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험을 직접 출제, 관리하는 기관에서 수험생의 편의를 위해 공부할 자료를 제시하거나 연습문제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어떻게 어떤 수준과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지 가이드라인(guideline)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들로서는 당연히 이런 자료로 먼저 공부해야 하지만, 도저히 바로 공부하기에 실력이 모자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각급 수준에서의 참고도서류가 필요한 근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면 TOEFL 출제하는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서는 Official Guide to the New TOEFL® iBT With CD-ROM, 2nd Edition』라는 책을 내고 있으며, SAT 출제하는 미국대학입시위원회(College Board)에서는 The Official SAT Study Guide For the New SAT』라는 책을 내고 있다. 더불어 College Board에서는 매일매일 문제씩을 있는 The Official SAT Question of the Day(오늘의 SAT 문제)” (http://apps.collegeboard.com/qotd/question.do) 라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이는 회원 등록을 하고 요청하면 매일 e-mail 보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영어시험인 텝스(TEPS) 출제, 관리하는 텝스관리위원회에서도 그간 나온 각종 공식 참고서류에 이어, 매주 학습자료를 게시하는 Weekly TEPS Warming Up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서비스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3개월치 12회분의 문제를 제공한다. 매주 월요일 Listening Comprehension, Grammar, Vocabulary, Reading Comprehension 합쳐 10개 내외의 문제를 풀어 있게 하고, 정답 해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사이트에 가면 지난 3개월분의 문제를 있으니(3개월이 지난 문제는 삭제된다), 텝스 수험생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것이다
http://www.teps.or.kr/html/teps/teps_view_09.htm

TEPS 공부 방법 소개에 이어 가외로 오늘은 지난 1 28 게시된 어휘 문제를 보면서, 어떻게 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관련된 영어공부와 번역의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http://www.teps.or.kr/html/teps/teps_view_09.htm?search=2009-01-28
 

C. Vocabulary - 1
다음 글의 빈칸에 가장 적절한 표현을 고르시오.
Beautiful, awe-inspiring slick-rock scenery surrounds the park, ____ both photographers and sightseers.
(a) abolishing
(b) teasing
(c) spurning
(d) enticing 
 

해설: 빈칸 다음 부분은 부대상황 또는 결과를 나타내는 분사구문이다. 따라서 빈칸에는 분사가 들어가야 한다. 빈칸 앞에 나온 내용이 사람들을 불러모을만한 매력적인 것이고 빈칸 다음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나오므로유혹한다 뜻의 (d) 정답이다.
번역: 아름답고 장엄한 슬릭록의 풍경이 페이지 둘러싸고 있어서, 보트 타는 사람들, 하이킹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진가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주석: awe-inspiring: 외경심을 일으키는, 장엄한
slick-rock: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트랜실베니아(Transylvania) 카운티의 피스가 국립산림지(Pisgah National Forest) 있는 슬릭록 폭포(Slick Rock Falls) 가리킴. 폭포의 정상과 바닥에 있는 바위가 미끄러워 ‘slick roc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tease: 집적거리다, 애타게 하다, 괴롭히다, 희롱하다
spurn: (사람, 제의, 충고 등을) 퇴짜 놓다, 경멸하다
entice: 꾀다, 유혹하다
정답: (d)

 

필자의문은 다음의 3가지이다.
 1. slick-rock이란 무엇인가?
2. 위 문제에서 slick-rock이란 단어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와 관련이 있는가?
3. 위에 제시한 해당 원문에서는 '그 공원(the park)'이었는데, 번역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페이지 단순 오타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연유가 있는 말인가?
 

1. slick-rock이란 무엇인가?

slick이란 형용사 여기에서의 뜻은 매끄러운, 반질반질한이다. 중간에 하이픈이 들어간 주의하자. 그러면 slick rock’ slickrock 중간 단계라는 뜻이다. 즉 'slick rock'은 매끄러운 바위라는 형용사가 붙은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으며, 자주 사용되다 보니 하이픈이 붙었고, 복합명사인 slickrock’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 실제 워드 프로그램의 맞춤법 검사기능에서는 마지막 복합명사에 붉은 밑줄로 인상을 쓰며 틀렸다고 한다.

미국의 Merriam-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11th edition)에는 단어가 독립 항목(independent item)으로 나와 있고 뜻은 smooth wind-polished rock(바람에 의해 풍화되어 매끈매끈한 바위)’이며, 1925년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Random House Unabridged Dictionary(1997 or 2006)에 의하면 rock or a rock formation that is smooth and slippery(반질반질하고 미끄러운 암석 또는 암석층)’이라고 한다. 군데 외에는, 심지어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이르기까지, 다른 영어사전에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단어가 나오는 사전 모두 미국 사전이므로 단어는 Americanism 산물이라고 하겠다. 주로 사암(砂岩: sandstone) 바람에 풍화가 되므로, 미국 내에서 사암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 중에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는 미끄럽고 반질반질한 바위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것을 slick rock’이라 했다가 점점 복합화의 과정을 거쳐 slick-rock’, ‘slickrock’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slickrock 대표적으로 많이 있는 곳은 서남부(Southwest) 지방으로 유타, 콜로라도, 아리조나, 뉴멕시코 4 주가 만나는 Four Corners 근방의 국립공원 밀집 지역에서 많이 있다(미국 내의 50 가운데, 4 주가 군데서 만나는 곳은 Four Corners’ 유일한 것이 신기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비(Edward Abbey) 1971 사진첩 제목이 Slickrock; The Canyon Country of Southeastern Utah』일 정도로 이 지역을 묘사하는 책들에서 이 ‘slickrock’이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Exploring Canyonland Arches National Parks (by Bill Schneider, The Globe Pequot Press, 1996)』 또는 『Glen Canyon Lake Powell (by Ronald Everhart, The KC Publications, 1994, 4th Printing)』같은 관광소개서를 보면 아예 ‘slick rock’이라든지, ‘slick-rock’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고 전부 ‘slickrock’이라고 되어 있을 정도이다.

2. 위 문제에서 slick-rock이란 단어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와 관련이 있는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가 slick-rock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맞지만, 거꾸로 이 폭포 때문에 그런 단어가 나왔을 리는 없다. 즉 위의 문장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슬릭록 폭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따라서 주석의 slick-rock 해설은 전혀 엉뚱한 것이다.

3. 위에 제시한 해당 원문에서는 공원(the park)’이었는데, 번역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페이지 단순 오타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연유가 있는 말인가?

필자가 보기에 원래 원문은 Beautiful, awe-inspiring slick-rock scenery surrounds Page, enticing both photographers and sightseers.” 비슷한 것이었다. 여기서 페이지는 아리조나주의 마을 이름이다. 1957년 글렌 캐년 댐(Glen Canyon Dam) 건설 노동자들의 주거를 위해 만들어진 조그마한 도시로, 파월 호수(Lake Powell)무지개 다리(Rainbow Bridge) 또는 그랜드 캐년 북쪽(the North Rim of Grand Canyon) 관광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이 근처가 slickrock의 본고장으로 바로 애비의 나라(Abbeys country)이기도 한 것.    

참고를 위해 맨 아래에 애비의 책을 일부 인용해 두었다. 이 작가에 대해서는 필자의 마이리뷰 에드워드 애비: 신화와 탈신화화 (http://blog.aladin.co.kr/bryantkwon/1042260)를 참고하시라.     

 

 

(페이지 근처의 슬릭록)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물론 필자의 한 가지 추리에 지나지 않는다. 추리 과정을 통해 영어공부와 번역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망외(望外)의 소득이다.

slick-rock이라는 단어는 앞서 말했지만 보통 사전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아무래도 온라인 무료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찾은 것 같다. 여기에서 slick-rock을 찾으면 딱 맞는 것은 없지만 비슷한 것 중에 Slick Rock Falls가 있고 이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 이 백과사전에 대해서는 필자의 마이페이퍼 위키백과(Wikipedia)와 구텐베르그 프로젝트: Two Copylefted Movements (http://blog.aladin.co.kr/bryantkwon/1618960)을 참조하라.

