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생태소설가 이상권의 소설집입니다. 소설집에는 모두 6편의 동물과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집에서 동물을 키우지 않거나 키워본 경험도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사실 동물들에 대해 잘 모릅니다. 집오리라는 말도 들으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라는 소설 원작의 영화가 떠오르지 집오리의 이미지가 딱하고 떠오르지 않습니다. 집오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라는 글자를 읽고 '집오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라야 하지만 저는 그저 그 아홉글자를 읽었을 뿐입니다.

집오리는 원래 야생에 익숙하지 않아 날 수 없는 걸 몰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날지 못하는 집오리가 각종 야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청둥오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새끼를 낳지만 결국 아빠 청둥오리도 가족을 지키다 안타깝게 죽고 맙니다. 살아남은 집오리는 그 새끼오리들이 날지 못하는 집오리로보다는 날 수 있는 청둥오리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무서운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국 새끼오리들은 하늘을 날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산강의 물귀신 소동

몇 십 년 전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수달이 강가에 나타나기 시작한 후 물귀신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돕니다. 물살이 센 나산강에서 무리하게 수영을 하거나, 늦은 밤에 물 한가운데로 들어가거나, 술을 마신 후 위험한 수영을 하다가 죽는 사람이 생깁니다. 나산강에 재빨리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서운 존재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물귀신이 강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잡아간다는 소문도 빠르게 퍼집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물귀신이라 알려진 이 동물은 바로 수달이었습니다. 

수달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몰랐던 사람들은 수달이 쉽게 만날 수 없는 희귀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수달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과 수달을 활용해 자신의 안위를 명예를 드높이고 싶은 사람들의 싸움으로 결국 나산강은 수달을 멀리 떠나보내고 맙니다. 안타깝습니다.


두 발로 걷는 족제비

족제비 잡기 선수인 동네 형과 두 발로 걷는 똑똑한 족제비와의 쫓고 쫓기는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간혹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무서워하는데, 생각해보면 동물을 무서워하게 된 건 결국 사람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래 동물들은 배가 고프지 않으면 다른 동물들을 해치지 않고, 야생동물들은 산에 먹이가 모자라지 않으면 사람의 재산을 탐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풍년이냐 흉년이냐에 따라서 동물들은 먹이 구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풍족하기도 한데, 요즘은 바로 이러한 환경에 가장 인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족제비를 잡아서 가죽을 예쁘게(?) 벗기는 데 선수인 문태 형은 두 발로 걷는 족제비를 보고 신기해서 꼭 잡고 싶어 하지만 두 발로 걷는 족제비는 쉽게 문태 형에게 잡히지 않습니다. 오기가 발동한 문태 형은 더욱 악독하게 덫을 놓아 족제비를 잡고 잡은 후에도 다른 족제비를 잡았을 때처럼 가죽을 벗겨서 팔지 않고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들어 괴롭힙니다.

결국 문태 형에게서 도망친 똑똑한 족제비는 문태 형에게 보복을 해오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문태 형은 결국 자연의 섭리를 무리하게 거스르고 지나친 승부욕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온 것을 반성하지만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밤의 사냥꾼 살쾡이

살쾡이는 지금도 이름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실제로 이야기 속에서도 자꾸 가축들을 물어갑니다. 원래 살쾡이 역시 산에 먹을 것이 풍부하면 사람이 키우는 가축까지 잡아먹지는 않지만 사냥꾼들의 무리한 사냥으로 산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사람의 가축을 잡아먹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형은 처음에는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을 자꾸 물어가는 살쾡이를 잡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사냥을 하는 것을 알고 주인공은 연민을 품습니다. 그리고 형이 놓아둔 덫에 걸린 살쾡이를 결국 놓아줌으로써 살쾡이와의 싸움도 끝이 납니다. 동물들이야말로 욕심을 내지 않고 또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존재였습니다. 도리를 아는 모습이 웬만한 사람보다 더 낫다는 말을 들을 만 합니다.


긴꼬리 들쥐에 대한 추억

긴꼬리 들쥐에 대한 추억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배가 고파 방으로 침투한 긴꼬리 들쥐를 쫓아내고 싶어하는 주인공과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긴꼬리 들쥐와의 사투를 일지로 적은 것입니다.

어떤 동물이든 생명에 대한 의지와 생존력은 실로 놀랍습니다. 그런 진심어린 생에 대한 갈망을 느끼자 긴 시간 대결을 펼쳐온 어린 소년도 그 의지에 감동하게 됩니다.


조폭의 개

이런 이야기야말로 경험에 의하지 않고서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를 기르는 조폭들과 조폭의 젊은 여자의 태도는 참으로 그 의도가 짐작이 되지 않고, 소설 속에서도 끝까지 왜 그랬는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오히려 동물보다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제 삶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에 대해서 전부 알 수도 없고 전부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에 삶에 굉장히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또 사람들에게는 예의 없이 대하면서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극진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또 어떤 마음으로 동물을 대할까 많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결국 그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동물의 이야기보다 사람의 이야기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직도 제가 사람과 동물을 구분지어 생각하는 이기적인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는 분명 따뜻하고 좋은 소설집입니다. 특히 자연스럽게 동물의 습성을 익히고 또 동물이나 자연에 대한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라 남녀노소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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