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마녀
마이굴 악셀손 지음, 박현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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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 쪽이 넘는 길고긴 스토리였다. 사월의 마녀가 끌고 가는 길고긴 증오와 복수의 길을 따라, 자매 아닌 자매들의 이야기를 따라 이쪽저쪽으로, 과거와 현재가 복잡한 미로로 꼬인 길을 사방팔방으로 함께 숨차게 달렸다.

입양가정이라는 독특한 가정사와 자매들의 엄마인 엘렌, 입양된 아이들의 각각의 사연, ‘사월의 마녀’라는 새로운 개념, 자매들 간의 오해, 몸은 평생을 침대에서 보냈지만 정신만은 자유자재인 나, 그런 나를 돌보는 의사 후베르트손과의 대화 등등 증오와 사랑이 모두 숨 쉬는 가운데 가끔은 한숨이 가끔은 두려움이 이야기 전체에 나지막이 깔려있는 긴장감과 함께 흘러갔다. 안개 가득한 분위기에 새로이 드러나는 사실들… 그리고 그와 함께 밑바닥에 깔려있는 서스펜스에 반전 아닌 반전…

긴 이야기였지만 그리고 끝에 약간 김이 빠지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미스터리가 꼬리를 물고 신비한 안개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그들의 삶에 함께 휘말려 들어가 단숨에 읽었다. 육체적인 장애와 자유로운 정신이 뛰어난 상상력으로 교차하고 끝간 데 모르고 뻗어나가는 이야기는 자신의 ‘삶을 강탈해간 자매들을’ 향한 치밀한 복수극을 위해 인간 삶의 종말을 예고한다.

머리에 대망막 주머니를 뒤집어쓰고 태어난 베난단티는 둑음의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보고 “이게 뭐냐”고 묻는 엄마를 향해서 버림받았다고 여기는 장애아의 증오는 얼마나 클 것인가. 더구나 자신이 4월의 마녀일 때, 그 증오는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 것인가. 

‘그렇다, 나는 원한다. 손에 저울을 들고 번쩍이는 왕좌에 앉은 신 앞에서 내 죄를 고백하고 싶다. 그 순간이 오면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까만 구슬 세 개를 내보일 것이다. 질투의 구슬과 절망의 구슬. 그리고 마지막, 하늘이 내려준 나의 직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죄에 대한 구슬을.’  

결혼했고 아이들도 있고 의사로서 직분을 다하지만 늘 외로운 자매, 끊임없이 자유분방한 연애를 하지만 그래도 외로운 자매, 반항을 일삼다 마약과 술로 일생을 보내는 자매 그리고 장애로 평생을 침대에서 지냈던 나, 결국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인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게 엄마의 사랑이든, 남자의 사랑이든, 인류애 넘치는 한 인간의 사랑이든, 사랑이 없으면 그게 어떤 삶이든 외롭긴 마찬가지니까. 

결국 결론은 사랑이 아닐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최고의 반전 아닌 반전이 아닐까. 벤치에 앉아 내가 어둠 속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후베르트손을 가만히 지켜보는 나,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그래서 그런 삶을 준 신에게 반항한다 해도 이 신의 한마디에 뭐라 답할 것인가.    

“나는 알고 있다. 네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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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5-0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 제가 쓰는 얘기도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방식인데...ㅋㅋ
암튼 나중에라도 읽어보고 싶은군요.^^

진달래 2008-05-13 08:50   좋아요 0 | URL
아, 네,,, 궁금해지는데요. 그 이야기...
이건 좀 어두운 얘기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