Slick Rock Falls is a waterfall in Western North Carolina, located near Brevard. The falls is named for the slick rocks at the top and bottom of the falls.
Location: Pisgah National Forest, Transylvania County, North Carolina

위의 주석 내용이 여기 몽땅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백과사전이나 사이트를 찾아봤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기라는 의심이 든다.

그런데 위 문제의 출제자/해설자/편집자가 보니 페이지와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페이지는 분명히 아리조나주에 있는데 웬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폭포가 나온단 말인가? 그냥 '페이지' 마을이 아니고, 페이지 카운티(Page County)’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지명이기도 한데, 하필이면 위의 노스캐롤라이나주 바로 위쪽에 붙어 있어서, 혹시 여기와 혼동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 관광을 조금 아는 사람이면 위 문장의 묘사가 아리조나의 페이지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동부이고 아리조나는 서부에 있으니 그 간격은 엄청나다.

그래서 누군가가 아마도 원문에서 (surrounds) Page’[또는 (surrounds) the park(s) near the Page] 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surrounds) the park라고 고쳐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번역에서 슬릭록의 풍경이 페이지 둘러싸고 있어서부분은 미처 고친 같다. 이런 아귀가 맞지 않는 편집의 흔적은 번역의 "보트 타는 사람들, 하이킹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진가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both photographers and sightseers"로 줄어든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지, 아리조나 항공사진: 사진 앞쪽의 계곡이 콜로라도 강으로 왼쪽으로 가면 댐이 나온다.)

 

그 결과 이런 엉뚱한 번역과 주석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그런데 어떻게 필자는 이런 이상한 것을 잡아 낼 수 있는가? 이것이 영어공부와 번역에 있어서 생각해 점이다.

세상사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공부에 있어서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필자가 slickrock을 몰랐거나, 페이지(Page)를 몰랐던들 이런 의문은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예외적이라면, 번역, 주석과 원문이 틀리는 데 대해 의아심을 품고 추적하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부류륻 들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필자는 예전에 이 slickrock이라는 단어를 공부한 적이 있고(물론 위에 나온 각종 책들을 볼 때 공부한 것이다), 또 페이지는 책에서 본 것 외에도 실제 가 본 적이 있다. 파월 호수를 통한 레인보우 브리지(아래 사진 참조: 높이 87미터, 길이 82미터 정도 되며, 물과 바람에 의해 깎인 자연 브리지로, 인근에 사는 인디안 나바호족의 성소이다) 투어를 위해 페이지에서 일박(一泊)한 적이 있는 것이다.      

(Rainbow Bridge National Monument)

 

- 배경 지식 또는 정보(back ground knowledge or information)가 많을수록, 지적 호기심이 왕성할수록 영어공부에 도움이 된다.   

-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는, 의심 나면 계속 뒤지는 발품, 손품 팔기가 필수적이다. (이는 바쁜 중고등학생들보고 하라 그럴 수는 없다. 그러면 누가 이걸 해야 되는지는 자명할 것이다. Yahoo나 Google에서 Image 검색으로 'Page'나 ''slickrock' 검색을 해 보든지, 영어사전을 모아 놓은 사이트인 OneLook Dictionary(www.onelook.com) 에서 'slickrock'을 찾아보든지 하면 금방 위의 내용을 알 수 있다.)   

 

*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 에드워드 애비는 1956년부터 2년간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에서 공원관리인(park ranger)로 일했다. 이때 쓴 에세이를 모은 것이 1968년 출판된 Desert Solitaire』로 애비의 책 중에서는 가장 널리 읽히는 것이다. 그는 이때 친구와 함께 노 젓는 고무보트로 콜로라도강을 2주일에 걸쳐 탐사한 적이 있으며, 이 기록을 책의 한 장으로 삽입했다. 아래 인용은 그 책의 국내 번역본인 『태양이 머무는 곳, 아치스: 한 반문명주의자의 자연예찬(황의방 옮김, 두레, 2003)』247~313페이지 사이에서 발췌한 것이다. 필자는 부끄럽지만, 애비가 예언한 대로 유람선에 타고 레인보우 브리지 턱밑까지 왕복하는 방법으로, 5시간 만에 이 자연다리(natural bridge)를 구경하고 온 적이 있다.


인간 비버들은 콜로라도강에 또 다른 댐을 만들어야 했다. 후버댐으로 생긴 미드호(湖)라는 거대한 진흙 바닥과 증발 탱크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그들은 글렌캐년에 한층 더 크고 한층 더 파괴적인 다른 댐을 만들었다……. 댐으로 갇힌 물은 파월이라는 인공호수를 만들게 된다. 파월이라는 호수 이름은 콜로라도강과 주변을 체계적으로 탐험한 최초의 미국인인 웨슬리 파월 소령의 정신과 비전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그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 강은 사라지고 말았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나는 물에 잠기기 전의 글렌캐년을 운좋은 소수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다……. 다음 글은 글렌캐년을 마지막으로 여행한 기록이다. 그때 우리는 이미 이곳이 파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6월 하순의 어느 날, 랠프 뉴컴과 나는 콜로라도 강가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미…… 건설중에 있던 댐으로부터 240km 상류에 자리잡고 있었다……. 무지개 다리로 가는 길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글렌캐년 댐 공사장까지 모터보트로 불과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또 그 자연의 다리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오솔길을 걸어 협곡을 10km쯤 올라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음 굽이를 돌자 예기치 않게 돌다리가 나타났다……. 무지개 다리는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동쪽 암벽 밑까지 올라가서 방문자 명부에 랠프와 나의 이름을 썼다. 그는 1만 4,467번째였고 내가 그 다음이었다. 백인이 무지개 다리를 처음 찾은 것은 1909년이었으니까, 그로부터 반 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고, 무지개 다리가 그리 널리 선전된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곳까지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물론 새로 건설되는 댐이 모든 것을 개선해줄 것이다. 댐에 물이 채워지면 다리가 보이는 곳까지 물이 찰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는 모험이었던 이곳 탐방이 평범한 모터보트 놀이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강의 굽이를 도니 앞쪽 멀리 왼편 강가에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얗고 딱딱한 직사각형의 무엇인가가 보였다. 보트가 서서히 다가서자 글렌캐년에 첫 번째로 세워진 입간판이 똑똑히 보였다. 물가 바위에 박힌 그 간판은 바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주의: 당신은 글렌캐년 댐 공사장에 접근하고 있다. 모든 보트는 전방 1마일 오른편에 있는 케인 크리크 선착장에 상륙해야 함. 공사장 부근에서 보트를 타는 것을 엄금함. 위반자는 처벌함. 

미국개간청" 

 

(에드워드 애비가 생전에 그토록 폭파하고 싶었던 글렌 캐년 댐.  

그의 대표작 소설 "Monkey Wrench Gang"에서는 준공식 날 부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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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PS RC The TEPS 시리즈
서울대 언어교육원 외국어교육센터 지음 / 다락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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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원래 2008년 9월에 올린 것이었는데, 평자가 서재를 정리하다가 잘못하여 날아가 버렸다. 이에 다시 올린다. 추천해 주신 분도 있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평자는 이전에 TEPS의 개발처(test maker)인 서울대 언어교육원이 지은 문법책에 대한 서평에서 TEPS 문법을 “죽은 왜색(倭色) 영문법의 재판”이라고 혹평한 적이 있다. (“TEPS 문법 이대로 좋은가”, http://blog.aladin.co.kr/bryantkwon/654204)

금년 6월에 나온 또 다른 공식가이드(Official Guide: test maker가 직접 낸 책을 이렇게 부른다)인 이 책은 문법만은 아니고 어휘, 독해 등 Listening을 제외한 전 부분을 다루고 있으며(Listening은 다른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있다), 저자는 “서울대 언어교육원 외국어교육센터”이고, “서울대 언어교육원 지정 TEPS 가이드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문법 부분을 보면 지난 번과 비교할 때 분명히 발전한 점이 있으니, 죽은 문법놀음인 왜색 영문법 냄새가 없어지고 실제 용례에 근거한 문법으로 바뀌었으며, 영미권의 전통적인 문법체계에 맞춘 설명이 풍부해졌다는 점은 우선 반갑다. (왜색 영문법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은 ‘엣센스영한사전’ 뒤편의 부록 문법설명이나 성문영어를 보면 된다.)

