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지긋지긋하게 일관성 있는 캐릭터

"여자들은 우리 남자들이 술 마시는 걸 결코 이해 못 하잖아요."
이치로가 말했다. 그런 다음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접시로 관심을 돌렸다가는 이내 다시 고개를 들고 말했다. "할아버지도 오늘 밤 저녁식사 하러 오실 거죠."
"그래, 이치로, 노리코 이모가 아주 맛있는 걸 준비할 것 같구나."
"노리코 이모가 사케도 좀 샀어요. 이모 말이 할아버지와 타로 이모부가 그걸 모조리 마실 거랬어요."
"음, 그럴지도 모르지. 여자들도 분명히 좀 마실 거다. 하지만 이모 말이 맞다. 이치로, 사케는 주로 남자들이 마신단다."
"할아버지, 여자들이 사케를 마시면 어떻게 되죠?"
"흠, 그건 아무도 모르지. 여자들은 우리 남자들만큼 강하질 않거든, 이치로, 그래서 아주 빨리 술에 취한단다."
"노리코 이모는 술에 취할 거예요! 이모는 아주 조금만 마셔도 완전히 취해 버릴걸요!"
내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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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인간은 틀릴 수도 있는 신념을 전력으로 붙잡고 자기 삶의 근거로 삼는다. 내 초기 작품들은 이런 인물들을 다룬다. (중략) 그 신념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환멸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건 그저 그 탐색이 어렵다는 걸 발견한 것뿐이고, 탐색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삶의 요체가 완성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것, 문학이 영광이 아니라 좌절의 자리에서 빛난다는 걸 확인하게 해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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