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꼬까신 아기 그림책 3
최숙희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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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빨강 표지에 머리를 양 갈래로 픽 묶고 미소를 띤 채 팔짱을 딱 끼고 있는 꼬마 아가씨의 모습부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야무진 꼬마의 모습과 제목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영문으로 번역되고 있는 것까지 보면 대단한 책이다 싶었다.  직장동료네 집에 초대 받아 먹을 거 사가느니보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니 뭘 줄까 고민했었다. 워낙 책을 많이 보는 데다가 내가 그동안 선물한 거까지 치면 꽤 많다. 그러니 매번 고민일 수밖에. 사실 이 책은 조카 주려고 산 건데 혹시나 싶어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 책을 모른다. 아, 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먼저 이 책을 주기로 했다. 조카 것은 또 사면 되니까.  



야무지고 당당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꼬마 아가씨, 개미가 작은 걸 안다. 하지만 힘이 세서 커다란 나뭇잎을 나를 줄 아는 것 또한 안다. 고슴도치, 뱀, 타조, 기린 모두 다 약점이 있고 남들과 다르다. 나? 나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작디작은 개미가 힘이 세듯이 우리 모두 하나씩은 큰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을 아는 것 그리고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가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나? 나는 무슨 장점이 있냐고? 어~허, 그건 책을 보면 알지~! 사실 책에 나온 꼬마아가씨의 장점 말고, 매번 아이와 함께 읽을 때마다 아이의 다른 장점을 하나씩 꺼내서 얘기해주고 함께 되풀이하면 정말 아이의 장점이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 같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 책, 정말 대단한 책이다. 예쁘고 착한 건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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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
현기영 지음 / 창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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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가진 자의 편이다. 권력의 편이다. 권력이 그 모습을 바꿔왔을 뿐이다. 그건 폭력이었고 군부였고 고문이었고 이젠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모습을 띠고 있다. 우리 역사 가운데 어느 한 때 민중이 가진 자가 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민중은 가난에 헐떡이고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 끈질긴 삶을 이어왔지만 권력이 회유하고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면 그걸 믿었다.
“저번엔 그 녀석이 어찌나 화를 돋우던지 하마터면 방아쇠를 당길 뻔했지. 뭐, 다 자백하겠다고? 그래놓고 또 뭔가 숨기려고? 그까짓 거 뭐 중요하다고 입다물고 있는 거야? 안돼! 넌 취조가 더 필요해. 내게 필요한 건 그따위 시시한 정보만이 아니야. 너의 완전한 항복, 너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필요해! 그놈을 칠성판에 올려라!”
운동권의 마지막 학번 허무성은 수배를 피해 잠수를 타다 아버지의 병이 위급해진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다 급작스럽게 잡혀 지하 취조실로 끌려간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 ‘회사’에선 자백도 필요 없다. 무작정 고문을 하고 또 한다. 완전하게 인간을 파괴하고 공포와 두려움을 최대한 심어 다시는 용기를 갖지 못하게,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게 만드는, 완전한 탈바꿈을 하려고 한다. 한때 열렬한 운동권이었던 허무성은 친구들만 넘긴 배신자가 아니라 완전히 자신의 생을 포기한 사람이 된다.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문자의 편이 되는 수밖에. 그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삶을 산다. 술로 견디며.
