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페미니스트 선언, 그날 이후의 페미니즘
윤김지영 지음 / 일곱번째숲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바로 지금 여기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중심으로 쓴 이론서인데, 자신이 공부한 이론을 자신이 공부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써먹는 게 아니라, 이 일들과 변화들과 반응들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를 주장하기 위한 적재적소에 쓰고 있다.

내가 몰랐던 것, 잘못 생각했던 것들과 그 저변에 너무 깊이 자리잡고 있는 이상한 문화와 인식들을 까발려주니 비록 부끄럽지만 속시원하다.

오탈자와 잘못된 맞춤법이 적잖게 눈에 띄는데 직접 교정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전문 편집자는 아니지만. ㅎ

"5•17 페미사이드 이후 거리는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으로 물들었습니다. 포스트잇은 제거가 쉽고 일회적, 단발적인 매체입니다. 완결을 목표하지 않는 열린 형태를 추구하며, 복수형의 글쓰기이지요. 누군가가 독점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닙니다. 포스트잇이 어떠한 이유로 제거되면 그 자리를 누군가가 다시 메우면서 분노의 도면은 그 생동성을 유지합니다. 목소리와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서로 공명하면서 퍼즐이 맞춰지는 것입니다.
•••중략•••
이러한 포스트잇 위의 목소리가 '그 이후post it'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호명의 목적은 어떤 종속적 주체를 지시하고 확립하는 것이며, 주체의 사회적 윤곽들을 시공간 내에 생산하는 것"(주디스 버틀러, 『혐오 발언』, 유민석 옮김, 알렙, 2016년, 72쪽)이라고 정의합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일방적으로 부여한다는 것은 예속적인 주체의 자리를 설치하는 일이며, 누구라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확고한 정체성과 고정된 이미지를 부여하는 행위입니다. 즉 그것은 가만히 지켜내야 할 제자리를 뜻합니다. 페미니스트란 바로 이러한 호명에 들어맞지 않는 초과성과 과잉성 자체입니다. 사회가 부여한 여성의 자리에 가만히 머물지 않는 자, 여성이라는 기표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되묻는 자가 페미니스트인 것이지요. 오래된 관습체제에 도전해 '아버지의 법질서'가 부여한 여성의 정의, 그 경계면들을 흔들어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입니다. 때문에 종속적 위치를 이탈해버리는 메갈은 제거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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