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것은 가짜다 -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산문미학
정민 지음 / 태학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내가 그대와 헤어진 뒤 그대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정자 난간을 세며 돌고, 나도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다리 어귀에서 말을 세우고 그대가 서성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소. 그때 우리 두 사람이 바라보던 그 지점은 어디였을까요? 허공의 환희와 그리움이 만나던 지점은 앞이었던가요, 뒤였던가요? 아니, 우리의 마음은 애초에 떨어짐이 없이 하나였는데, 만나기는 어디서 만난답니까?
 
박지원이 곁에 살아서 콧구멍으로 숨을 내뿜는다면,
나는 보따리짐을 싸고 튼튼한 신을 신고 그의 뒤만 졸졸졸,
그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리했을텐데-
하지만, 이렇게 얘기해놓고 생각해보니,
나는 평생 그를 좇아도 그는 나를 동정해줄지언정,
마음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싶은데,

애초에 마음이란 것이 없었는데 나는 무엇을 어찌 얻는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