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노벨레 (구) 문지 스펙트럼 9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투어 슈니쯜러 | 꿈의 노벨레

my bloody valentine = (when you wake) you're still in a dream

 

욕망을 까발리는 순간 우리는 환상으로 들어간다. 환상은 욕망을 강화시키는 정력제 같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환상의 파괴가 욕망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두 가지는 결코 떨어지지 않지만 그 합이 일정한 것도 아니다. 서로 기생해 살아남는 방식만이 유효하다.

 

[꿈의 노벨레]에서 그가 겪은 현실이 꿈이라 해도 그녀가 꾼 꿈이 현실이라 해도 그들이 만난 건 그들의 다른또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 역설적이게도, 낯설다고 느낄수록 더 깊이 자기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 모든 것이 나다.

 

내가 나와 제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것, 꿈이길 바라는 것, 그랬으면하고 바라는 것, 아니길 바라는 것까지 모든 게 나고, 나가 아닌 나고, 나가 아니었음 하는 나고, 나나 나였음 하는 결국 나다.

 

태엽 감긴 인형처럼 어떤 힘이나 원리에 의해 자동적으로 살아지고 있다면 태엽이 풀리는 짧은 순간도 불길하다. 그 찰나의 순간은 완전히 낯선 것이기도 하고 너무나 익숙한 것이기도 해서 그들은 이러나 저러나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 잠시 잊어버리려고 해볼 수는 있어도 버릴 수는 없다. 다시 결국은 돌아가게 돼 있고, 한 번 돌아가면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을 스탠리 큐브릭이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기가 힘든 탓일까. 소설을 읽지 않고서야 아이즈 와이드 샷이 큰 의미를 가질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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