“고문을 독하게 당한 직후, 고문자에게 얻어마시는 술맛보다 더한 쾌락은 이 세상에 없다는 거야. 이 술맛의 기억은 낙인 같아서 평생 잊지 못하지.”
그는 고문자가 보내준 유학을 다녀오고 그가 주선해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하지만 그는 늘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 산다. 타락의 도시, 서울에선 황사가 끊임없이 그 혀를 날름거린다. 이젠 박정희의 공포가 아니라 서태지 같은 아이돌이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비주얼과 엔터테인먼트 시대와 함께 성장한 신세대 대중은 전 세대가 온몸을 바쳐가며 얻어낸 자유를 소비의 세대, 상품이 범람하는 신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로, 세계화로 바꿔버렸다.
‘고비와 타클라마칸, 두 사막 사이에 한때 크게 번창했던 옛 왕국 누란을 삼켜버린 그 가없는 모래바다, 모든 것이 죽고 모래폭풍과 인광들만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었다. 폭풍이 몰아쳐 거대한 바퀴 모양의 깊은 궤적을 파놓으면 흰 뼈들이 드러나고, 밤에는 무수한 인광들이 불티처럼 날아다녔다.’ 모래바다는 어디에나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고문자가 떳떳한 프락치인 국회의원이 되어 진실을 왜곡하고 민중을 호도한다. 절망의 밑바닥에서 어떻게든 솟아올라보려고 허무성은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눈을 뜨게 하려 하지만 이미 소비 자본주의의 달콤한 맛을 본 대중은 자신들이 눈을 뜨고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용미의 그라피티가 살아있다. 무언의 저항의 몸짓인 그라피티는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관주의자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그래도, 그래도, 우리 안에 희망은 있다는 긍정을 품고 있다. “절망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하게 절망하여 그 밑바닥에 닿으면 거기에서 새로운 정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고, 그때 우리는 바닥을 걷어차고 힘차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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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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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곳을 직접 보고 느끼는 데 대한 즐거움과 늘상 똑같은 장소와 사람을 떠나 새로운 곳을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단순한 즐거움 이상이기도 하다. 똑같이 반복되는 삶과 일상에 대한 활력소가 되기도 하면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역시 집이 최고야’라며 여행 후에 느끼는 안도감도 어쩌면 여행의 결과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
어릴 적엔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고 좀 자라면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더 후에는 연인끼리 그리고 그 이후에는 또 다시 가족여행을 떠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늦게까지 싱글로 남다 보니 가족과, 친구와 여행하기가 수월하지 않게 되었다. 연인은 없고. 그러다 보니 여행을 떠나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집귀신이 되고 남들 다 떠나는데 나 혼자만 늘 방콕을 하는 신세가 된다. 밖을 나다니는 성격이고 사회성이 많다 보면 동호회도 따라다니고 그룹 여행에도 잘 끼겠지만 나이가 들다 보면 그 또한 쉽지는 않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볼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또한 수월하지 않아 보인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를 보면 어디 믿고 여자 혼자 여행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골라본 책이 이 책인데... 다 읽고 나니 참... 부럽기만 했다. 뭐가 소심해? 참내... 그게 겁이 많은 거야? 이런... 까탈스럽다고? 에이... 그런데 어찌 마을 정자에서 자고 동네 어른 밭도 매주고... 물론 여행하다 보면 우리 모두, 이 여자처럼 될 수도 있다. 책을 읽다보니 그런 용기는 생긴다.