우선 말해둘 것은 이 책은 앞의 서평과의 일관성을 기하기 위해 주로 문법 부분만을 검토한다는 점이다. 어휘와 독해 부분에 대해서는 TEPS 시험 전체의 구성과 같이 묶어서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TEPS라는 시험 자체가 원래 TOEFL 같은 Academic English도 아니고, TOEIC 같은 Non-academic English도 아닌 어중간한 특색을 갖고 있는지라, 어휘나 독해 부분이 이 양 부분의 짬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또 어떤 면에서 살아 있는 영어란 어느 한쪽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골고루 잘해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시험관리위원회가 TEPS 953점을 TOEFL 만점(iBT 120점)과 비교한 표를 자신 있게 제시하는 것은, 평자가 보는 현재 시험의 수준으로는 만용으로 생각되니, 시험의 질과 난이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할 것이다. 즉 학문에 필요한 다양한 고급 단어와 좀 더 장문의 어려운 지문해독(독해 및 청해 양쪽 모두)을 포함하는 대신, 점수 깎는 것을 목표로 하는듯한 애매한 문제, 까다로운 문법, 어휘 부분에서 slang 또는 informal한 idiom 문제는 줄여야 할 것이다. 900점 이상을 ‘1+급’이라 하여 “외국인으로서 최상급 수준의 의사 소통 능력. 교양 있는 원어민에 버금가는 정도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전문분야 업무에 대처할 수 있음”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 과연 현재 TEPS ‘1+급’ 수준에 맞춘 공부로 “교양 있는 원어민에 버금”가는 영어가 가능할까? 이 점에 대해서 평자는 매우 회의적이며, “교양 있는 외국어 화자(educated foreign speaker)” 수준에서 그친다고 본다. TOEFL보다 TEPS 점수 따기가 어떤 면에서는 어렵다는 일부의 평은 TEPS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그 수준에 대한 비판으로 들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시험 구성이 언어의 4가지 기능 중에서 수동적(소극적) 이해 기능인 듣기와 읽기로만 구성되어 있고, 현재 TPES에서는 더 중요한 능동적(적극적) 표현 기능인 Speaking & Writing은 별도 시험으로 시행되므로 사실상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4가지 기능을 진작에 전부 도입한 IELTS, 최근에 도입한 iBT TOEFL과는 많이 대조가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했다고 우리끼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냉혹한 국제 경쟁사회가 이를 봐줄 리 만무하니, 하루 빨리 도입을 서둘러야 진정한 영어시험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필자가 이 TEPS의 공식지침서에 대해서 가지는 의문은, 시험에서는 이를 구분한다고 하는데 지침서의 설명에는 ‘label(용법, 체, 라벨)’ 구분이 왜 전무(全無)한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문법의 Part I은 대화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구어체 문법을 다룬다고 하며, Part II는 담화문이며 전통문법을 다룬다고 한다. 어휘에서도 Part I은 구어체 어휘, Part II는 문어체 어휘를 테스트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지침서 어디의 설명에도 이를 구분해서 설명한 곳은 없으니, 이 부분은 독자가 알아서 하라는 걸까? 물론 이 점은 이 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영문법서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문제점 중의 하나이지만, 시험에서 Part 별로 구분이 될 정도라면 설명도 구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이 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는 점은 앞서 말했지만 다음에 검토할 오류를 보면 역시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년간 지켜온 TEPS의 시크릿 봉인이 열린다”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 공식지침서에 이렇게 많은 오류가 있다는 데 책임을 통감하고, 빨리 개정판이나 다음에 나올 책을 통해 이런 오류를 정리함으로써, 이 시험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더구나 여러 종류의 공식 지침서, 기출 문제집이 서로 다른 출판사(이 책의 출판사인 다락원 외에도 서울대 출판부, 에듀조선에서 해설서나 기출문제집이 나온다)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사정은, 독자의 혼란을 불러오고 시험 자체와 지침서의 권위를 떨어트릴 우려가 있으므로, TEPS위원회는 이를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고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제부터 이 책의 오류를 검토하기로 하자.

p.37 목적어가 둘이면 수동문도 둘이다.
The company offered me a job.
⇒ I was offered a job from the company. / A job was offered to me from the company.
- 끈질지게 국내 영문법서에 등장하는 4형식 수여동사의 수동문 문제이다. 위 설명 바로 밑에서 수동문이 될 때 나머지 문장 요소는 변함이 없다고 했는데, 두 번째 수동문(간접목적어인 ‘a job’을 주어로 하는 1차 수동문)에서 원래 없던 전치사 ‘to’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이는 원래 능동문을 3형식으로 전환한 후(The company offered a job to me.) 수동문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며, 실제 이 ‘to’는 때로 생략되어 ‘A job was offered me from the company’라는 문장도 쓰이므로, 엄격하게 4형식 동사가 수동문이 둘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면 이 경우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뒤 페이지인 p.38, 1번 문제(An award was given Mr. Brown)는 틀린 곳이 없다고 해도 되는 것이다. 물론 ‘to’가 있는 쪽을 ‘more formal’로 봐야 할 것이며, 이 문제가 Part I에 나오느냐, Part II에 나오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4형식 문장의 수동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평자의 다음 마이페이퍼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영어공부에 대한 단상 (11) (http://blog.aladin.co.kr/bryantkwon/443368)
성문영어의 진화 (http://blog.aladin.co.kr/bryantkwon/1081944)

p.41 함께 쓰이는 동사와 형용사
go mad 화나다
- ‘화나다’는 ‘get mad’이고, ‘go mad’는 ‘go insane’, 즉, ‘돌아버리다’는 의미이다.

p.56 would와 used to
used to는 과거의 상태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습관)을 표현할 때 would는 과거의 고집이나 불규칙적인 습관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We used to go to the beach every week, but now we don’t. (매주 해변에 갔지만)
I would often get up late on weekends. (종종 늦잠을 자곤)
- 예전 성문영어에서나 보던 이상한 설명인 규칙적 습관(used to), 불규칙한 습관(would) 구분이 다시 나오는데, 이는 아무 의미 없는 구분이다. 같은 뜻을 가진 이 둘 사이의 차이점은
(1) used to는 상태, 동작(행위) 양쪽 동사에 다 쓸 수 있지만, would는 동작에만 쓰인다.
(2) used to는 동사 형태상 과거임이 명백하므로 과거 부사구의 도움 없이도 쓸 수 있지만, would는 다양한 용법을 가지므로 과거 부사구와 함께 써야 과거 습관임을 오해 없이 알 수 있다는 두 가지 점이다.
몇 페이지 뒤(p.65)를 보면, When I was a child, I would visit my grandma every weekend라고 저자 자신이 앞에서 한 설명을 스스로 부정하는 예문이 나온다.

p.56, 4번 문제
I (worked, have worked) all day. 답: have worked.
- What did you do yesterday? 라고 물으면 I worked all day라고 답할 수 있고, What did you do today? 또는 What have you done today? 라고 물으면 I have worked all day라고 답할 수 있으므로 둘 다 답이다.

p.57 미래 표현 be going to, be V~ing
I’m going to see a doctor tomorrow. ⇒ 이미 결정되어 있는 미래. 예약했음
I’m meeting John on Friday night. ⇒ 계획되어 있는 미래. 약속했음
⇒ 예약은 약속이 아닌가? Be going to와 be V~ing는 의미상 거의 차이가 없지만, 위처럼 굳이 구분하자면, 마음 속으로 이미 결정을 한 상태를 be going to로, 예약이든 약속이든 그 결심이 어떤 외부대상과의 사전조율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일정으로 정해지면 be V~ing으로 쓰는 것이다. 따라서 ‘예약’했다면 I’m seeing a doctor tomorrow로 쓰는 편이 나을 것이다.

