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기심> 김리리 등저, 창비
2. <버스 탈취 사건> 미사키 아키 저, 전새롬 역, 지니북스
3. <혀> 조경란, 문학동네
4. <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문학동네
5. <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저, 전미연 역, 밝은세상
6. <왕의 투쟁> 함규진 저, 페이퍼로드
7.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랄프 이자우 저, 유혜자 역, 비룡소
8. <달을 먹다> 김진규 저, 문학동네
9. <로맨스 약국> 박현주 저, 노석미 그림, 마음산책
10. <비> 마르탱 파주 저, 발레리 해밀 그림, 이상해 역, 열림원
11.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
12. <냉정과 열정 사이 Blu> 츠치 히토나리 저, 양억관 역, 소담 
13. <Q&A> 비카스 스와루프 저, 강주헌 역, 문학동네
14. <걸프렌즈> 이홍 저, 민음사 

1월엔 대부분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
읽으면서 즐거웠고 읽고 나서도 맘에 많이 남는 책들이었다.
다 괜찮았는데 굳이 정말 더 좋았던 건 표시를...

   

<혀>는 정말 은근하면서도 정열적인 사랑이 음식과 함께 잘 버무려진 작품이었고, 조경란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문체를 만끽할 수 있는 아주 은~밀한 작품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추리가 아님에도 추리 못지않은 긴박함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아주 재밌는 작품이었다.


   

<왕의 투쟁>은 세종대왕, 연산군, 광해군, 정조라는 조선의 대표적인 왕들을 많은 자료들과 함께 비교분석한 작품인데, 읽기 쉽지는 않았지만 소설보다 더 재밌게 읽었다.

<달을 먹다>는 마치 짜임새 있는 고전을 읽는 듯했는데, <혼불>을 연상시키는 면이 없지 않았으나,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얽히고설킨 많은 이들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한 동안 라디오에서도 선전을 하고 완전 베스트셀러여서 계속 읽기를 거부(!)한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반짝반짝 빛나는>의 느낌이 나긴 했지만 이걸 먼저 읽어서 그랬는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 더 맘에 들었다. 정말 조용하게 침묵하는 냉정의 사랑을 그린 Rosso에 비해 츠치 히토나리의 작품은 좀 더 설명적이고 묘사적인 면이 강했던 것 같다.  

<Q&A>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죄인 나라, 가난하면 존재감 자체가 범죄인 나라, 인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는데, 넘넘 재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밌는 스토리와 그런 나라에서도 결국엔 ‘선’이, ‘사랑’이 승리한다는 메시지까지 재미와 감동이 그대로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새해가 밝고 여전히 읽을 책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다.
거실의 책장엔 사놓고 못 읽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면서도 신간이 나오면, 친구들의 추천이 있으면 또 찜을 하고 사들이고 있다.
그러면 어때? 책과 함께여서 행복한 삶이다. ^^

친구분들도 모두 행복한 설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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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2-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사서 읽으시나요?
저기 <사랑하기 때문에>는 계속 당기네요.
읽어봐야겠슴다.
진달래님도 설 즐겁게 잘 보내세요.^^

진달래 2008-02-01 12:58   좋아요 0 | URL
저기 14권 중에 제가 산 건 5권이구요.
(4번, 10번, 11번, 12번, 14번 ^^*)
1권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 서평도서였구요.
2권은 네이버 공식 책카페에서 받은 거구요.
1권은 알지에서 서평도서로 받았구요.
4권은 각각 다른 친구들한테 선물로 받은 거구요.
1권은 출판사("정이현 송년의 밤")에서 받았어요.

스텔라님~ 행복한 설 보내세요~ ^^

stella.K 2008-02-01 17:42   좋아요 0 | URL
ㅎㅎ 어쨌든 다 진달래님거네요.^^
근데 참, 천명관의 소설 생각 보다 별로신가 봐요.
전 약간 땡겼었는데...

