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를 꼽으라면,
우리 나라에서는 성석제, 그리고 외국작가 중에는 로알드 달.
물론, 내가 읽어본 작가의 범위 내에서 말하는 것이므로,
아주 주관적인 관점에서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로알드 달의 '맛' 표지에는,
성석제가 자기의 훼이보릿 다섯손가락 안에
이 로알드 달의 소설을 꼽겠다는 서평이 쓰여 있다는 것.

로알드 달은 영국 출신의 작가이다.
소설가이면서 동화작가이기도 한데,
그 유명한 <찰리와 초콜렛 공장>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로알드 달의 동화는 아름답거나 아기자기하지 않다.
늘 로알드 달의 동화에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쿠엔틴 블레이크의 그림도 애들 책 그림같지는 않다.
슈렉이 기존의 만화영화의 틀을 깼다면,
동화의 틀을 깬 작가가 바로 로알드 달이다.

대머리, 괴짜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은 그야말로 재미있다.
무엇보다 잘 읽힌다.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교훈도 간단하다.

우리가 로알드 달의 소설에서 얻어야 할 것은,
그저 읽는 기쁨이다.
이번 단편집 <맛>에 실린 열편의 단편은 모두
공통적인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마지막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은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지나치게 욕심부리다가는 큰일 난다.
뭐 그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목사의 기쁨 Parson's Pleasure>은 가구사기꾼이 당하는 얘기이고,
<손님 The Visitor>은 천하의 바람둥이가 당하는 얘기,
<맛 Taste>은 포두주 사기꾼이 당하는 얘기,
<항해 거리 Dip in the Pool>에서는 포상금을 노리는 얍삽한 남자가 당하고,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Mrs Bixby and the Colonel's Coat>에서는
빅스비 부인이 대령과 신랑 모두에게 당하며,
<남쪽 남자 Man from the South>는 내기에 미친 남쪽 남자가,
<정복왕 에드워드 Edward the Conqueror>는 예술가의 환생이라 믿는 고양이를
오로지 돈과 명예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시골여자가,
<하늘로 가는 길 The Way Up to Heaven>은 마누라 애닳게 하던 남편이,
<피부 Skin>에서는 추억을 팔아먹으려는 남자,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 Lamb to the Slaughter>에서는
마누라에 대한 사랑이 식은 남자와, 경찰들이 마누라에게 당하는 얘기다.

로알드 달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치밀한 반전에 있는데,
대놓고 복선을 깔아놔도 독자는 결론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똑같이 지나친 욕심을 주제로 반전을 만드는데도,
이야기가 뒤집어지는 방향은 모두 개성있고, 독특하다.
아주 거만한 복선과 허를 찌르는 반전.
이야기하는 방법은 로알드 달에게서 배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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