p.63, 8번 문제
Kathy Hammond is known to be an authority on sociology for a long time.
- ‘~라고 알려져 있다’는 표현은 ‘be known as 명사구’이지, ‘be known to be 명사구’가 아니다. ‘be known to’ 뒤에는 동사가 와서 ‘~한다/하다고 알려져 있다’는 의미가 된다.
Bears are known to hibernate. (곰은 동면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He is known to be healthy for his age. (그는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p.68 조동사의 과거형은 아니다. 과거의 의미를 나타날 때는 ‘조동사+have p.p.’를 쓴다.
p.74 유일하게 과거형으로 과거를 나타내는 조동사는 ‘능력’의 의미를 나타내는 ‘can’이다.
- 앞뒤가 말이 달라진 것보다는 과장이 심한 것이 문제이다. 조동사의 과거형인 ‘could, would, should, might’은 현대영어에 와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 기본 의미는 해당 조동사의 과거이다. 이는 화법전환을 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아래의 이런 would를 각각 ‘backshift’, ‘future in the past(과거 속의 미래)’라고 한다.
He said, “I will do it.” (직접화법) ⇒ He said (that) he would do it. (간접화법)
In 1508, the Spanish explorer Juan Ponce de Leon—the same Ponce de Leon who later would seek the fountain of youth—landed on Puerto Rico. (후일 찾게 되는)

p.72, A: if 생략구문
가정법 문장에서 if가 생략되면 주어와 동사의 어순이 도치되는데, 이 때 동사는 be, had, should에 한한다.
- 영어책이 그 대상수준이나 집필의도에 따라 일정한 생략과 단순화가 필요한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이 책의 도치 설명은 그 중요한 두 가지 구분인 주어-동사도치와 주어-조동사도치를 한데 버무려놓음으로써 이상해졌다. If 생략 시의 도치는 주어-조동사도치이며, 이때 도치되는 조동사는 were(be동사는 원래 본동사와 조동사를 겸한다. 부정문과 의문문으로 바꿀 때를 생각해 보라), had, should에 한한다. 따라서 아래 문장들은 도치할 수 없으므로 위의 설명은 불충분한 것이다.
If I had a book, I could read it now. (이 문장은 Had I a book으로 도치할 수 없다. 여기서 had는 조동사가 아닌 본동사이기 때문이다.)
If he was rich, he could lend you some. (가정법에서 were의, 특히 영국식 informal인 was는 도치할 수 없다.)

p.72, C: as if 가정법
He says as if he didn’t know about it at all.
- say(아무 말이나 하다)와 talk(의사소통을 하다, 대화하다)의 차이를 깜박한 문장. He talks as if he didn’t know about it at all라야 덜 어색할 것이다. 다음 페이지(p.73) 2번 문제를 보라.

p.73, 4번 문제와 답
It was quite an exciting party. I wish you had been[gone] with us.
- ‘with us’에서 이 화자가 참석한 파티임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gone’을 쓰면 틀린다. ‘come’을 써야 할 자리이다. Come과 go에 대해서는 아래 마이 페이퍼 참고.
http://blog.aladin.co.kr/bryantkwon/630892

p.82, 1번 문제 해설
주어로는 완료형 동명사가 오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 단순형 동명사(~ing)나 완료형 동명사(having p.p.) 둘 다 주어 자리에 올 수 있지만 그 시제 차이가 있으므로 문맥에 맞는 것을 골라 쓰는 것이다. 다음 예문은 L. G. Alexander, Longman English Grammar, Pearson Education Ltd., 초판 12쇄, 2003, p.314에서 나온 것이다.
Jenny’s not having been trained as a dancer is her one regret. (무용수로서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

p.85, 분사의 위치
It’s not so easy to cure broken heart. (다친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 heart는 가산(Countable), 불가산(Uncountable) 양쪽으로 쓰이지만 마음이라는 뜻일 때는 가산명사이고 따라서 a broken heart가 맞는 표현이다.

p.88, Teacher’s Advice
분사구문에서 being/having been은 뒤에 오는 어구가 너무 짧을 때에는 생략되지 않는다.
Being the only daughter, Sally is the treated like a princess by her brothers. (외동딸이라서)
- 분사구문이나 축약 관계사절에서 being/having been은 생략하는 것이 원칙이며, 분사구문에서 이를 굳이 남겨둘 때는 이 분사구문이 이유(cause, reason)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뒤에 오는 어구의 길이는 being/having been을 남겨두는 사정과는 무관하다.
As she is the only daughter, Sally is treated like a princess by her brothers. (외동딸이라서 샐리는)
바로 위 문장을 분사구문으로 고친 것임을 보이기 위해 앞에 being을 남겨두는 것이며, 아래 문장과 대조해 보라. 아래에서 the only daughter은 주어와 동격구이다.
The only daughter, Sally is treated like a princess by her brothers. (외동딸인 샐리는)

Born in the country, I know farming pretty well. (시골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 경우 아래 분사구문의 뜻과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앞에 Having born을 쓸 수 있다.)
Born in the country, I later moved to this city. (시골에서 태어난 후/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p.89, 시험에 이렇게 나와요 1번 문제
Missing the last bus of the evening, Alex waited by the curb for a taxi.
(알렉스는 마지막 버스를 놓쳐서 길 모퉁이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 위 문제의 답은 (c) Missing이 아니라 (d) Having missed이다. 알렉스가 버스를 놓친 사건과 길가(curb는 ‘모퉁이corner’가 아니라 차도와 인도 또는 차도와 가로수 사이의 경계가 되는 돌. ‘갓돌’ 또는 ‘연석緣石’을 말한다)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사건 사이의 선후는 분사구문에서 완료형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단순형 분사구문은 버스를 놓친 사건과 택시를 기다린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바로 아래의 감각 익히기 1번 문제의 답은 Having found a nice motel to stay in, they proceed to the beach라고 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시라. 문장의 접속(coordination and subordination)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제(tense)를 쓰는 방법은 달라지니 아래 문장의 시제와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Alex missed the last bus of the evening, and/so he waited by the curb for a taxi.
(순접의 사건전개를 보여주는 and/so 같은 대등접속에서는 같은 시제인 과거로 나타낸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책의 시제서술이 가관이 되고 말 것이다.)
After he (had) missed the last bus of the evening, Alex waited by the curb for a taxi.
(after라는 접속사는 그 의미상 앞뒤 사건의 순서에 관한 오해의 소지가 없기 때문에 과거완료 대신에 과거라는 단순시제만으로도 가능한데 이를 종속절에서의 시제단순화 tense simplification in subordinate clause 라고 한다.)
When he missed the last bust of the evening, Alex waited by the curb of a taxi.
(when절에서는 그 절에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뒤 주절의 사건을 유도해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느냐, 관련성이 부족하고 시간의 단절이 있느냐에 따라 과거나 과거완료를 구분해 쓸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마지막 버스를 놓친 사건이 기다리는 사건을 불러와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p.93, Practice Test 2번 문제 및 답 해설
A: I like studying at the library. It’s so quiet and peaceful.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아. 정말 조용하고 평화롭거든.)
B: Me, too. Studying at home, as distracting as it is, does not allow me to get much done.
(나도 그래. 집에서 공부하면 산만해져서 많은 것을 하지 못해.)
(a) distracted
(b) distracting
(c) to district
(d) being distracted
- ‘as 형용사 as it is’ 구문을 원인/이유로 해석했지만 이는 진짜 이유를 나타내는 구문인 ‘as it is distracting(정신을 산만하게 하므로)’과는 전혀 다르다. 양보를 나타내는 구문인 ‘though/as it is distracting’에서 보어가 전치(fronting)되는 현상을 ‘though attraction’이라 하는데(attracting though/as it is), 이 구문을 미국영어에서는 앞에 종종 as를 추가하여 ‘as 형용사 as it is’ 형식으로 쓴다. 따라서 as distracting as it is = distracting as/though it is = though/as it is distracting (정신을 산만하게는 하지만),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문장의 뜻이 이상해지므로 밑줄 친 자리에는 책의 선택지처럼 distract와 관계되는 단어가 와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as comfortable as it is(편안하기는 하지만)’ 이런 표현이 와야만 논리적이 되므로, 구문을 오해한 결과 잘못 출제된 문제라고 하겠다.