진달래 2008-02-1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
천명관의 단편집은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워낙 <고래>의 포스가 세서였는지도 모르구요.
이제 담 작품 기다려봐야죠. ^^;;
 
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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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세 여자와 한 남자의 얘기란 걸 알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읽기 전엔 어쩌면 조금 거부감이 일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을 느꼈다. 어설프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면 십중팔구 맘에 안 들 터였다. 네 명의 얽힌 인연이 결국 머리끄댕이 잡고 피터지게 싸웠다는 얘기는 분명 아닐 터~! 나름대로 신선하게 각각의 심리를 그리지 않았겠는가 기대도 됐고 궁금하기도 했다.   

시작이 쿨하다. 재밌고 감각적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데이트도 아닌 데이트에서 과감하게 맞은편에 앉은 여자에게 키스를 하는, 그것도 피겨스케이팅을 하듯이 잘 하는 남자. 오호~ 멋진 걸. 그렇지, 이 정도는 돼야 세 여자를 상대하겠지. 남자는 끝까지 이런 면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이런 모든 평범함에는 ‘진중한 매력’이 있다고 여자는 말한다. 아, 뭔지 알 것 같다니까.) 인간성 좋고 성격도 좋으며 배려할 줄 알고 연애에 있어서도 섬세하다. 한번 들어간 모텔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을 되살려 일주일 만에 차에 5% 투과율의 연인용 선팅을 하고 나타나는 등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연인이다.

문제는 여자. 남자친구가 생기면 어디를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곧 남자 뒤로 보이는 남산타워라고 대답한다. ‘마음을 모두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가 보려고 아껴’뒀다면서. 하지만 속으론 ‘이유야 만들기 나름. 삶의 이유들은, 거짓말을 내뱉은 후에야 더 명확해지곤 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거짓말은 날개를 품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남자를 딱히 사랑하는지 잘 모르지만 여자는 남자와 키스를, 카 섹스를 나눈다. 그녀 나름의 연애였다. 하지만 남자에겐 같은 전화번호 끝자리를 사용하는 여자가 연인에게 하듯이 문자를 보내고, 직장동료는 그 남자가 대학생 같은 여자애랑 사귀는 것 같다고 말해준다.

이때부터 얘기는 우리가 이런 경우에 흔히 알고 있는 대응방식, 즉 머리끄댕이 잡고 드잡이를 하거나 자존심 세우면서 깔끔하게 헤어지거나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생태를 사다놓고 불고기를 해 먹을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연애에서 실패하는 이유일 게다. 하지만 내가 사다놓은 생태를 모르는 누군가와 셋이서 함께 뜯어먹는 건, 글쎄 괜찮을까. 어느 면이든 내게 부족하다는 허전함이 들지 않을까. 그 헛헛증을 어디서 풀 것인가. 다른 생태를 사다 먹어? 아니면 다른 여자들도 이 생태를 먹을 권리가 있다고 관대하게 내버려둬?

약혼자를 다른 여자에게 뺏긴 친구 현주는 “모든 사람은 결핍이 있잖아. 그런데 왜 그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섀도는 세 가지를 바르면서 여러 사랑을 함께하면 안 된다고 강요하는 거지? 왜 꼭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다 채울 수 있다고 자만하는 거지? 사실 그럴 수 없잖아. 내가 미처 채울 수 없는 부분, 다른 사람이 대신 채워주면 어때서? 난 상관없다고 했어.”라고 한다.

여자는 처음에 다른 여자를 만나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다른 두 여자가 친구처럼, 오래된 지기처럼 다가온다. 남자가 자신과 있다가도 다른 두 여자와 만날 때면 ‘집에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핑계를 대도 여자는 모른 척한다. 심지어 한 여자가 그와 첫날밤을 보내겠다고 하는데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만의 컨셉을 육체적으로 그 남자에게 각인시키는 것뿐이었다. ‘지독하게 “성”스러운’ 곡을 들으면서.

