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6
김리리 외 지음,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십대를 지난 지 정말 한참도 너무 한참을 지나버린 이 나이에 <호기심>을 읽으면서 나의 십대가 되살아났다. 사실 20대엔 10대 아이들을 보면 정말 내가 어릴 적에 어른들이 하던 말을 고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쩜 저리도 다를까. 어쩜 저리도 되바라졌을까. 어쩜 저리도 안하무인일까.’ ‘우리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를 꼭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학부모가 될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 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아량이 생긴 것일까. 어쩌면 호기심에 있어선 나의 십대가 지금 십대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느낀 탓인지도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성에 대해 무지하고 사랑을 갈구하긴 마찬가지니까.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성과 사랑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김리리의 <남친 만들기>, 박정애의 <첫날밤 이야기>, 신여랑의 <서랍 속의 아이>, 이금이의 <쌩레미에서, 희수>, 이용포의 <키스 미 달링>, 이혜경의 <공주, 담장을 넘다> 그리고 임태희의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의 7편이다.

<남친 만들기>에서는 친구에게 첫 남친이 생기게 되면서 생기는 여중생들의 우정과의 갈등, 너무나 풋풋해서 연애라고 하기에도 풋내가 나는 아이들의, 자그마한 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심리와 상황을 그렸다. ‘잘 먹고 잘 살아라’나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말아라”라고 외치는 두 여중생의 우정이 오히려 더 단단하다.   

<첫날밤 이야기>는 막 초경을 시작한 아이에게 엄마랑 이모의 장난 섞인 놀림과 실질적인 충고 그리고 외할머니의 외할머니의 첫날밤 이야기이다. 옛스러움과 멋이 살아있는 첫날밤 이야기에 마음 한 켠이 따스해졌다.

<서랍 속의 아이>는 부모의 무관심이나 무지로 인해 청소년이 쉽게 육체적인 것에 눈을 뜨고 청소년이 그 뒷감당을 하기 어려운 이 사회의 모순을 얘기하고 있다. 육체의 발달은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일 텐데, 그를 가르치지도 허용하지도 않으면서 제재만을 하려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수치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쌩레미에서, 희수>는 자유롭고 쿨하게 미술공부를 하는 것 같은 희수와 집에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선우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외부적으로 보이는 것의 허상, 자유의지가 빠진 수험생의 진로와 공부 등등 현실 문제를 경쾌하게 그린다.

‘이곳에선 고흐의 그림에 넘실거리던 햇살을 느낄 수 있어. 그토록 절망적인 시기에 고흐는 어쩌면 그렇게 기쁨과 생명력이 넘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알 것 같아. 이 격정적인 천재는 결코 고통을 피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았으며, 포용하고 이해하고 사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예술로 승화시켰겠지. 그렇기에 우리는 그의 광기마저도 순수한 열정으로 기억하며 감동받는 거겠지. 여기서 난 아무것도 안 하며 지내. 내가 이곳에 왔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순간순간마다 깨닫는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거든. 이 기분을 너도 느낄 수 있다면!’ 

<키스 미 달링>은 첫 키스에 대한 갈망을 가진 열일곱 살 소년의 일상을 아주 유쾌하고 관대하게(!) 그리고 있다. 성공하는지 못하는지는 직접 확인하시라~ ^^;;

<공주, 담장을 넘다>는 공부보다 인간성 좋은 서영이, 소설 쓰는 지수 그리고 모범생이기만 하던 정민의 가출 등을 다룬 글인데, 서로의 엄마가 서로의 딸과 비교하고 아이들은 가끔 바꿔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싶을 만큼의 스트레스 등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놓은 굴레에서 가끔은 탈출하고 싶은 것이다.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은 오줌 싼 뒤에 오줌방울을 휴지로 닦았다고 쪼다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친구 생일날 가서 야한 영화를 보다 민희와 둘이 방에 갇히게 되고 친구들의 장난으로 오랜 시간 만에 풀려난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허풍을 떨고 민희는 순식간에 이상한 아이로 오인 받게 된다. 후에 난 “쪼다새끼”가 되지만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 왜냐구? 비밀이다. ^^;; 

한번 지하철에서 옆자리 여중생들이 나누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엄마, 아빠 나이 얘기를 하는데, 한 아이의 엄마는 나랑 동갑이었고 한 아이의 아빠는 나보다 두 살이나 더 어렸다(기막혀라). 근데 아이들이 통일해서 하던 말은, “늙어가지고 왜 우릴 이해 못하냐...”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내 나이가 그 아버지, 엄마의 나이 두 배가 되더라도 아이들의 호기심만은 이해해주리라 결심한다. 어른답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