p.99, who: 선행사가 사람인 경우
I will invite the man (whom) I asked a favor. ⇒ 목적격
- 선행사가 사람이고 관계절에서의 역할이 목적어일 경우에는 목적격을 쓰며, 생략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whom)이라고 표시했는데, usage의 label이 빠진 설명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대영어의 spoken English에서는 whom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가장 비격식체로 쓴 것이 생략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목적격임에도 불구하고 주격인 who을 쓰는 것(이는 informal spoken, formal spoken, informal writing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쓰인다)이며, whom은 formal writing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은 영어의 가장 기본적 어순구조인 SVO(주어-동사-목적어)가 영미권 화자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관계사절의 맨 앞자리이므로 자꾸 주어라는 기분이 들어 주격을 쓰게 되는 것이며, 이와는 반대편에서 생기는 현상이 He is taller than me 같은 문장으로, 이는 formal writing에서는 He is taller than I (am)이 되지만, 보통은 문장의 마지막 자리는 목적어로 의식하기 때문에 me를 써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p.100, F: 선행사와 분리된 관계사
Kim is one of the best novelists in Korea who left a lot of masterpieces.
(김은 많은 걸작을 남긴 한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 선행사는 one of the best novelists
- 이 ‘one of the 관계사절’ 구문은, 위 문장에서는 다행이 이를 피했지만, 관계사절의 시제가 현재일 경우 주어동사 수의 일치(SVA: subject verb agreement)까지 개입되는 골치 아픈 문제이다.
This expression is one of the controversial usage problems which have/has been debated hotly.
영국의 문법가 마이클 스완은 여기 관계사절에서의 단수 동사를 informal로 인정하면서도 엄격하게 따지면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Michael Swan, Practical English Usage, 2판 16쇄,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506.1, p.528). 평자도 이에 동의하며, 이는 문장의 논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위의 선행사가 (the best novelists가 아니라) one of the best novelists라면, 위의 한국말 번역은 “김은 많은 걸작을 남긴, 한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중간에 쉼표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다시 영어로 옮길 때 관계사절 앞에 콤마가 들어간 비제한적(non-restrictive. 소위 ‘계속적’) 용법이라야 잘 대응이 되는 것이다.
Kim is one of the best novelists in Korea, who left a lot of masterpieces.

p.107, Practice Test 4번 문제 및 해설
A: Where did you spend the night during your road trip? (도로를 여행하는 동안 밤엔 어디서 묵었니?)
B: We stopped for the night ____ we happened to be. (정해놓지 않고 밤에 도착하게 되는 곳 어디에서든 묵었어.)
(a) when
(b) where
(c) wherever
(d) whenever 정답 (c)
- 책의 답이나 해설대로라면 A의 대사에서 ‘밤’이 단수인 ‘the night’이 아니고, 복수인 ‘the nights’가 되어야 한다. 이를 문제에서 단수로 표시한 이상 ‘하룻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고, 화자들끼리는 이 여행이 ‘1박2일’이라는 사실 또는 2박 이상일 경우에는 그 중 어느 하룻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답이 (b)라야 맞다. 단복수 차이로 답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것.

p.113, A: 기본 대명사의 사용
We[You/One] should obey our[your/his] parents.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 일반인칭: 보통 사람
- 보통 사람(generic/general people)을 말할 때 ‘one’을 ‘he’로 받는 것은 feminism이 힘을 얻은 이래 금기시되는 용법이다. 더구나 ‘one’은 소유격으로 ‘one’s’, 재귀대명사로 ‘oneself’, 복수형으로 ‘ones’까지 있다. 이를 일일이 ‘he or she’, ‘him or her’, ‘his or her’ 등으로 받는 것도 귀찮고, 또 계속 ‘one’과 그 비슷한 이형(異形)이 글에 등장하는 것은 style상 매우 보기 싫으니, 글을 쓸 때 현명한 방법은 we나 you를 써서 이를 피해가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Michael Swan의 Practical English Usage의 2판에는 “미국영어에서는 보통 one을 he, him, his로 받지만 영국영어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 나오지만(392.6, p.394), 사실 영국이 더 문명화(civilized)가 일찍 된 것이 아니라 미국영어 역시 이 책 이전부터 이미 ‘one’을 ‘he’로 받는 사조는 없어졌고, 스완의 책에서도 최신판인 3판에서는 이 설명이 사라졌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다음 문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영어이다.
Each student has homework do all by himself. (p.115) (him or herself)
Each of them has his own potential. (p.117) (his or her)
이 문제가 귀찮아서 단수 부정대명사 또는 단수총칭을 성(gender)이 없는 복수인 they로 받는 문장이 사전 예문에 나올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A teacher must be impartial to his or her/their students.

p.115,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표현
a number of –의 수, the number of 많은
- 오타로 보이지만 이는 중요한 사항이니 언급을 해둔다. 설명이 바뀌었다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혼동하지 않아야 할 표현을 혼동한 것.

p.125, 6번 문제
Growing children need a balancing diet.
- 동명사 주어는 단수이므로 need가 needs가 되어야 한다. 오타인지 학생들이 잘 틀리듯이 주어를 children으로 착각한 건지 불분명하다.

p.126,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
quite/rather 위치: 관사앞뒤, 형용사 앞 quite an old book
p.128, 감각 익히기 3번 문제
This is a quite difficult test (X) ⇒ This is quite a difficult task. (O)
- 설명과 예문, 문제가 일치하지 않으면 독자는 매우 혼란스럽다. 일반적 용례에 따라 위치 설명을 ‘관사 앞’으로 바로잡는 것이 좋겠다.

p.128, A: 원급 비교: as(so) ~ as
- 긍정문에서는 as ~ as만 쓰이고, 부정문에서만 not so ~ as도 가능하다.

p.129, 관용 비교 구문
no longer/no more 더 이상 ~하지 않는다
- no more는 현대영어에서는 양이나 정도에 쓰여도 기간에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이 표현이 나오는 문장은 대개 옛날 것이다. no longer는 not any longer, not any more와는 바꿔 쓸 수 있다.
He no longer works here.
He doesn’t work here any longer.
He doesn’t work here any more.

p.130, Teacher’s advice
둘 John studies hardest in his class. ⇒ 부사의 최상급은 the 없이 사용된다.
p.132, 5 동일 대상이나 부사를 제외하고 최상급의 표현에는 언제나 the가 붙는다.
- 부사에도 최상급에는 ‘the’를 붙이는 것이 ‘격식체(formal)’이고 informal에 정관사가 붙지 않는 것인데, label 구분 없는 설명은 부사 최상급에 정관사를 붙이면 틀리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부사의 최상급에 정관사를 붙인 문장을 실제 잘 보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보는 대개의 글이 informal이기 때문이지 문법적으로 그렇기 때문은 아니다.

p.132, 3 much, too 등의 어순
It is a much too dangerous job.
- much가 too를 수식하는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a too dangerous job이란 표현은 영어어순에는 맞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too dangerous a job이라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문장은 It is much too dangerous a job이라야 한다.

p.137, 이어동사와 목적어
pick up Mary / give up the job ⇒ 명사가 목적어일 때는 뒤
p.142, 4번도 위와 대동소이한 설명
- 이어(二語)동사란 ‘two-word verb’란 비문법적 속명의 번역어이지만 가능하면 그 일반적 문법적 명칭인 ‘구동사(phrasal verb)’란 표현을 쓰는 것이 낫다. 안 그러면 put up with 같은 것은 ‘삼어동사(three word verb)’로 불러야 하니까. 이 구동사에서 대명사가 목적어일 때는 마지막에 오지만 명사가 목적어일 때는 중간에(동사와 파티클 사이) 와도 된다. 물론 이 명사구가 길어지며 맨 마지막에 오는 것이 보통이며. 이는 영어문장의 정보전달구조상 ‘end weight’라는 다른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 위의 불완전한 설명은 다음과 같은 이상한 문제를 낳는다.
p.139, 감각 익히기 4번 문제
When will you pick (up Mary / Mary up)? 정답: up Mary
- 당연히 둘 다 맞는 것이다. 구동사에 대해서는 평자의 다음 마이 페이퍼를 참고하시라.
동사숙어의 두 가지 형태: 구동사와 전치사적 동사 (http://blog.aladin.co.kr/bryantkwon/805330)

