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이 좋아서 기대하며 읽었는데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더 솔직히 말하면 게이남성이 주인공이자 화자인 작품을 제외하면 다 별로였다. 대부분이 여성이 주요인물이거나 화자인 작품들이었는데, 그가 묘사한 여성들은 굉장히 전형적으로 멍청하거나 폭력적인 인물들이었고,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이기호 작가가 읽고 반했다는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에서 애정 없이 만나는 여자친구가 당할 온갖 끔찍한 일들을 상상하면서 실소하는 장면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판단을 보류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언가에 실망을 느낄 것 같은데 그러고 싶지 않으면, 아니야 아닐 거야 내가 오해한 걸 거야 실수한 걸 거야 생각하며 그 실망을 최대한 지연시키는데, 지나보면 대부분 그 최초의 감이 맞아떨어진다는 걸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