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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상영관 점유율 56%. 거북스럽다. 기다렸지만 선뜻 보고싶지가 않았다. 배급사의 의도와 달리 영화관에서 교차상영이라는 편법으로 관객이 많이 드는 시간엔 거의 모든 상영관에서 <트랜스포머>를 틀기 때문에 점유율이 과장된 측면이 있어 곤혹스럽다고도 했단다. 하지만 정말 곤혹스러운 것은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이다.
<트랜스포머>는 최근 영화관람료 상승에도 한 몫을 했단다. 관람료를 천원쯤 올려도 관객동원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만한 영화를 잘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트랜스포머>였단다.
이런 얘기로 시작한다면 분명 앞으로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쓰게 될 말들은, 편견 때문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까지 많은 일을 일으키며 개봉한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은 실망스러웠다. 놀라운 것은 중간에 5분 정도 졸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트랜스포머>라는 영화의 특성상 스토리가 빈약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하고 영화관에 갔다. 게다가 웬만큼 할 이야기들은 1편에서 이미 설명했으니 2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좀 더 화려한 변신과 과격한 전투 외에 크게 없었을 것이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핫'한 여성들의 등장 수 증가 또한 제작진이 선택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옵션이었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그런데, 전편에서 보았던 오토봇들의 전천후 변신은 신선하기라도 했지만 속편에서는 지겹기까지 했다. 설레는 맘으로 유럽여행을 나섰다 많은 나라들을 바쁘게 돌아다니다보면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또 여기 같아서 나중에는 감흥이 조금씩 사라져가듯이 바로 그렇게.
언제나 '착한 놈(내 뒤에서 계속 의자를 발로 찼던 사내아이가 이렇게 외치곤 했다. "착한 놈이 이겼다." "우리 편이 죽었다."' 혹은 '우리 편'이 승리한다는 공식까지야 어쩔 수 없다하지만, 결말은 싱거웠다.
그래서 이런 잡생각도 했다. 왜, 우리는 '착한 놈이 꼭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가. '착한 놈이 우리 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어린 아이에게는 그런 동일시가 가능하겠지만 상영관을 빼곡히 채운 사람들 가운데 '우리 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서 얼마나 많을 것인가. 뭐, 이런 생각들 말이다.
그렇게 현란한 영상과 액션과 사운드 속에서 이런 잡생각을 했다면, 영화가 그 자체로 내게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무엇보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부터 막연히 갖고 있었던 거부감에 대해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됐다.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하고 나서 나중에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미안한가 말이다. 그런데, 그런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어 그런 측면에서는 고마운 영화였다고나 할까.
그나마 재미있었던 장면은 범블비가 눈물을 수도꼭지처럼 쏟아내던 모습과 끊임없이 나를 사로잡았던 메간 폭스의 눈동자 색깔.
혹시나 내가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혹평을 하는 것이 취향 문제 때문이라고 오해받을지도 모르니까 방어를 좀 하자면, 난 <트랜스포머>를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다.
이건 좀 아니다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