p.138, B: 도치구문
-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주어-조동사도치(SAI: subject auxiliary inversion)과 주어-동사도치(SVI: subject verb inversion)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림으로써 이해에 혼란을 준다. 이를 구분 설명하지 않으면 왜 Never did I dream that this was possible에서는 did란 조동사가 나오고, Down went the bus over the cliff(앞 문장과 같은 문법현상이라면 Down did the bus go over the cliff가 되어야 마땅하리라)에서는 그렇지 않은지 궁금하겠지만, 부정어구 전치에 의한 도치인 전자는 주어-조동사도치이고, 장소부사구 전치에 의한 도치인 후자는 주어-동사도치인 것이다. 게다가 p.142, 1 부정어구가 문장 앞에 있으면 주절 주어와 동사는 반드시 도치된다는 설명에 only를 포함하고, Only at dawn can he fall asleep을 예를 들었다. Only는 ‘어느 하나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부정’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부정어 문두 전치에 의한 도치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다른 부정어(negative words)를 앞세운 도치가 필수적(mandatory)인 것과는 달리, 임의적(optional)이다. 즉 only가 문장 앞에 나온 경우는 도치를 해도 되고, 그냥 이동이 비교적 자유스러운 부사구 전치로 보아 도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미국영어에서는 도치를 해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도치하지 않은 문장을 틀렸다고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p.145의 다음 5번 문제의 답은 3개이다.
Only by looking into your own heart ____ clear.
(a) your vision becomes
(b) becomes your vision
(c) your vision can become
(d) can your vision become
- 앞의 평자 설명에 따르면 (b)만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책의 답인 (d) 설명은 이렇다. “only가 있는 어구가 문장 앞에 있으면 주절 주어와 동사를 도치하지만, 이 때 도치될 수 있는 동사는 조동사, be동사, 대동사 do, have이다.” 또 뒤의 p.155, 9 어순 출제 예시에도 Only in this area hunting is allowed는 틀린 문장이고, 이를 Only in this area is hunting allowed로 해야 맞다고 하는데 역시 이상한 문제이다. 도치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평자의 다음 마이 페이퍼를 참고하시라.
도치구문(Inversion) (http://blog.aladin.co.kr/bryantkwon/541161)

p.141, 감각 익히기 4번 문제 및 답
There sat a boy I thought was a beggar. (X)
⇒ There sat a boy who I thought was a beggar. (O)
- I thought는 삽입구이므로 관계사절에서 주어가 빠졌다. 따라서 who를 보충하는 것이 당연하며, 특히 이 문제는 thought의 목적어로 착각하여 whom이 빠졌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유명한 오류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informal로 주격 관계사도 생략이 가능하며, 이 문장에서처럼 관계사 바로 뒷 자리에 삽입절이 있을 때 자주 일어나는데 아마도 ‘I’가 관계사절의 주어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각에서 오는 것 같다. 왜 평자가 label 구분이 필요하다고 자주 강조하는지 이해가 가리라. 공시적 지침서의 해설자가 이럴진대, 실제 시험이 이렇게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지?

p.143, Practice Test 2번 문제, 답 및 해설
A: I don’t think I’ll be able to enjoy this vacation. I have so many deadlines to meet.
B: ____. I wish I could just forget about them.
(a) So do I.
(b) So I do.
(c) Neither do I.
(d) Neither I do.
답 (c). 여기서는 주절이 부정문이므로 neither을 써야 한다.
- A의 대사는 한 문장이 아니라 두 문장으로 되어 있으므로 주절이 어느 것(I don’t think or I have)을 가리키는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바로 뒤 B의 대사 뒷 부분을 보라 them(deadlines)에 대해서 잊고 싶다는 말이 나오므로, 앞 부분은 So do I ( = I have so many deadlines to meet, too.)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에 맞으리라. 그러면 답은 (a)이다.

p.152, Practice Test 10번 문제, 답 및 해설
Rescuers are in search ____ passengers of a plane that crashed into the ocean on Tuesday.
(a) by (b) to (c) for (d) after
정답 (c). 어구 in search for ~을 찾아서
- 동사일 때와 다른 품사일 때 뒤에 오는 전치사가 같은 것도 많지만(예를 들어 occupy with, occupation with), 다른 것들도 있어 애를 먹이는데(예를 들어 sympathize with, be sympathetic to, feel sympathy for 또는 independent of, independence from), 이 search도 그런 넘 중의 하나이다. Search가 자동사로 쓰일 때는 search for/through가 되지만, 명사일 때는 in search of = searching for가 되는 것. 착각에 의해 잘못 출제된 문제다.

p.157, 10번 문제, 답 및 해설
(a) A: I’m having a hard time writing this paper.
(b) B: What exactly is about your paper?
(c) A: It concerns the Native American tribe called the Cherokees.
(d) B: It sounds like you need to narrow your subject a bit.
정답: (b)를 What exactly your paper is about? 로 고친다. B문장의 평서문 어순은 Your paper is about what exactly이다. what exactly가 문장 앞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그대로 있어야 간접의문문 어순이 된다.
- 출제나 편집과정에서 B의 대사 앞에 있던 Can you tell me 같은 것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 위 문제에서 (b)는 의문사가 있긴 해도 그냥 직접의문문이지 간접의문문이 아니다. (b)가 틀린 것은 사실이지만 What exactly is your paper about? 이라고 해야 할 것을 about의 위치를 임의로 your paper 앞으로 옮겨 틀린 것이다.

p.159, 1번 문제
(a) The greatest challenge to interstellar travel a reality is speed.
- 한 단어가 빠짐으로써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The greatest challenge to make/render interstellar travel a reality is speed.

p.160, 6번 문제
(b) Convenience products are those that a consumer needs but that he or she is not willing to spend very much time or effort shopping for.
- 이 문장은 but 뒤에 that이 들어감으로써 이상해졌다. Those를 수식하는 관계사절이 하나이면서 그관계사절 자체가 but이 들어간 대등절로 보든지, 아니면 those that과 병렬을 맞추어 but those that으로 쓰든지 둘 중의 하나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Convenience products are those that a consumer needs but he or she is not willing to spend very much time or effort shopping for.
Convenience products are those that a consumer needs but those that he or she is not willing to spend very much time or effort shopping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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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ing the SAT Writing Test: An In-Depth Writing Workout (Paperback)
Denise Pivarnik Nova 지음 / Wiley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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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의 수능시험인 SAT에 전면적으로 문법(Grammar)이 도입된 것은 얼마 되지 않으니, 2005년 3월부터 시행된 현행 the SAT Reasoning Test(속칭 SAT I)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the SAT Subject Tests(속칭 SAT II)의 선택과목으로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서도 학교 수업시간에는 문법을 등한시한다. 심지어 동사(verb)를 설명하기에 지친 문법 선생이, 애들에게 ~ing를 붙일 수 있는 단어들, 즉 study, swim, be 따위가 동사라고 설명한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들은 바 있다.  

미국 대학 신입생들이 문법을 몰라 엉망으로 글을 쓰는데 분격한 대학 관계자들이 SAT 시험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책임을 가진 미국대학입시위원회(College Entrance Examination Board, 약칭 College Board)는 어떻게든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미국 수능시험의 직접적 수요자인 대학 측의 강력한 요구로 바뀐 제도 때문에 현재 SAT 수험생은 모두 이 문법을 봐야 하는데, Writing 800점 중에 포함되며, 대략 70% 정도의 비중을 갖는다.  

Writing의 나머지는 25분 걸리는 에세이 한 편 쓰기이며, SAT I 전체는 독해(Critical Reading) 800점, 수학(Math) 800점을 합해 2,400점 만점이다.

