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ㅇ’은 아음(牙音)이니 ‘업(業)‘자의 첫 발성과 같다. 나는 종성에만 남은 ㅇ의 음가를 옛사람처럼 초성에서 내보려고 업, 업, 업, 반복했지만 아무래도 잘 되지 않았다. 그때 가게에 나와 있던 설아씨가 내 수업 교재를 넘겨보고는 도움을 건넸다. "잉어, 할 때의 ‘어‘처럼 하시면 돼요." 잉어. 잉어. 나는 일러준 대로 해보았고, 그렇구나, 그냥 ‘어‘가 아니고, 닫힌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어‘. 내가 찬탄을 하자 그는 어머니가 베트남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베트남어에는 그 비슷한 발음이 있어요." 나는 설아씨의 목소리에 메아리가 내장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꼭지 이응의 꼭지가 그 메아리의 조절 밸브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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