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코스투라 1 - 그림자 여인 시라 샘터 외국소설선 9
마리아 두에냐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샘터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라 코스투라 1>의 부제는 '그림자 여인 시라'입니다. 온라인 상의 책 소개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파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1권에는 재단사인 그림자 여인 시라가 스파이 활동을 하는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간에 시라가 의상실을 차리기 위해 위험한 일을 한 번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그런 본격 스파이 활동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라 코스투라는 2권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1권에서는 그저 이 여인이 스파이로 활동하기 전까지의 살아온 이력, 그리고 인물의 변화를 다룹니다.


솜씨 좋은 재단사의 딸로, 어머니가 다니던 의상실에서 바느질을 하며 연인과 소박한 행복을 계획했던 시라는 뜻하지 않게 한 남자를 만납니다. 결혼을 앞두고 타자기를 사러 갔다가 만난 이 남자는 쉬이 짐작하다시피 위험하고 나쁜 남자입니다. 위험하고 나쁜 남자의 매혹은 강렬합니다. 시라 역시 라미로 아리바스에게 빠져버리고 맙니다.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엄마도 버리고 결혼하려던 정인도 버리고 시라는 라미로와 모로코로 떠납니다. 화려하고 행복한 생활은 잠시. 두둥. 라미로는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그녀를 떠나버리고 맙니다.

여기까지가 라 코스투라의 서막입니다. 그 이후는 시라가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고 시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쓰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기까지 시라 주변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 스페인 내전의 상황은 더욱 나빠집니다. 전쟁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위험한 스페인에 혼자 남겨진 엄마도 데려오지 못하는 가운데 시라의 죄책감과 마음의 짐은 깊어져만 가죠.

그러다 우연히 시라는 잊고 있었던 바느질을 다시 시작합니다. 시라를 거두고 있던 칸델라리아가 시라의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한 눈에 알아봅니다. 시라의 의상실을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모로코에 파견와있던 군부 유력인사들과 남편을 따라 남의 나라로 와서 할 일이라고는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고 각종 파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없는 그들의 아내들을 고객으로 하는 고급 의상실이 칸델라리아의 장사꾼다운 기질과 시라의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모로코 테투안에 들어서는 거죠.

1권에서는 거의 이런 이야기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아마 2권에 이르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유력인사들과 그들의 아내 혹은 정부가 시라와 어떻게 해서 인연을 맺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확실한 재능은 신뢰를 부르는 걸까요, 철 없이 예쁜 소녀에서 그림자 여인으로 거듭난 시라가 과연 2권에서는 또 어떠한 변화와 활약을 보여줄지를 기대하게 하는 것이 1권의 역할인 듯 합니다. 아직 2권을 읽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그래서 1권에 대한 어떠한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 상황 당시의 스페인의 모습, 그리고 그보다 더 자세하게 다뤄진 모로코 탕헤르와 테투안의 분위기는 상당히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야기의 빠른 전개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의 뚜렷한 개성 또한 <라 코스투라 1>이 술술 읽히게 하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제쳤다는 자극적인 홍보문구가 이런 연유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시라의 시각에서 1인칭으로 쓰였다는 점도 다소 독특한 인상을 줍니다. 그 당시에 이런 여인이 있었다더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모든 일을 직접 겪은 주인공이 회고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주워들은 영웅담이 아니라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피부에 와닿는다고 해야할까요.

암튼 이제 2권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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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개정판이 나온다면 교정교열을 좀 더 세심하게 보셔야 할 듯 합니다. 제가 적어놓은 오타만 10개가 됩니다 

   55쪽 마지막줄 오타 '놓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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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쪽 2문단 마지막줄 '활력을'->'활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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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쪽 8번째 줄 '라프전쟁' -> '리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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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쪽 마지막줄 '점식' ->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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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쪽 4줄 '얼마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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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3문단. 5-6째줄 '스페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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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각주 "다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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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쪽 5문단 마지막줄 '해안지방으로(의) 대피시킬 계획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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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쪽 각주. 모로코의 전통요. 전통요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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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쪽 8줄 끝 '정치의 정자로' '정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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