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밀레니엄 북스 23
헨리 입센 지음, 곽복록 옮김 / 신원문화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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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은 때로 그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인형의 집이 당시 일으켰던 파문에 그 이유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다면 나는 <인형의 집>의 유명세에 동의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좀 그렇지만 암튼 노라의 변화는 너무, , 갑작스럽다.

 

노라의 남편이 위기의 상황에서 숨겨두었던 속물 근성을 너무 갑자기 폭발시키는 것이 노라를 자아 찾기의 길로 인도했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그것만으로 노라의 과감한 선택을 100%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한 인간존재의 인간조건에 대한 자각, 우리가 늘 숨기고 사는 진짜 우리라는 존재가 가진 정신의 피폐성 혹은 폭력성, 그리고 달라진 여성의 행동 정도가 이 작품의 쟁점일 듯 싶다.

 

부모님의 손에 인형으로 자라, 더 큰 인형이 되어 또 다른 작은 인형들을 키우고 있는 인형의 집과 한 인형의 (아무리 생각해도) 갑작스러운 깨달음, 그리고 탈출.

 

모든 깨달음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깨달음과 과감한 선택을 하기까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발버둥 혹은 입질이 필요한 것임을 생각하면 노라의 경우는 암튼 갑작스럽다.

 

어쩌면 초기 사실주의 극에 대한 극히 개인적 취향 탓일까.

 

하지만 무슨 주의’, 무슨 사조라는 꼬리표가 안 붙어도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진짜배기라면 그 꼬리표에 상관없이 그 속이 남는 것이 진짜 진짜배기 아닐까.

 

시대적 배경이나 정황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는 될 수 있겠지만 전체를 황금으로 바꾸어주는 무슨 마법은 아니다. 작품이 발표되는 당시는 물론, 지금 봐도 늘 새롭고 충격적인 작품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문학사조상 중요한 작품이 별것 아닌 한 개인의 취향으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될까 봐 걱정된다. 아 소심하다. 단지 개인적 취향임을 밝히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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