남자는 한 번도 여자에게 다른 두 여자가 있다고, 그녀들을 만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겹치는 기간이 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처음으로 반지를 선물함으로써 가식 속의 솔직함을 보인다. 그런데 여자는 한 번도 남자에게 다른 두 여자를 만나고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일을 함께 하면서도 얘기하지 않는다. 처음에 남산타워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르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부터 걸프렌즈들과 남산타워를 오르는 끝까지 여자는 입을 다문다.

‘그와 헤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새벽을 거치면 소란스럽게 북적대는 아침이 오듯 우리들에게도 가혹한 현실은 들이닥칠 것이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련다. 그냥 지금이 나쁘지 않을 뿐이다. 내가 한 칸씩 버리고 온 감정은 또 다른 빛깔의 감정을 채워 준다. 새록새록 느껴지는 이 새로운 감정들이 나를 또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나를 살게 해 준다. 그래, 아직 서른이니까.’

쿨하고 감각적이던 문체가 세 여자가 등장하고 육체까지도 한 남자를 공유함으로써 슬퍼지기 시작했다. 여자가 오히려 그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 말과 제스처를 취하는데 역설적으로 난 슬픔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런 글을 문제없이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이 여자의 심리가 내겐 너무 복잡해 보였다. 여자가 느끼는 혼란이, 가식으로 드러내는 사고가 복잡하게 느껴졌다.    

양다리든 문어다리든 연애란 건 당사자들의 문제다. 그게 여자가 벌이는 것이든, 남자가 벌이는 것이든. 그리고 연애에 어느 정도의 가식은 이제 성공연애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후에 뒷감당을 타협할 수만 있다면야 어떤 상황이든~!

이게 만약 내게 닥친 상황이었다면? 둑었지, 내 손에~! 이 말은 내가 양다리든 문어다리든 걸칠 게 아니란 확신에서일 게다.(그거야 모르지만! 아직 다 산 게 아니잖아!) 내가 정말 보수적인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한 번에 하나씩~! 이거다. 난 투기 없이 후궁들, 성은을 입은 무수리까지 배려해줄 줄 아는 조선의 국모, 중전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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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파주 지음, 이상해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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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이 예뻐서 샀다.
정말 그림이 맘에 들어서.
또한 비에 대한 감상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내용은 둘째치고 쫌 많이 억울하다.
뭐, 편집이 이러냐.
얇은 책이란 건 인정한다.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이걸 7,500원을 받냐. 쳇~!

책은 전체가 110쪽 정도이다.
그 가운데 전체 그림이 있는 쪽은 12쪽이고, 
완전히 텅텅 빈 쪽은 25쪽이고, 
글이 반도 안 되는 쪽이 34쪽이다.
결국 책의 반 정도가 비어 있다는 느낌... 

뭐, 글이 많다고 꼭 좋은 책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이 비워두냐고?
종이 아깝게시리.
제대로 만들었다면 책 분량이 안 나왔을 테지.

비에 대한 좋은 글귀들도 몇 있었지만,
이런 편집의 의도성(!) 때문에 적고 싶지 않다.
정말, 속은 느낌이다.

그림책이라고 알려주든지...
하기야 그림도 12쪽 밖엔 안 되지만.

억울하다.
(정식 리뷰로 등록 거부 된대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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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1-3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런 책보면 정말 화나죠. 책값 생각나고...

진달래 2008-01-31 15:10   좋아요 0 | URL
ㅋㅋ 안 샀다면 아마 사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

stella.K 2008-01-3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별이 세개네요. 글은 좋다는 말인가요?
저자가 보면 좀 속상할 것 같군요.

진달래 2008-01-31 15:12   좋아요 0 | URL
글은... 일단 책 때문에 기분이 나쁘니까 제대로 안 들어오더라구요.
비를 좋아하시는 분은 좋아할 책인지도 모르겠어요.

