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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아베 코보 | 모래의 여자
끝이 <모래의 여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새로운 종류의 곤충을 채집하러 갔다가 감금됐을 때, 의도적인 감금 이상의 속사정이 있으리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정말 그냥 말 그대로의 감금이었다.
타인의 의도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감금된 자가 그 후로 할 일은 무엇인가?
이들이 왜 나를 감금하였는가를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도하지만 탈출이 쉬운 것이었다면 마을 주민들이 굳이 그를 가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은 몹시 충격이었다.
사람 사는 게 원래 계획대로 되기보다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법이지만
생각지 못한 계기로 안전한 탈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주인공이 한 선택과 그런 선택의 배경에는
인간의 허영심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한다는 것은 몹시 경이로은 일이지만 그 발견을 인정해주고 알아줄 사람이 없다면 그 기쁨도 잠시다.
주인공은 그런 이유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알아줄 사람이 없어도 그 자체로 기뻐야하는 것 아닌가.
나도 그렇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주인공 선택에 헛웃음보다는 약간의 분개가 자연스러웠던 것일 거다.
아베 코보가 바로 그런 점을 짚어냈다는 것이,
그리고 그 한 장면을 목표로 달려나갔다는 점이 <모래의 여자>를 매력적으로 참 매력적으로 만든다.
큰 것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미친듯이 애쓰다가도 사소한 것에 발목잡히는 것이 결국 인간이라는 점을 이렇게 효과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는 정말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