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집 1 다시 읽는 우리 문학 9
이상 지음, 김종년 엮음 / 가람기획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스마트폰을 산 후로는 가방속에 책을 넣고도 스마트폰을 잡고 있었다. 내려야할 지하철역의 문이 닫힐 때 정신을 차려 억지로 나가려다 문에 끼이기도 하고, 내려야할 버스정거장을 지나쳐 다음 코스에서 내리려했으나 한코스가 한남대교를 건너고도 한참을 가서 내려주는 바람에 10분이면 갈 거리를 몇 배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읽는 단편소설, 참 좋다. 소설가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내게 보낸 장문의 문자를 읽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상의 글은, 비록 한자표현도, 영어나 불어나 일본어 표현도, 그 음역어도 많이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서는 현대에 읽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더더욱 친구의 문자를 받는 기분이 들었달까.  

윤돈(런던의 음역어)이니 베제(프랑스어로 '키스')니 하는 단어들을 일상적으로 써대는 인텔리 이상, 약간은 재수없기도 한 그의 일면을 만나는 묘미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읽기에서 더 극대화됐다. 내 남자였다면 정말 팔모가지를 확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신머리를 가진 남자지만(애초에 이상이 누군가의 '내' 남자가 될 인물도 아닐 것 같긴하다), 내 남자가 아니라서 너무 매력적인 그, 이상과 나, 우리 이런 사이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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