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ㅣ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너무 아름다운 책이어서 책을 펼친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아름답다니... 단숨에 처음부터 끝까지 살피고, 살피고 또 살펴도 그 아름다움에는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91세의 그림 작가, 타샤 튜더 할머니. 작은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코끝에 걸친 모습이 참 아름답다. 19세기 풍의 긴 드레스엔 꽃무늬가 자잘하게 펼쳐져 있고 머리에 두른 스카프며, 목에 두른 머플러며, 앞에 두른 짧은 앞치마며... 모두가 막 영화에서 빠져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었다. 살아 움직이고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삽 색연필 꽃 쇠스랑 등을 잡은 손은 진정 ‘부지런함’이 뭔지 알려주는 듯했다. 단단한 노동의 아름다움이 얼굴 표정에서, 온 몸에서 표현되고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아름다움도 잘 알고 있다. “촛불을 켜면 늙은 얼굴이 예뻐 보인다. 난 항상 초와 등잔을 쓴다.”
<비밀의 화원>, <세라 이야기>를 그토록 아름답게 수놓은 그림 작가, 타샤 튜더 할머니는 번잡하고 복잡한 이 세상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있었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하루 24 시간이 모자라도록 열심히, 활기차게 살고 있었다 :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다.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이곳의 모든 것은 내게 만족감을 안겨준다. 내 가정, 내 정원, 내 동물들, 날씨, 버몬트 주 할 것 없이 모두.”
지금도 버몬트 주 시골에 집을 짓고 30만평(3천평도 3만평도 아니고 30만평이랜다~!)에 자신의 철학대로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다. 직접 꽃을 심고 손수 천을 짜서 (그것도 베틀에 직접~!) 옷을 만들고, 염소젖으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든다. 강아지는 물론, 고양이, 염소에다 거위, 새들까지 온갖 짐승과 함께 살며 배, 딸기, 사과 등등 과일과 채소까지 손수 재배해 자급자족 생활을 한다. 19세기 장식품과 생활용품을 좋아해, 사용하는 식기나 장식품, 심지어는 매일 입는 옷까지도, 매일 해먹는 요리도 19세기풍으로 하는 것이다: “난 오래된 물건을 상자 속에 넣어두고 보지 않는 것보다는 차라리 매일 쓰면서 깨지는 편을 택하겠어요. (...) 나는 요즘도 골동품 식기를 생활에서 사용한다. 상자에 넣어두고 못 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 내가 1830년대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 수집가들이 보면 하얗게 질릴 일이다. 하지만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이 책의 곳곳에는 짧은 글들이지만, 아름다운 글들이 가득하다. 타샤 할머니의 충고도 있다. 혼자 살면 고독할 것 같겠지만 할머니의 다음 말을 들어보면 우리의 행복을 위한 일이 뭔지 알 수 있겠다. “살다 보면 맘에 없는 말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마뜩찮은 짓을 하는데도 고맙다고 하거나, 지구 반대편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해야 된다. 혼자 있으면 완전히 내 모습으로 지낼 수가 있다. 마음에 담아둔 말을 고양이에게 죄다 할 수도 있고,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염소들에게 분통을 터뜨리면 된다. 그래도 아무도 안 듣는다.”
사진도... 어느 사진 하나 아름답지 않은 사진이 없다. 겨우 한, 두 가지 역할을 제대로도 못해 내면서, 시간이 없다고 무수한 불만으로 불평만 해대는 나를 너무 부끄럽게 만들었다. ‘게으른’ 개구쟁이 내 손이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또 있었을까. 나중에... 아주 나중에... 시골 가서 나만의 정원을 가꾸면 살겠다는 비현실적인 꿈만 꾸는 내가 이보다 더 부끄러울까. 선물 받은 ‘여성성’을 부인하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듯,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숱하게 사들인 옷들이 이보다 더 멋없을까. 이 무서운 겨울에 내게 꼭 필요한 말도 있다 : “나는 겨울에 여름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잘 말했다. ‘5월의 새로운 환희 속에서 눈을 그리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네.’ 바로 그렇다. 모든 것에 제철이 있는 법.” 그렇다. 5월엔 꽃을 즐기고 1월엔 눈을 즐기자. 추위쯤이야 까짓 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추어졌을 때만 기다리며 나는 무엇을 했던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던가. 더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이 있을 텐데, 왜 기다리기만 하는가. 이 책에서 타샤 할머니가 보여준 아름다운 생활은 ‘부지런한’ 행복 자체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연적인 변화 속에서 할머니의 생활과 정원도 모습을 달리한다. 똑같이 맨발에 30만평을 걷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내가 원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생활이 분명히 있을 터이다. 그날을 위해서 꿈의 동화책보다 더 아름다운 이 책을 곁에 놓고 내 꿈을 키워 가리라. ‘부지런한’ 행복을 위해서...
타샤 할머니가 자신의 인생철학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을 통해 표현한다 :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이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성공이나 대중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고, 자신의 만족스런 삶을 위한 성공이다. 나도 내 삶에 성공하겠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