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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들리는 순간 - 인디 음악의 풍경들
정강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이상하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음악가들에 대한 극찬을 본격적으로 하는 책에는 마음이 확 줘지지가 않습니다. 이미 은퇴를 했거나, 죽었거나, 아니면 누가 뭐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랜 경력의 음악가들에 대한 극찬을 대하는 태도와 다릅니다. 아마도 아직은 그들의 작업이 끝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고, 마음이 좁아서 동시대의 비슷한 또래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편협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에세이나 다른 글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나 이 노래가 좋아' 하는 글과 '이 노래는 (보편적으로) 훌륭한 노래야' 혹은 '이 음악가는 (객관적으로) 훌륭해'라고 누군가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고, 제 경우 후자는 뭔가 마뜩지가 않습니다. 그러려면 글쓴이의 안목과 글쓴이가 칭찬하는 대상과 또 그 이유에 모두 공감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강현 기자가 쓴 이 책은 서문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한국의 인디음악에 대해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저는 독자로서, 저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이 책 전체를 읽었습니다. 뜻하는 바를,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혀 모르지는 않으나 어쨌든 홍대에서 음악을 하고 있어야 한국인디음악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다고 하는 부분은, 아무리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도, 어쨌든 책이 되어서 나왔으므로, 신중하지 못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가지 여건 상 홍대에서 공연을 하지 않아도 훌륭히 자신의 음악을, 자신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열심히 하고 또 잘하는 이들은 분명 있을테니까요.
또한 인터뷰집이라면 충분히 그 뮤지션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보통 어떤 취향을 갖고 있더라도 중간은 가는데, 이 책은 개인적인 생각 위주로 풀어내고 있어서인지, 그 노래를 알고 있어도 크게 공감이 되지 않고, 그 노래를 모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공감도 갖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서문에서 내린 정의 때문인지 읽으면서도, 여기에서 소개된 밴드나 음악들 중에는 저도 좋아하는 밴드나 음악이 많음에도,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음악들은 세상의 많은 음악들 중 하나고 좋아, 하는 느낌으로 음악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국인디음악의 명곡과 명밴드를 선별하겠어, 하는 태도가 보이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역시 저의 선입견인가요? 물론 전자가 맞고 후자가 틀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후자의 경우, 그런 작업과 말과 평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들었던 생각입니다.
저 역시 편협한 취향을 갖고 저만의 호불호로 음악을 듣긴 하지만 워낙에 한국인디음악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 자체가 편협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암튼 이 책을 처음 펼 때의 기대와는 달리,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그저 이 책이 나는 이런 음악을 듣고 이런 음악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들과 친분도 있어, 하는 젠체하는 책으로의 인상이 강합니다. 곡해한 것이라면 작가분께는 사과 드립니다. 그 와중에도 몰랐는데 들어보고 싶어진 곡이나 밴드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