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구판절판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은 대부분 스캔들에 휩싸인 영화배우가 서둘러 차에 올라타면서 진실은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들을 향해 내젓는 단호한 손짓 이상의 의미를 띠지 못한다.-19쪽

때로는 나 몰래 꽃이 필까봐. 때로는 나 몰래 꽃이 질까봐. 제아무리 긴급한 편지였다고 하더라도 봄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내 마음을 막을 수는 없었지.-67쪽

'동서남북의 모든 나라들이 소발률을 자신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소발률에서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와 아랍과 인도와 중국과 티베트의 문화가 혼재했다.' 모든 나라에게 소발률 너머는 이방의 땅이었다. 거기가 바로 지금 내가 가는 곳이다. 모든 게 혼재하는 곳, 수령과 백성을 버려두고 왕 혼자서 도망간 곳.-113쪽

느닷없이 터져난 눈물은 마음을 한결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울음을 터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일어난 일을 부인하던 마음이 울음을 계기로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119쪽

하지만 그가 결국 깨닫게 된 것은, 아무리 해도,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을 아무리 '총동원해도' 문장으로 남길 수 없는 일들이 삶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124쪽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짐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짐작은 대부분의 경우 옳지 않았고, 그 때문에 서로를 오해했다.-141쪽

'강은 지는 꽃을 데려가는데 기러기 소리 외롭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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