‘일은 지겹도록 안 풀리고, 일상은 무덤처럼 어둡고, 전화는 울리지 않는 주말, 지구 위에 혼자인 것처럼 막막해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지갑은 얄팍할 때,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대문 밖을 나서자. 남들이 다 하는 그런 여행 말고, 몸 하나로 세계와 정면 승부하는 여행을, 자동차도 버려두고, 시계도 풀어놓고, 휴대전화도 끈 채, 발길 닿는 대로 아주 느리게, 서두르지도 말고, 걷자. 마음이 움직이는 그 순간, 떠나는 거다.’

일단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운동은 도저히 못하겠다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고 걷기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난 사실 제주올레를 걸으러 가려고 이 책을 읽었다. 이 여자, 이 책에선 해남부터 임진각까지 국토종단한 얘길 그리고 있다. 하루에 거의 35킬로미터 정도씩도 걸으면서. 그럴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혼자 여행 떠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좀 사라졌다.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본다. 길 위에 서면 날마다 새롭다. 늘 비슷한 것 같은 길도 다 다르고, 다 같은 사람살이 어디 가나 비슷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새롭다. 산다는 건 끝이 없는 학교이자, 희망을 배우는 긴 길이다. 이 길 위에 오르길 참 잘했다.’

국토종단 부분 빼고 뒷부분은 우리나라 곳곳의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해 놓았다. 나중에 차근차근 다 걸어보고 싶은 길들이다. 아름다운 내 산하야, 기다려라. 곧 걸으러 가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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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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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박완서를 읽어왔다. 이 작품, 저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의 삶과 경험 그리고 연륜... 그런 것들이 서로 얽키고설켜 서로 다른 작품들임에도 모두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그 안에서 드러나던 맛갈진 문체와 그만이 되살려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에 남아 찡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내신 산문들에선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글을 쓰시는 게 대단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 노인의 고집 같은 게 느껴져서,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산문이어서, 생활 얘기여서 그랬나 보다.
이 작품, 전혀 녹슬지 않은, 감칠 맛 나는 필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사람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 우리를 살게 하는 밥의 힘, 타지에서 살아도 잊지 않는 고향 등등, 여전히 삶에 대한 관찰과 묘사, 그리고 깊은 이해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우리의 이기심, 속으로는 원초적인 문제를 갖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것들을 잘 분석하고 있다.
가족간, 동기간, 친구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가정에 대한 욕구, 세월이 가면서 왜곡되어가는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의미,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속물적인 근성, 등등 우리를 뒤돌아보게 한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쉽게, 빨리 읽혔다. 가볍지만 경박하지 않은 문체로 우리의 삶을 무난하게 따라가게 했다. 나이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 노인이나 똑같구나...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칠십 다 된 노인이, 남들이 사십 대로 봐주길 바라는 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말이다. ^^;;

‘할머니라니, 아직 칠십도 안 됐고, 다들 오십대로 보고 딸하고 백화점에 가면 매장 아가씨들이 자매간인 줄 아는 나한테 감히 할머니라니, 더군다나 오늘은 있는 대로 멋을 부려 사십대로 보아주길,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나에게 이 무슨 모욕적인 언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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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8-14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복희 씨!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소박하고, 군더더기 없고, 솔직한 글이죠?!^^

진달래 2009-08-16 21:26   좋아요 0 | URL
네, 좋았어요. ^^*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 문지아이들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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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친구가 상상력 키우기엔 이 책 만한 게 없다고 이 책을 추천해줬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의 글쓰기 소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공포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에게도 영감을 주어 몇 편의 단편 소설도 쓰게 했다고 하니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참 책이... 정말 독특하다. 표지에서부터 묻어나는 어둡고 음산한 기운...  

책의 내부도 똑같다. 짧은 한, 두 줄의 글과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그림 한 편이 매번 반복된다. 아이, 이럴 수가. 총 열 네 편의 제목과 한 줄의 글 그리고 그림이 다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치 스미스, 소년의 놀라움’이 제목이다. 한 줄 글 내용은 ‘아주 작은 목소리가 물었다. “얘가 그 애야?”’ 그리고 그림엔 한 남자아이가 이불 속에 푹 파묻혀 자고 있다. 그게 다이다.  

이 책을 책 좋아하는 다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직장 동료에게 빌려줬다. 아이는 어떻게 볼까 궁금했던 것이다. 역시나. 아직 너무 어린 아이라 그랬는지, 그림이 어둡다 보니 계속 무섭다 했단다. 아직 상상력을 발휘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사실 어른인 나도 상상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여 상상력은 뒤로 물러나버렸다.  

하지만 책을 덮고도 자꾸 생각이 났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그건 무슨 뜻일까. 그 그림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욕심도 생겼다.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은 욕심, 내가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상력을 키워주는 책이라 했나 보다. 정말 초등학교 이상 되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한번 시켜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한도 끝도 없으니까. 기발한 작품이 무수히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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