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비룡소 걸작선 49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기억이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과거가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아있다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그랬다.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둑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인간은 또한 망각의 동물이다. 인간이 본 것, 느낀 것, 만난 것 등등 살아오면서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다면 아마 그 기억에 치여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기억하고 적당히 망각하면서 우리는 편안히 살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기적으로 편안하게.

이렇듯 인간은 과거를, 사람을 선별적으로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사람, 기억하고 싶은 것, 때로는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우리 인간의 이러한 이기적이고 선별적인 우리의 기억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고 또 오마주다. 우리에게 제일 가까운, 사랑해야 할 사람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소중함을 쉽게 잊는 인간, 너무나 중요한 진실을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과거로 치부해 버리는 인간, 한 때는 너무나 중요성을 부여했던 우리 과거의 소중함을 까맣게 잊고 사는 인간을 비판하는 것 같다.

작가는 추리와 환상을 통해 이렇듯 기억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간다. 아버지를 까맣게 잊은 올리버와 제시카는 어느 날 경찰의 방문을 받고 자신들에게 아버지가 있었나 보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실을 잊은 것이다.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차근차근 조사를 하는 두 쌍둥이 남매를 통해 작가는 한편 환상세계에서의 모험을 그리고 또 한편 현실세계에서의 추적을 그린다. 올리버는 아버지를 찾아 잊혀진 기억의 나라로 떠나고 현실에 남은 제시카는 이젠 잊은 아버지와 올리버의 흔적을 찾는다.

‘기억이란 날카로운 양날의 칼이었다. 기억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고해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슴 아픈 기억을 머리에서 지워 버리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씁쓸한 뒷맛이 계속된다는 걸 올리버는 깨달았다.’    

딱히 환상소설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좀 헤맸다. 친 유대성향이야 그런 고통을 겪은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거부감은 없었다. 또한 성경에서 많은 의미를 찾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읽기가 지루하던지. 올리버가 겪는 모험은 처음엔 좀 황당했지만 말하는 외투부터 벌새 니피, 그리고 많은 생명을 지닌, 과거에서 잊힌 물건들 등은 나름 색달랐지만 빠져들 정도는 아니었고 현실에서 박물관 직원 미리암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와 올리버의 흔적을 찾는 제시카의 추적은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았다.

많은 부분이 실제 역사에서 다뤄진 인물이나 상황 등을 상기시키고 그와 연계해 멋진 세계를 만들어냈지만 푹 빠져들 수 없었기에 나하고는 맞지 않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이 다들 재밌게 읽어서 좀 약 오르기도 하지만 어쩌랴. 내 이해가 부족한 것을... 이런 환상 문학을 읽기에 내가 너무 늙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도 증오하지 않고, 그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아서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린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비석은 닳고, 비문은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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