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과 원빈 스님의 [같은 하루 다른 행복]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습니다.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은 작가가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추려서 묶은 책이고 원빈 스님의 [같은 하루 다른 행복]은 스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추려서 묶은 책입니다.
우선 원래 처세술이나 잠언집 같은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저의 취향을 밝혀야겠습니다. 두 책 다 대단한 감흥은 없었습니다.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서 큰 실망은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불호' 취향을 뒤엎을 만한 놀라운 감동이나 반전도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코엘료는 지금까지 펴내온 책들의 면면을 볼 때 오히려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고하는 글들이 평범하게 느껴졌습니다. 똑같은 삶의 지혜라도 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전하면 감동이 더 큰 법입니다. 게다가 코엘료는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이다보니 뭔가 그런 삶의 지혜가 빛나는 문장 속에 들어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140자라는 트위터의 글자수 제한 때문이었을까요. 다 맞는 말이긴 한데 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들이기도 했습니다. 아- 작가는 이런 것들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감탄할 만한 부분이 없어서 아쉬웠달까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원빈 스님의 책은 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역시 하시는 말씀이 다 옳은 말씀이기는 한데 너무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너무나 평범한 문장으로 써놓으셔서 페이스북이 아닌 '책'을 읽는 독자로서의 기대는 전혀 충족되지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는 살지 마라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고 그 말씀들 모두 옳은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지 그걸 몰라서 답답한 사람들이 이 책을 주로 읽을텐데 그러한 답답한 마음이나 고민에 대해서 구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경험을 곁들여서 쉽게 썼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작은 행복이 소중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하고 욕심부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뭔가 그 이상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보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책을 굳이 비교하자면, 그래도 트위터는 140자라는 제한된 글자수 내에 하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담다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가 문학작가이기 때문에, 그래도 좀 더 문학적인 향취가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여기까지 쓰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만 종교에세이에서 문학적 향취를 기대하는 걸까요? 종교에세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자명한 진리를 쉬운 말로 해줄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할 뿐인 걸까요? 서로 기준이 다를 뿐이라면, 신뢰할 만한 누군가의 명쾌하고 단순한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들은 그들에게 좋은 책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좀 더 경험에 근거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듣는 대신 그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느끼고 싶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