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자식 님, 나오세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에 쓴 논문에서, 미래에는 기계화 덕분에 일일 3시간 교대근무 혹은 주 15시간 근무가 가능해져, "잉여 에너지를 노동 외 활동에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인스가 이렇게 전망한 이후, ‘자동화‘라는 이슈는 대중의 논의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문제는 ‘노동시장의 ‘디지털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 로봇에게 씌워진 누명 / 필립 스타브, 플로리앙 뷔탈로

2008년에 금융위기가 터졌고, 금융시장의 신용추락과 맞물려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 통화정책(양적완화)을 실시하면서 새로운 투자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런 필요성에 발맞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마케팅 전략은, 새로운 기술의 힘을 빌려 회사의 낡은 기계실을 ‘세계의 자본주의‘라는 젊은 샘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초기에 세계경제포럼의 주도로 몸집을 키운 이 의제는, 특히 국가적 산업구조가 이 전략에 적합했던 독일에서 더 쉽게 현실화됐다.
이후 일군의 컨설턴트들은 기업들에 전략적 자문을 해주거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고가의 홍보 행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용어들을 대중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전부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 및 그 일당들의 천행만복을 위한 것이었다.

- 로봇에게 씌워진 누명 / 필립 스타브, 플로리앙 뷔탈로

이렇듯 자칭 혁명을 주장하고 나서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것은, 아마도 현실에 나타나는 증거들에 대한 공황 반응으로 보인다.

- 로봇에게 씌워진 누명 / 필립 스타브, 플로리앙 뷔탈로

케인스가 언급한, 다분히 과대평가된 ‘기술 실업’은 실존하는 자본주의의 황폐화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대신한다.

- 로봇에게 씌워진 누명 / 필립 스타브, 플로리앙 뷔탈로

장미는 물을 많이 먹는데, 꽃 한 송이를 피우려면 물 7~13L가 필요하다. 장미 수백만 주가 그 지역, 더 나아가 전국적인 단위로 수자원을 소비하는 셈이다. 게다가 재배업자들은 종종 호수나 지하수를 무상으로 끌어와 쓴다. 그래서 콜롬비아 중부 보고타 사바나 지대, 케냐와 에티오피아 호수 근처 거주민들은 물 부족,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수원오염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지 활동가들과 국제지원단체는 기업을 압박해 재배 방식을 바꾸게 했다. 주요 기업은 빗물을 받아 쓰고 하수를 재사용해 물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제 장미는 배지에서 재배되고 비료와 방충제를 섞은 물을 점적 관수(튜브 끝에서 물방울을 똑똑 떨어지게 하여 원하는 부위에만 소량의 물을 공급하는 방식)한다.

- 장미가 피었는지 보러 갈까요? ; 장미 향기 속 등유 냄새의 정체 / 줄마 라미레스, 조프루아 발라동

장미에는 손이 많이 간다. 절화 장미에는 꽃잎이나 잎에 얼룩이 없어야 한다. 장미는 콜롬비아 장미 수출업체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왕‘이자 ‘영광‘과 ‘엘리트‘의 피조물이어야 한다. 장미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살충제, 살진균제, 살균제를 뿌린다. 농장주들은 사용량을 정확히 밝히지 않지만, 리에주대학 농학과 박사 카울라 투미는 "장미에서 식용으로 허용되는 수준보다 최소 100배, 최대 1,000배에 달하는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라고 지적했다.
보고타 사바나 지대의 여성 노동자들은 유산 및 기형아 출산, 발암 가능성을 우려한다.

- 장미가 피었는지 보러 갈까요? ; 장미 향기 속 등유 냄새의 정체 / 줄마 라미레스, 조프루아 발라동

콜롬비아와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미국 화훼업자들은 꽃 재배를 중단해야 했지만, 미국 농업계는 로비를 벌여 콜롬비아로 대두, 밀, 옥수수, 기름을 무관세 수출하게 됐다. 콜롬비아 환경단체 칵투스의 리카르도 사무디오는 "비극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국내 식량용 곡물 대신 수출용 꽃을 재배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저들은 우리의 식량 주권을 파괴할 권리를 산 것"이라며 개탄했다.
장미는 축제 며칠 전에 꽃집에 도착하고, 장미의 아름다움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광고가 급증한다. 여기서 새로운 눈속임이 시작된다. "꽃다발이 물통에 담겨 있으니 손에 물기가 마를 일이 없다"라고 프랑스의 한 플로리스트가 털어놓았다. 과일이나 채소와 달리, 꽃에는 산지 명시 규정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장미 대부분이 적도권 국가에서 수입됐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플로리스트들은 장미 재배에 화학물질이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는 대략 알지만, 그것이 그들의 건강을 얼마나 위협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투미 박사는 벨기에 플로리스트들의 손에서 독성물질 100여 개, 소변에서 70여 개를 검출했고 그중에는 유럽에서 사용이 금지된 물질도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가 (더 이상) 꽃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훼업자들은 보건 기준과 논의에서 한발 벗어나 있고, 친환경 추세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 장미가 피었는지 보러 갈까요? ; 장미 향기 속 등유 냄새의 정체 / 줄마 라미레스, 조프루아 발라동

과도하게 무장한 폭력조직원들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 슬로모션으로 돌격할 때 VJ 에미의 해설이 더해진다. "마피아들은 슬로모션으로 걷고 있다. 그들의 뇌도 슬로모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와칼리우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무수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폭력과 불행이 일상이 돼버린 빈민가에서의 삶이다. 촬영 스태프 중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보다 소소한 난관 중 하나는, 잦은 단전(斷電)이다. IGG가 손수 조립한 최초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단전(斷電)으로 망가지면서 그의 초창기 작품 열 편 정도가 삭제된 것이다(IGG는 로만 필름 프로덕션의 유일한 감독으로 현재까지 총 40여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누가 캡틴 알렉스를 죽였는가?(Who Killed Captain Alex?)>는 다행히 CD 사본이 하나 남아있었다. 2011년, IGG는 엄청난 노력 끝에 이 영화의 예고편을 유튜브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90초짜리 이 영상은 불과 며칠 만에 백 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와칼리우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다니엘 파리클라벨

2016년 상영된 <배드 블랙(Bad Black)>은 상처 입은 젊은 여성이 조직의 우두머리가 돼 복수를 하고, 미국인 의사가 8세 쿵푸 마스터의 가르침으로 우간다의 슈왈제네거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이 영화는 거리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미혼모들의 운명, 강제결혼, 가부장주의, 의료서비스의 부재, 젠트리피케이션, 빈부격차 등을 고발한다. <배드 블랙>은 가장 웃긴 장면까지도 잘 제어해서 웃음을 터트리게 하면서도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서양 관객들의 눈에는, 온갖 장르가 뒤섞인 이 영화가 불편하게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IGG는 이렇게 말한다. "실제 우리의 삶은, 코미디와 액션과 비극의 혼합물이다."

- 와칼리우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다니엘 파리클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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