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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임진평 지음 / 위즈덤피플 / 2008년 3월
평점 :
내가 아는 아일랜드는 오스카 와일드의 나라,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구교와 신교의 불화와 IRA, 영화 <타이타닉>에서 본 것처럼 미국으로의 수많은 이주민들, 역사적으로 보면, 쥘 베른조차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꼬맹이>(근간, 계수나무)란 작품에서 다뤘듯이 19세기 중반의 감자기근 등이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초록 클로버를 내세워 관광 홍보를 한 초록의 아름다운 나라로 보았고 또 몇 년 전엔 영어학원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 강사가 실업을 걱정했던 나라였다. 그리고 그 모두는 끊임없이 펼쳐지던 음악과 함께였다. 최근에 호평을 얻은 <아일랜드>라는 드라마도, 친구들이 추천해준 영화 <원스>도 아직 못 봤지만 아일랜드는 내 마음속 한구석에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자리 잡고 있는 나라다.
그런 음악의 나라를 우리나라에서 아일랜드 음악을 하는 다섯 명의 밴드, 두 번째 달 바드(BARD)가 여행을 하고 그 바드의 여행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찍은 영화감독 임진평이 아일랜드 곳곳을 다니며 한 여행에 관한 책을 냈다. 책 안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아일랜드를 보여준다. 경치, 사람들 그리고 파~아란 하늘 아래, 불빛으로 반짝이는 펍의 맥주와 함께 음악이 흘러넘친다. 덕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 정말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나라, 아일랜드를 마치 내가 다녀온 것처럼 즐겁게 여행했다.
책에는 특이하면서도(!) 개성 강한 음악을 하는 밴드의 어려움, 아직 목표를 정하기에도 어린 연주자들의 열정, 영화감독이라지만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영화 하나 없고 그나마 찍은 영화도 개봉되지 못한 채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설움(!) 등도 그려져 있다. 그럴 땐 잔잔한 슬픔이 마음을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다시 밝은 웃음을 짓고 음악이 살아 숨 쉬는 아일랜드의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바드, 초록의 들판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멤버들의 자유로움이 드라마 <아일랜드>와 <궁>에서 흐르던 음색 독특한 음악과 함께했다. 또한 작가가 성심을 다해 찍고 편집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도 궁금해졌다.
‘이 꼬마 아이는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어느 날, 동양에서 온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엄마와 즐거이 춤추던 한때를…. 난 그날, 그렇게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또 삶이 되는 음악을 지켜보았다.’
이 책은 여행기이다. 이 책은 음악여행기이다. 이 책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기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아일랜드라는 음악의 나라를 소개하는 관광책자이다. 이 책은 그들이 얼마나 즐겁게, 흥겹게 음악의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뮤지컬 여행기이다. 그 모든 게 담겨 있는 게 이 책이다. 이 책에서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 음악이란, 악기란 무엇인가.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피아노를 배우고 바이올린을 집어 들지만 실제 커서도 음악 한 곡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멋으로 드라마에서 간혹 연주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음악 전공자가 아닌 우리에게 음악은 살아있는 어떤 것이 아니고 그저 음악 수업 시간에 점수를 따야하기 때문에 잠시 배우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에게 음악은 누구나 즐기고 누구나 함께 사는 무엇이 아니고 이미 전문가의 한 분야로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니던가. 그들의 삶속에서 활기차게 숨 쉬고 흥겹게 울려 퍼지는, 그들을 하나 만들어주는 음악이, 길거리의 수많은 연주들이 어찌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늘 흥이 겨웠던 우리가, 이제 음악에 있어 그저 구경꾼일 뿐이라는 게 참 아쉬운 부분이었다. 노인과 아이가 함께 악기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면, ‘Musician's welcome’이란 말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살아나길 바란다.
‘음악은 삶의 무늬와도 같다. 어떤 이의 삶은 화려하고 어떤 이는 소박하다. 하지만 다 나름의 무늬가 있다. 음악은 때로 그 삶의 무늬를 진하게 하고 또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