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하늘에도 바리스타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비행기 안에 바리스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 책은 아시아나항공의 심재범 바리스타가 썼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는 항공사의 바리스타이다보니 여러나라의 다양한 카페를 방문해서 쓴 책입니다.


제목은 [카페 마실]이고 부제는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입니다. 제목만 보면 각국의 분위기 좋고 커피향도 좋은 커피숍을 소개한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비슷한 기획의 책이 굉장히 많고, 사실 이런 글들은 블로그에도 잘 소개된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책은 제 예상을 빗겨갔습니다.


우선, '마실'이라는 제목이나 부제가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카페들은 '바리스타'라는 전문가의 관점에서 써졌습니다. 좋은 원두를 수입하고 잘 로스팅하고 또 잘 드립하는 카페나 바리스타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문용어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관점도 보다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바리스타가 동선이 어떤지, 어떤 로스팅 기계를 쓰는지,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지, 어떤 잔을 쓰는지 하는 등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 중간중간에 나름대로의 감상과 개인적인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는 정말 죄송하게도 그런 글들에는 큰 울림이 없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고 찾아갔는데 길을 헤맸다든가, 정말 피곤했고 몸이 안 좋았지만 카페를 찾아갔다든가, 유명한 바리스타가 있는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서 어떠한 서비스나 대접을 받았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아무런 감흥 없이 반복적으로 나열돼 있습니다. 카페 한 군데 한 군데를 찾아갔던 기억에 대해서 쓴 부분은 솔직히 말하면 학생이 방학 때 쓴 일기 같았습니다. 그것도 기억 나지 않는 일이나 느낌이나 인상에 대해서 억지로 떠올려서 쓴 듯했습니다. 


사진도 그렇습니다. 낯선 타국에서 찍은 사진은 그 이국적인 분위기만으로도 매력을 풍기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 나라의 커피숍에서 찍은 사진들은 충분히 그 자체만으로도 이목을 끌고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사진들은,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본인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찍은 듯한 사진 위주였습니다. 기계나 컵이나 원두 등이 클로즈업된 사진이 많았습니다. 전경이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성의 없게 느껴지는 흔들린 사진이나 구도 등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한 사진도 많아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그 지역, 그 카페, 특정 사람만의 고유한 인상이나 그 때의 기분이나 작가만의 인생관이나 뭐 그런 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잘 드러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여러모로 많이 남았습니다. 차라리 제목이나 부제에서 이 책이 어떠한 성격인지를 잘 드러냈다면 그런 실망이 줄었을 지도 모릅니다. '각국의 유명한 바리스타와 카페 정보'라는 부제가 훨씬 어울립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렇게 다양한 나라를 다루고 있지도 않습니다. 첫 번째 장은 유럽인데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카페가 대부분이고, 커피로는 알아준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카페는 다섯 군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 번째 장인 미국에서는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정도, 마지막 장인 일본에서도 도쿄의 카페들이 주입니다. 이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라는 부제가 부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책에 대해 아쉽다고 지적한 많은 부분들이 어쩌면 제목이나 표지에서 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바리스타이거나 바리스타가 되고자 하는 분들은 재미있게 읽었을 지도 모릅니다. 근데 또 바리스타가 보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보가 부족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책이 어정쩡하다고 해야할까요. 여행이나 커피나 예쁜 카페를 좋아하는 일반인에게는 큰 감흥이나 꼭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하고, 바리스타와 같은 관련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에게는 이 책이 아니면 얻기 힘든 정보를 얻거나 이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저는 바리스타까지는 아니지만, 여행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면서 '아 여기 가고 정말 싶다'라는 강렬한 유혹을 느낀 곳이 별로 없습니다. 출판사와 작가님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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