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上朝日堂はいかにして鍛えられたか (新潮文庫) (文庫)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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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본들중에 짜집기 편집으로 출간된 하루키의 수필집은 여러권이다.

겹치고 중첩된 수필들도 여러개 결국 일어본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책은 주간지 무라카미 아사 히토우라는 잡지에 1997년에 연재되었던 글 모음집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생각과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유머스럽게 썼다.

사뭇 쉽고 간결하게 쓴것 같아도 읽고 나면 역시 하루키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개의 글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의 동반자,인생의 반려'라는 글을 옮겨 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행길에 어떤 책을 들고 갈 것인가 하는 명제는 누구나 고민하는 고전적인 딜레마일 것이다. 

물론 사람은 각기 독서 경향이 다르고, 여행의 목적이나 기간, 행선지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결론을 유추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에게 '언제 어떤 곳을 가든 O.K.' 라고 여길 수 있는 올 마이티적(almighty/전지 전능한)인 책이 한 권쯤 있다면, 인생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나는 중앙공론사에서 출간된 <체호프 전집>을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왜 <체호프 전집>이 여행길에 지참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인지, 적어도 나한테만은 그 이유가 명확하다.
    

1) 단편소설 중심이라서 짤막짤막하게 읽기가 쉽다.
2) 모든 작품이 완성도가 높아 거의 실망하지 않는다.
3) 문장이 읽기 쉽고 세련되면서도,
4)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기로 가득하다.
5) 사이즈도 적합하고 무겁지도 않고, 표지가 두꺼워서 구겨지지 않는다.
6) 만약 누가 표지를 힐긋 보거나 해도 '체호프를 읽고 있는걸 보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지만.
7) 이건 아주 중요한 점은 몇 번을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발견을 한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나는 여행을 할 때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체호프 전집> 한권을 가방에 넣어간다.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은 다 읽고 나서도 가지고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도일까 (대개는 두고 온다).
    

나는 같은 중앙공론사에서 졸저 <레이먼드 카버 전집>을 출간할 때도, '가능하면 <체호프 전집>과 같은 사이즈에 같은 체재로 해주셨으면 한다' 고 부탁하였다.

 그만큼 <체호프 전집>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먼드 카버가 가장 존경하였던 작가 역시 안톤 체호프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또한 무슨 인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행길에는 들고 가지 않지만 인생을 통하여 몇 번을 읽어도 다시 읽는 책이 있다.  나한테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고,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곳을 펼쳐 놓고 몇 페이지를 꼼꼼히 읽는다. 줄거리는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으므로, 어디서부터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머리로 읽다가 놓치는 부분을 그런 식으로 읽으면 오히려 신기하게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읽기에는 탁월한 문체에 밀도가 높은 작품이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또 개인적인 관심이 없어서도 안 된다.
    

명편집자로 잘 알려져 있는 맥스웰 퍼킨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그는 몇 번이나 그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거기에서 인생의 자양분과 용기와 힌트를 얻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항상 <전쟁과 평화>가 몇 권이나 비치되어 있고, 누가 오면 그 책을 선물하였다. 피츠제럴드도 헤밍웨이도 토머스 울프도 다들 한 권씩 받았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내가 옛날 <뉴요커>의 어느 편집자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책상 뒤편 책꽂이에 다나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의 영역본이 반 다스 정도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어, 그에게 질문하였다.


  "왜 똑같은 책이 몇 권씩이나 있는 거죠?"
  "내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그런 질문을 하게 하기 위해서지."
그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이 책이 얼마나 멋진 책인지 설명할 수 있고, 그리고 관심을 갖는 사람한테는 한 권 선물할 수도 있고, 자네도 갖고 싶나?"
나는 아니라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일본어로 된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으니.
  "아아, 자네 일본 사람이었지."
   

언제까지고 자신의 심금을 울리는 책 한 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렇듯 귀중한 인생의 반려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 그렇다는 뜻이다.
    

나는 얼마 전 미국의 책방에서 아주 세련된 장정의 양장본 <위대한 개츠비>를 입수하였다. 오리지널판의 복각본인 모양인데, 지질이나 인쇄상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물론 내용은 가지고 있는 몇 권의 위대한 개츠비와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감촉이 좋아 틈만 나면 손에 들고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긴다. 조금 더 실력이 향상되면,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번역해 보고 싶은데, 한참 갈길이 멀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인 관심이 깊으면 오히려 더 어려운 법인가 보다.]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속에 내인생의 반려,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줄 한권을 찾아 봐야겠다.
찾게 된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두루 건네주며 한권이 전해주는 소중한 울림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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