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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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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일본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받은 아사이 료의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아사이 료는 89년생으로 2013년 나오키상을 받은 것이 전후 최연소 수상 기록이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젊은 작가입니다. 그 점이 아직 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쓰는 데 보탬이 됐을 거라고 짐작해봅니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라는 제목은 전형적인 ‘낚시’입니다. 소설 속에는 기리시마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리시마라는 배구부 주장 친구가 동아리를 그만 두고 종적을 감추면서 여러 친구들의 일상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열일곱 살이라는 주인공들의 나이로부터 한참 멀어져 있는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이 굉장히 섬세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해서 그 점을 많이 기대하고 읽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 그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긴 하지만 기대만큼의 섬세함이나 디테일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놓친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배구부 주장이었던 기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둠으로써 그 포지션에서 늘 후보였던 친구가 기회를 얻게 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간접적인 영향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읽는 것은 재미 있습니다.
기리시마가 배구를 그만 두고 종적을 감춘 후, 늘 함께 농구를 하던 다른 남자친구를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짝사랑하던 친구를 덩달아 보기 힘들어진다는 에피소드가 특히 그랬습니다. 늘 적극적이고 어른스러웠던 기리시마 덕분에 빌려 쓰던 연습공간을 쓰지 않게 됨으로써 다른 친구들이 재회하거나 그 공간에서 새로운 만남을 갖거나 하는 이야기들도 간적적인 영향력이긴 했지만, 방금 언급한 에피소드야말로 ‘아- 이런 경험은 정말 내가 지나와버린 시간대의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갓 지나오지 않았다면, 혹은 웬만큼 섬세한 사람이 아니라면 포착하기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로 만들어져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13)에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그래서 저는 영화가 좀 더 기대가 됩니다. 풋풋한 청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들처럼, 왠지 이 이야기도 영상과 만났을 때 그 시절만의 느낌을 더 잘 전달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가 봅니다.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 기리시마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 기리시마가 동아리를 관둔 이유를 독자 혹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는 점 또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우리는 별 것 아닌 이유로 중대한 결정으로 하기도 하고 굉장한 아픔을 의연히 넘기기도 하며, 또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