전 일단 리뷰 올리면 기본이 3개구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건 리뷰를 못 올려요.

그래도 그 책을 만든 출판사, 저자, 옮긴이 등도 생각하고
또 그 책을 좋아할 수도 있는 잠재적인 독자에 대한
나름의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책은 그래도... 그래도...
누구에겐가 읽힐 가치가 있는 거 아닐까요?

*^^*
 
호기심 -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6
김리리 외 지음,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십대를 지난 지 정말 한참도 너무 한참을 지나버린 이 나이에 <호기심>을 읽으면서 나의 십대가 되살아났다. 사실 20대엔 10대 아이들을 보면 정말 내가 어릴 적에 어른들이 하던 말을 고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쩜 저리도 다를까. 어쩜 저리도 되바라졌을까. 어쩜 저리도 안하무인일까.’ ‘우리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를 꼭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학부모가 될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 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아량이 생긴 것일까. 어쩌면 호기심에 있어선 나의 십대가 지금 십대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느낀 탓인지도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성에 대해 무지하고 사랑을 갈구하긴 마찬가지니까.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성과 사랑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김리리의 <남친 만들기>, 박정애의 <첫날밤 이야기>, 신여랑의 <서랍 속의 아이>, 이금이의 <쌩레미에서, 희수>, 이용포의 <키스 미 달링>, 이혜경의 <공주, 담장을 넘다> 그리고 임태희의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의 7편이다.

<남친 만들기>에서는 친구에게 첫 남친이 생기게 되면서 생기는 여중생들의 우정과의 갈등, 너무나 풋풋해서 연애라고 하기에도 풋내가 나는 아이들의, 자그마한 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심리와 상황을 그렸다. ‘잘 먹고 잘 살아라’나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말아라”라고 외치는 두 여중생의 우정이 오히려 더 단단하다.   

<첫날밤 이야기>는 막 초경을 시작한 아이에게 엄마랑 이모의 장난 섞인 놀림과 실질적인 충고 그리고 외할머니의 외할머니의 첫날밤 이야기이다. 옛스러움과 멋이 살아있는 첫날밤 이야기에 마음 한 켠이 따스해졌다.

<서랍 속의 아이>는 부모의 무관심이나 무지로 인해 청소년이 쉽게 육체적인 것에 눈을 뜨고 청소년이 그 뒷감당을 하기 어려운 이 사회의 모순을 얘기하고 있다. 육체의 발달은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일 텐데, 그를 가르치지도 허용하지도 않으면서 제재만을 하려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수치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쌩레미에서, 희수>는 자유롭고 쿨하게 미술공부를 하는 것 같은 희수와 집에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선우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외부적으로 보이는 것의 허상, 자유의지가 빠진 수험생의 진로와 공부 등등 현실 문제를 경쾌하게 그린다.

‘이곳에선 고흐의 그림에 넘실거리던 햇살을 느낄 수 있어. 그토록 절망적인 시기에 고흐는 어쩌면 그렇게 기쁨과 생명력이 넘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알 것 같아. 이 격정적인 천재는 결코 고통을 피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았으며, 포용하고 이해하고 사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예술로 승화시켰겠지. 그렇기에 우리는 그의 광기마저도 순수한 열정으로 기억하며 감동받는 거겠지. 여기서 난 아무것도 안 하며 지내. 내가 이곳에 왔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순간순간마다 깨닫는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거든. 이 기분을 너도 느낄 수 있다면!’ 

