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것 같진 않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네 엄마와 이모는 겁을 낼지 모르지." 그 말에 이치로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 애는 아예 벌렁 드러누워 깔깔거리며 웃어 댔다. "엄마와 노리코 이모는 틀림없이 겁에 질릴 거예요!" 그 애가 천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우리 같은 남자들은 재미있을 거야, 안 그러냐, 이치로? 내일 영화를 보러 가자. 좋겠니? 여자들도 데려가서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자꾸나." 이치로는 계속 큰 소리로 웃어 댔다. "노리코 이모는 무서워 죽을 거예요!" "아마 그럴 거다." 나도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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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치로는 그 영화를 학수고대했단 말이야." 내가 항의조로 말했다. "안 그러냐, 이치로? 여자들이란 정말 성가시구나." 이치로는 읽고 있는 책에 흠뻑 빠진 듯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네가 이 여자들에게 말 좀 하렴, 이치로." 내가 말했다. 손자 녀석은 계속해서 책만 들여다보았다. "이치로." 갑자기 그 애가 책을 식탁에 내려놓더니 벌떡 일어나 식당을 뛰쳐나가 피아노 방으로 달려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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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내 동료가 경계하는 듯한 어조로 대꾸했다. "난 조금 전 이 공원을 거닐면서 속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어. 모리야마 선생 말씀이 절대적으로 옳아. 생활비를 벌려고 다케다 장인 밑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은 저 짐말들에나 어울리는 일이야. 진짜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해.‘ 하고 말이야." 이때쯤 나는 거북이에게 뜻있는 시선을 던졌다. 그는 여전히 나를 빤히 보고 있었는데, 이제 그 표정에는 어리둥절한 기미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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