이 SAT 문법은 그 다루는 범위나 문제 형식이 독특한데 미국인의 실용성(practicality or pragmatism)을 엿볼 수 있다. 즉 광범위한 영문법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미국 대학생들이 리포트를 낼 때 가장 잘 틀리는 문법사항만을 골라서 다루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중의 보통 영문법 책으로는 이 시험을 대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서의 문법 경시 풍조(영국과 비교하면 확연하다)는 이런 책들의 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이런 책들이 오히려 쓰레기인 형편에까지 온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고등학교 영어선생 출신이라고 되어 있다. 출판사인 와일리(Wiley)는 미국에서 유명한 학습교재 출판 브랜드인 CliffsNotes를 가지고 있으며, 이 책 표지에도 “Brought to you by the experts at CliffsNotes”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다음의 몇 가지 예를 보면 왜 이 책이 ‘full of garbage’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하필이면 이런 책이 우리나라에서 팔리다니 씁쓸한 뿐이다. 끝까지 오류를 다 잡아내서 미주알고주알 해설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겠다.


p. 9, 1번 문제 및 13페이지 해설
a number of sounds that makes it unintelligible’을 맞는 문장이라고 해설한다. 주어가 number 단수라나? 물론 ‘a number of 복수명사+복수동사’는 형태(form)가 의미(meaning)에 자리를 내준 예외적인 경우라고는 볼 수 있지만, 잘 확립된 용법이기 때문에, 이걸 단수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난 문법을 전혀 몰라요”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 9, 3번 문제
He told her about the plans that had been set up for coercing the competing companies
⇒ ‘plan’이란 명사는 ‘plan to do something’이라고는 써도, ‘plan for doing sth’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for coercing’을 ‘to coerce’로 고쳐야 된다.

p. 10, 7번 문제
Known for his scathing satires and insightful criticisms, the writer Jonathan Swift, he wrote a number of literary works that have been universally accepted as fine literature.
⇒ 쓸데없이 주어가 둘인 틀린 문장이다. 이걸 답이라니 한심하지만, 더 웃기는 것은 아래의 ‘a number of literary works that have been’이다. 바로 위의 설명대로 하자면 틀리는 문장을 아래에서는 버젓이 쓰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맞는 문장이고 위의 설명이 엉터리다.

p. 43, 예제
Always keeping in mind that whatever we decide, we must look to the future and not to the past.
⇒ 문장의 동사가 날아가 버린 소위 ‘fragment’이다. 아래와 같이 고쳐야 한다.
Always keep in mind that whatever we decide, we must look to the future and not to the past.

p. 48, 5번 문제 및 같은 페이지 해설
The cafeteria was in a shambles; all the decorations were on the floor, tired and cross chaperones wandered around and the band kept playing.
이 문장의 뒷 부분은 접속사가 없기 때문에 틀린 소위 ‘run-on sentence’이다. 따라서 마지막 절 바로 앞의 콤마(?)가 세미콜론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 절의 앞의 콤마가 뭘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놓고도 답은 and 앞에 콤마를 넣은 것으로 고쳐 놓았다.
The cafeteria was in a shambles; all the decorations were on the floor, tired and cross chaperones wandered around, and the band kept playing.
⇒ 앞의 해설은 다 엉터리고, 고친 답은 맞는 것이다. 즉 절이 셋 이상이라도 죽 나열할 때는 접속사는 마지막에 하나만 있으면 되고, 나머지는 콤마로도 족한 것이다. “S + V, S + V, and S + V.” 이렇게 쓰는 것.

p. 65, 2번 문제 및 p. 67 해설
Carlos did not want to go to the Frost Daze Dance, nevertheless, his friends convinced him to attend the once-in-a-lifetime event, and he also knew his grandmamma wanted him to socialize more.
이 문장에는 틀린 곳이 없어, 그대로 맞는 답이다.
⇒ ‘nevertheless’는 부사(adverb)에 불과하다. 즉, 접속사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위 문장은 ‘nevertheless’를 ‘but’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nevertheless’는 ‘however, therefore, thus’와 함께 학생들이 자주 접속사로 착각하는 부사이다. 한편 뜻은 비슷하지만 ‘notwithstanding’은 ‘부사, 전치사, 접속사’ 세 가지로 쓰이므로 이와 혼동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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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며칠 전에 치뤄진 2009 대입 수능 외국어(영어) 영역 홀수형 46-48번 문제의 지문으로 순서를 바로잡은 후의 것이다.

(A) One Saturday during the summer, I asked my father if he would go down to the schoolyard and play basketball with me. I had just finished the fifth grade, and wanted desperately to make the middle school team the coming fall. (a) I couldn’t believe my ears when he called for my mother and sister to come along, for, in the traditional fashion, my mother was the house accountant, the launderer, and, of course, the cook.

(D) When we arrived, my sister immediately ran off to the swings, and (d) I recall being annoyed that my mother wasn’t following her. I dribbled awkwardly around the free-throw line, almost losing control of the ball, and made a flat shot that bounced wildly off the basket. The ball fell to my father, who took a few not so graceful dribbles and missed an easy layup. (e) He rebounded his shot and passed the ball to my mother, who had been watching us from the foul line.

(B) She turned from the basket and began heading the other way. (b) “Um-mah,” I cried at her, my irritation already bubbling over, “the basket’s over here!” After a few steps she turned around, and from where the professional three-point line must be now, she effortlessly flipped the ball up in the air, its flight truer and higher than I’d witnessed from any boy or man. The ball curved cleanly into the basket, stiffly popping the chain-link net. All afternoon, she rained in shot after shot, as my father and I ran after her.

(C) When we got home from the playground, my mother showed me the photograph album of her high school days. I was shocked to learn that she had been the top player for the national high school team that once won the all-Asia championships. (c) For years I kept it in my room, on the same shelf that housed the scrapbooks I made of basketball stars, with magazine clippings of great players such as Bubbles Hawkins, Pistol Pete, and George Gervin.


원저의 상황이나 자구의 뜻을 그대로 옮기는 번역(translation)과는 달리, 번안(adaptation)에서는 자구의 의미는 그대로 옮기더라도 원저의 상황 또는 무대를 역자가 원하는 시대와 장소로 바꾼다는 점에서, 이 양자는 구분된다. 즉 예를 들어 20세기 초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21세기 한국으로 번안하는 경우, 지명, 인명, 시대 등 주위 상황이 다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번안을 일단 시작하면 철저해야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은 미국 이야기, 뒤는 한국 이야기가 섞이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예를 들어 ‘아일랜드(Ireland) 더블린(Dublin)’ 거리의 악사가 ‘하프(Harp)’가 아닌 ‘거문고’를 타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위의 지문 역시 철저하지 못하여 우스꽝스러운 번안의 한 예를 보여준다.

이 6학년짜리가 숭배하는 농구스타들의 이름을 보라. Bubbles Hawkins, Piston Pete, George Gervin? 혹시 아는 이름이라도 있는지? 필자로서도 ‘George “Ice(man)” Gervin’ 외에는 알지 못하겠다. 이 사람은 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중반에 활약한 왕년의 NBA 스타이다. 나머지 둘을 알아보니 이렇다.
Robert (Bubbles) Hawkins: 역시 NBA에서 70년대 후반 4년 정도밖에 활약하지 않은 선수
(Piston) Pete Maravich: 역시 NBA에서 70년대에 유명했던 선수로 꽤 이름이 있었다. ‘피스톤 피트’는 몰라도 ‘피트 마라비치’ 하면 필자도 아는 이름이다.

Can this situation be in Korea? 이것이 필자의 의문이다. 중간 (B)의 (b)에 보면 ‘Mom’ 또는 ‘Mommy’가 아니라 ‘Um-mah(엄마)’가 갑자기 나오는데, ‘엄마’가 적당하자면 뒤에서 이 아이가 좋아하는 농구선수 이름이 ‘Bubbles Hawkins, Pistol Pete, and George Gervin’이 아니라, ‘신동파, 유희형, 박한, 김동광’ 또는 ‘신선우, 이충희’라든지 하다못해 ‘우지원, 이상민’, 요즘 같으면 ‘김승현, 김주성’ 같은 이름이라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조금 양보하여 한국 어린이라도 NBA 스타를 좋아할 수는 있으니까 '마이클 조단,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라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C)에 의하면 이 ‘엄마’는 ‘아시아 여고농구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왕년의 고교 국가대표 출신 농구스타였다는 점은 위 지문을 손본 사람이 ‘한국’이란 상황을 설정하고 있단 증거이지만, 또 (A)에 보면 얼마 전에 5학년이 끝났다는데 여름이라는 것, 또는 5학년이 끝났는데 다가오는 가을에 중학생(middle school: 미국에서는 보통 6~8학년이다)이 된다는 것, 이런 상황은 배경이 미국이라는 방증이 될 것이다.