<키스 미 달링>은 첫 키스에 대한 갈망을 가진 열일곱 살 소년의 일상을 아주 유쾌하고 관대하게(!) 그리고 있다. 성공하는지 못하는지는 직접 확인하시라~ ^^;;

<공주, 담장을 넘다>는 공부보다 인간성 좋은 서영이, 소설 쓰는 지수 그리고 모범생이기만 하던 정민의 가출 등을 다룬 글인데, 서로의 엄마가 서로의 딸과 비교하고 아이들은 가끔 바꿔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싶을 만큼의 스트레스 등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놓은 굴레에서 가끔은 탈출하고 싶은 것이다.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은 오줌 싼 뒤에 오줌방울을 휴지로 닦았다고 쪼다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친구 생일날 가서 야한 영화를 보다 민희와 둘이 방에 갇히게 되고 친구들의 장난으로 오랜 시간 만에 풀려난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허풍을 떨고 민희는 순식간에 이상한 아이로 오인 받게 된다. 후에 난 “쪼다새끼”가 되지만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 왜냐구? 비밀이다. ^^;; 

한번 지하철에서 옆자리 여중생들이 나누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엄마, 아빠 나이 얘기를 하는데, 한 아이의 엄마는 나랑 동갑이었고 한 아이의 아빠는 나보다 두 살이나 더 어렸다(기막혀라). 근데 아이들이 통일해서 하던 말은, “늙어가지고 왜 우릴 이해 못하냐...”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내 나이가 그 아버지, 엄마의 나이 두 배가 되더라도 아이들의 호기심만은 이해해주리라 결심한다. 어른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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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비룡소 걸작선 49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기억이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과거가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아있다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그랬다.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둑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인간은 또한 망각의 동물이다. 인간이 본 것, 느낀 것, 만난 것 등등 살아오면서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다면 아마 그 기억에 치여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기억하고 적당히 망각하면서 우리는 편안히 살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기적으로 편안하게.

이렇듯 인간은 과거를, 사람을 선별적으로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사람, 기억하고 싶은 것, 때로는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우리 인간의 이러한 이기적이고 선별적인 우리의 기억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고 또 오마주다. 우리에게 제일 가까운, 사랑해야 할 사람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소중함을 쉽게 잊는 인간, 너무나 중요한 진실을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과거로 치부해 버리는 인간, 한 때는 너무나 중요성을 부여했던 우리 과거의 소중함을 까맣게 잊고 사는 인간을 비판하는 것 같다.

작가는 추리와 환상을 통해 이렇듯 기억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간다. 아버지를 까맣게 잊은 올리버와 제시카는 어느 날 경찰의 방문을 받고 자신들에게 아버지가 있었나 보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실을 잊은 것이다.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차근차근 조사를 하는 두 쌍둥이 남매를 통해 작가는 한편 환상세계에서의 모험을 그리고 또 한편 현실세계에서의 추적을 그린다. 올리버는 아버지를 찾아 잊혀진 기억의 나라로 떠나고 현실에 남은 제시카는 이젠 잊은 아버지와 올리버의 흔적을 찾는다.

‘기억이란 날카로운 양날의 칼이었다. 기억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고해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슴 아픈 기억을 머리에서 지워 버리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씁쓸한 뒷맛이 계속된다는 걸 올리버는 깨달았다.’    

딱히 환상소설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좀 헤맸다. 친 유대성향이야 그런 고통을 겪은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거부감은 없었다. 또한 성경에서 많은 의미를 찾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읽기가 지루하던지. 올리버가 겪는 모험은 처음엔 좀 황당했지만 말하는 외투부터 벌새 니피, 그리고 많은 생명을 지닌, 과거에서 잊힌 물건들 등은 나름 색달랐지만 빠져들 정도는 아니었고 현실에서 박물관 직원 미리암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와 올리버의 흔적을 찾는 제시카의 추적은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았다.

많은 부분이 실제 역사에서 다뤄진 인물이나 상황 등을 상기시키고 그와 연계해 멋진 세계를 만들어냈지만 푹 빠져들 수 없었기에 나하고는 맞지 않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이 다들 재밌게 읽어서 좀 약 오르기도 하지만 어쩌랴. 내 이해가 부족한 것을... 이런 환상 문학을 읽기에 내가 너무 늙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도 증오하지 않고, 그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아서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린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비석은 닳고, 비문은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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