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 밤이면 어른들은 죽은 조상들이 들어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모든 문을 열어놓았다. 나는 늘 제삿날이 아닌 밤에는 그 사람들이 어디서 밥을 먹는지 궁금했다.-14 쪽
나 같은 아이들만 귀를 쫑긋 세우고 시에 귀를 기울였을 뿐, 다른 어른들은 대개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전쟁을 겪고 고통에 찬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들이 없었다. 아마 할아버지 또래의 다른 남자가 자신의 생애를 돌아본다 하더라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34쪽
그것이 수많은 키스의 종류 중 프렌치키스라고 하는 것이며...... (중략) 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46쪽
동지애는 여자들의 여성성을 무시하고 그들을 남성처럼 바라본다는 것을 뜻했다. 그렁 분위기 속에서 연애감정은 어느 정고 근친상간이나 동성애의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50쪽
말하자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술이 취해 불콰해진 얼굴로 여럿이 몰려가 창녀와 하룻밤 자는 일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었지만, 학생회 내부에서 연애하다가 생기는 성욕은 개인적인 것이었다.-53쪽
사랑은 그 모든 것이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까닭은 그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었다.-68쪽
마치 네가 나를 만나러 올 때면 늘 그렇듯이, 번개처럼. 나를 만나러 올 때는 항상 그렇게 달려와, 알았지? 그때는 정말 사랑받는 느낌이거든.-99쪽
우리는 그 누구라도 그 어느 곳에서든 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죽음보다도 더 우연적인 것처럼 보였다.-121쪽
"너와 지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어."라고 쓰고 나면 더이상 쓸 말이 없었다.-132쪽
하지만 며칠 두고 보니 공연히 문상하러 왔다가 자기 일 때문에 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133쪽
변호사는 대단히 건조한 목소리로 "그것 참 재미난 시구나. 그런 것도 시가 될 수 있느냐?"라고 논평했다. 그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었으므로, 사실 변호사는 아무런 의견도 밝히지 않은 셈이었다.-210쪽
문제는 그게 우연한 폭행이었다는 점이었어요. 폭력에 관한 한 제비뽑기를 하는 사회인 거죠.-329쪽
섭동에 대한 문장도 그때 외웠다. 별들의 집단 내에서 각 별들은 중심 주위를 돌게 되는데, 이런 운동을 일으키는 주된 힘은 집단 전체의 중력이다. 그러나 별들은 가까이 지나는 다른 별들로부터 계속 인력을 받는다. 이때 두 천체가 서로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을 충돌이라 하고, 진행경로를 바꾸면서 서로 비켜가는 경우를 조우라고 한다. 조우가 일어날 때는 섭동을 통해 서로간의 에너지의 주고받음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진행경로와 속도가 변하게 된다. 그게 바로 섭동이다. 천왕성의 경로가 불규칙한 까닭은 그 근처에 있는 다른 행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353쪽
그때부터 나는 당혹스러운 일 앞에서 당혹스러워 하지 않는 자들을 불신하게 됐다.-362쪽
"아니, 체온에 관한 문제. 1927년에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발터 벤야민은 [모스크바]라는 글을 쓰는데, 거기 보면 베를린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 보도가 귀족적으로 넓고 귀족적으로 황량하다는 것이라고 적혀 있거든. 모스크바는 베를린보다는 훨씬 더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건 혹독한 추위 때문이었지. 벤야민은 추위 때문에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다는 사실을 관찰하거든. 일기에 보면 나오지." "벤야민도 사랑하는 사람이 모스크바에 있었나봐요." "맞아, 아샤란 라트비아 여자가 있었어."-369쪽
"이런 세상에서 제게 필요한 것은 오직 커다랗고 하얗고 넓은 침대군요. 그렇군요."-372쪽
"그렇게 하면 그게 내가 살아온 삶이 되는 걸까요?" 지금은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 다음에는 논리적으로.-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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