙여야 할 지 모르겠지만. 서로 '단 한번'의 우연한 만남으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든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이야기한다. 


  시골 중소도시와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의 배경 - 아일랜드 - 이 영화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 주인공 글렌 한사드는 원래 인디 밴드의 보컬이라고 한다. 영화는 처음이라는데, 마치 얼굴로 노래하는 듯한 그 절절함과 특유의 목소리는 정말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다. 요즘 자꾸 밴드와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게 되는데 최근에 본 <즐거운 인생>의 장근석과 비교하자면, 얼굴에서는 비록 밀리지만 음성과 그 폭발력에서는 도저히 그와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지루한 감도 있지만 음악이 폭발하면서 그 경솔한 감정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제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없겠지만,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본다면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When your mind's made up> 이나 <Say it to me now> <Falling slowly> <Lies> 같은 음악은 아직도 내 엠피쓰리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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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 (2disc) - 할인행사
김상진 감독, 나문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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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서 원작과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알지 못하지만, 일단 영화에서 받은 느낌은 '한국적 코미디'로 만드려고 많이 노력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농촌 노총각 근영(유해진)의 일대기, 국밥집 사장 권순분(나문희)여사의 가족사 등등. 영화 곳곳에서 원작을 우리식으로 바꾸고 조폭과 욕이 등장하지 않는 훈훈한 가족 코미디로 만드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여러가지로 아쉽다. 나문희 여사만의 매력과 박력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고, 이야기도 축축 쳐지고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간간히 터지는 웃음도 뒤로 갈수록 힘이 딸린다.


  억척스럽고 호탕하면서도 정이 많은 권순분 여사를 그려내기 위해서 사투리가 쓰일 수밖에 없다는 건 공감이 가는데 문제는 너무 어색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야기도 큰 틀만 있고 정교하지 않은 느낌이라 어색한데 사투리까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미애(윤주련)와 권순분 여사가 산행하는 장면은 특히 고욕이었다. 두 사람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하이톤으로 대사를 주고 받는데 그 청각적 고통이란 정말. 두 분 다 사투리를 잘 하시는 편이지만 미애는 대사가 짧아서 정말 경상도 여인처럼 생각될만큼 자연스러웠지만, 대사도 길고 비중도 많은 나문희 여사의 경우에는 갈수록 가짜 경상도 할머니인 티가 팍팍나서 영화의 어색함을 더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던 것이리라. '거침업이 하이킥'으로 거침없는 기대를 갖게 했던 나문희 선생님이 나오는 영화라서, '주유소습격사건'의 김상진 감독의 영화라서 더 큰 재미를 기대했지만, 사실 거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짧지만 강렬한 사투리를 보여준 미애씨와 '두뇌명석, 배포충만, 아량백배'의 만화같은 영웅 권순분이 아닌 '열혈남아' 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현실적인 영웅으로서의 나문희 선생님을 다시 스크린에서 봤으면 좋겠다. 어쨋든, 원작이 애초에 이렇게 엉성한 이야기라면 별로 보고 싶지도 않다. 정말 이렇게 뜬구름 잡는 '가짜 영웅' 코미디말고 신선하고 현실적인 코미디 없을까? 난 정말이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빅재미'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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