유일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궁리는 “이 왕년 농구스타 출신의 한국인 부부는 나중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또는 그녀를 미국에 있는 신랑감(이 사람은 어떤 나라 사람인지 모른다. 위에서는 밝혀져 있지 않다)이 초청해서 결혼했다. 그리고 위의 상황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라는 것이지만, 이는 너무 궁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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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에서 문화적 차이로 말미암아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가 ‘관용구 또는 숙어(idiom)’이란 넘이다. 이 말의 정의가 “문법적으로 어떤 주어진 언어에 특정되거나 그 구성요소의 개별적 의미로부터 뜻을 이해할 수가 없는 언어 형식 또는 표현 (A speech form or an expression of a given language that is peculiar to itself grammatically or cannot be understood from the individual meanings of its elements)”(American Heritage Dictionary)인지라, 개별 단어의 뜻으로 짐작하면 틀리는 것이 다반사(茶飯事: 밥 먹고 차 마시듯이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표현에 따라 난이도는 차이가 있어 그래도 어느 정도 추리가 가능한 다음과 같은 것들도 있다.

move like a greased lightning (그리스, 즉 구리스를 칠한 번개처럼 움직이다 ⇒ 매우 빠르다, 총알 같다)
take a chance (기회를 취하다 ⇒ 운에 맡기고 한번 해보다)
stab someone in the back (등을 찌르다 ⇒ 뒤에서 비겁한 짓을 하다 ⇒ 배반하다)
put something on the back burner (가스 렌지의 뒤쪽 버너에 올려놓다 ⇒ 뒤로 미루다)
out of the blue (‘blue’에 정관사가 붙었으니 명사로 사용되었다. 여기서의 뜻은 ‘푸른 하늘’. 원래 문구는 ‘like a bolt out of the blue’이니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청천벽력 같은, 정말 뜻밖의, 불시의’ 이런 의미이다.)

하지만 도대체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다음과 같은 표현도 있다. 아래 것들은 모두 엣센스영한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even steven (동등한, 동점인)
fit as a fiddle (매우 건강한)
paint the town red (술집을 전전하며 화끈하게 놀다)
Break a leg! (성공을 빈다!)

이런 표현들은 의례히 그 어원(語源, etymology)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을 달고 다니며 그 신봉자들끼리는 아주 쓸데없는 논전을 벌이곤 하지만, 외국인학습자로서 우리의 관심은 그 싸움의 승자가 누구일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뜻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idiom과 informal/spoken/colloquial expression(비격식적 또는 구어적 표현) 또는 slang(속어)의 차이는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중고급 영어학습자들이 공부 도중에 이런 표현과 닥쳤을 때 상식으로 글의 뜻이 이해가 안 가면 찾아볼 필요는 있지만, 이런 말만 골라서 일부러 공부한다든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제목의 ‘the whole nine yards’란 표현도 어원에 대해 그런 논란을 가진 관용구이다. 직역하면 ‘9야드 전체 (1 yard ≒ 0.914m)’가 되지만 이 말의 뜻은 쉽게 말하면 ‘everything possible’이며, 통상 나열하는 뜻을 가진 문장의 끝에 대시(dash)나 쉼표(comma)를 하고 그 뒤에 쓴다.

I remember our high school prom. We had long dresses, white gloves, limousines – the whole nine yards. (Longman American Idioms Dictionary)

이 표현은 영어사전에도 올라가 있다. 다음은 “Macmillan English Dictionary for Advanced Learners of American English”의 ‘yard’ 항목 밑의 설명이다.

the whole nine yards  AmE informal  everything
go the whole nine yards ( = do everything possible)  We could go the whole nine yards and define every word in the sentence.

미국영어의 구어와 속어에 관한 좋은 참고자료인 “NTC’s Dictionary of American Slang and Colloquial Expressions”에는 “the entire amount; everything. (Origin unknown. Possibly referring to the standard size of a cement mixing truck, 9 cubic yards.)”라는 설명과 함께 “For you I’ll go the whole nine yards”와 “You’re worth the whole nine yards”를 예문으로 제시한다.

필자가 이런 표현의 어원이 궁금할 때 자주 찾는 사이트인 Wordorigins.org (http://www.wordorigins.org/)에 의하면 이 표현만큼 어원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도 없지만 어느 설명도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한다. 주요한 설로는,
(1) 2차대전 때 미국공군 전투기에 탑재된 50캘리버 기관총의 500발 탄환벨트의 길이
(2) 위 NTC Dictionary의 설명
(3) 스코틀랜드 고지(highland) 남자용 스커트인 킬트(kilt)의 길이
(4) 수의(壽衣)의 길이
(5) 돛배 돛대 사이의 길이 등을 들고 있으며, 마지막 가능성으로 미식축구설도 검토한다. 이에 의하면 이 표현이 미식 축구로부터 유래되었다면 반어법으로/비꼬는 방법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한다. “‘9야드를 전진한다’는 것은 10야드라는 목표에 아깝게 못 미치는 것 (One final possibility is that it derives from American football, but was originally intended to be ironic. To go the whole nine yards was to fall just short of the goal of ten yards.)” 미식축구에서는 공격 측이 4차례 다운(볼을 땅에 놓고 라인을 짜서 공격을 시작하는 것) 기회 내에 언제라도 10야드를 전진하면 다시 ‘처음 공격권(first down)’을 획득하는 것이므로 필자도 이 견해에 공감하며, 그러면 ‘everything’이라는 현재 뜻이 미식축구에서 유래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본 다른 여러 책이나 사이트에 의하면 위의 (1)을 주장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 같다.

한편 비슷한 뜻의 idiom으로는 ‘whole bag of tricks’, ‘the whole ball of wax’, ‘the whole enchilada’, ‘the whole shebang’ 등이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idiom 하나를 길게 설명한 것은 다음의 이유에서다. 최근에 우연히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 중 하나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교학사, High School English, 심명호•안현기•황종배•Chris H. Lee•김윤석 공저, Lesson 2 “Lessons from the Neighborhood”), 다음은 그 중 한 구절이다.

I planted trees a few years back. I carried water to them and sprayed them, the whole nine yards (about 8 meters). Now they expect to be waited on hand and foot. Whenever a cold wind blows, they tremble and chatter their branches.

우리가 이제까지 공부한 그 넘이 딱 버티고 있는데 그 뒤 괄호 안의 친절하신 해설을 보라!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the whole nine yards’를 미터법으로 환산하여 ‘about 8 meters’라고 토를 단 것이다. 혹시나 하여 그 자습서(교학사, High School English 자습서, 심명호•안현기•황종배•Chris H. Lee•김윤석 공저)를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해석되어 있다.

“나는 물을 날라서 9야드 전체에 뿌려 주었다. 이제 그것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돌보아 주기를 기대한다.”

도대체 뭐가 9야드란 말인가? 정원의 길이? 물을 나르는 거리? 나무의 높이? 이런 해석을 ‘두리뭉실 대충대충’이라 그러지 않으면 뭐라 그럴 것인가?

그 뒤의 ‘wait on somebody hand and foot’라는 표현 역시 ‘idiom’으로, 이 숙어는 ‘do everything for someone so that they do not have to do anything for themselves (남을 위해 모든 짓을 다해 그들이 손 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되게 하다)’(위의 Macmillan 사전)라는 뜻을 가지므로 ‘go the whole nine yards’와 비슷한 내용이며, 여기서 'hand and foot'은 "끊임 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with concerted, neverending effort)"(American Heritage Dictionary)란 뜻의 부사구. 즉 앞뒤 문장에서 비슷한 뜻을 다른 숙어를 써서 중복을 피하면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수동태로 바꾸면 ‘somebody is waited on hand and foot’이 되고, 마지막에 ‘by me’가 생략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문을 제대로 해석해 보자.

“몇 년 전에 나무를 심었다. 물도 나르고 뿌려도 주고 온갖 짓을 다했다. 그러자 이넘들이 이젠 손이야 발이야 온갖 시중을 들라고 한다.”

매일 수십 종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어지럽히는 영어잡담이나 남을 호리기 위한 영어비급(秘笈) 제목을 단 잡서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참 씁쓸하다. 외국인이 영미문화의 모든 세세한 점을 알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따라서 숙어의 뜻을 놓칠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5명이나 이름을 걸고 만든 교과서가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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