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Engine SAT vocabulary
서울어학원 R&D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SAT는 미국의 대학입학시험(수능)이지만 요즘은 조기유학생이나 국내 외국어고등학교/민족사관고/영재학교 등을 통해 바로 미국 대학에 학부생(undergraduate)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 주변에서도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시험이다. 원래는 Scholastic Aptitude Test(학문소양 또는 수학능력 시험)의 약자라고 알려졌지만 요즘은 굳이 어떤 말의 약자가 아니라 그냥 SAT*라고 하며, 일반적인 수학(修學)능력을 측정하는 SAT I (종전 이름이며, 현재의 정확한 명칭은 ‘SAT Reasoning Test’이다)과 과목별 성취도(achievement)를 측정하는 SAT II (종전 이름이며, 현재의 정확한 명칭은 ‘SAT Subject Tests’) 둘로 나뉘어진다. 이 중 영어 및 이 책과 관련된 것은 SAT I, 즉 SAT Reasoning Test로, 명칭에 걸맞게 영어로 사고하는 능력(읽기와 쓰기)과 수학에서의 기초적인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KT를 굳이 ‘한국전기통신공사’라고 예전이름을 되살려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또 acronym이 아닌 abbreviation이기 때문에 ‘에스에이티’라고 한 글자씩 읽는 것으로 굳어져, 한 단어처럼 발음하면 안된다. 따라서 한 번의 SAT 시험은 ‘an SAT test’이지, ‘a SAT test’가 아니다.

2,400점 만점에서 영어가 1,600점이고, 그 중 800점은 Writing(작문 - 문법 및 에세이 쓰기)에 나머지 800점이 Critical Reading(이하 C/R: 독해)에 배정되는 이 시험에서 단어가 갖는 비중은 얼마나 되며, 나아가 일반적인 영어공부에서 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C/R의 67문제 중에서 단어시험의 유형인 Sentence Completion(문장완성. 이하 S/C - 뒤에 실제 예를 보여줄 것이다)은 19문제이므로, 28.35%(227점)이다라고 하면 쉽겠지만, C/R에서 다른 하나의 유형인 Passage-based Reading(지문독해)에서도 통틀어 6~8개 정도의 Vocabulary in context 문제(문맥에 맞는 단어 뜻 찾기)가 나오는 데다가, 그 지문을 읽어내는 기본이 바로 단어실력이라는 데 이르면, 단순한 28.35%라는 수치는 과소평가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Writing에서도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에세이 평가기준 중의 하나가 다양한 어휘의 사용이라는 점, 약 70%의 비중을 가진 문법에서도 우선 문제로 주어지는 문장을 읽어내는 데 단어가 필수적이며, 또한 여기 문법에서도 ‘diction(word choice. 어휘선택)’이라는 거의 단어시험에 가까운 문제유형이 있고, ‘idiom(관용구)’이라는 문제유형 역시 넓게 보면 단어실력이라고 할 수 있으니, SAT 시험에서 단어실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 생각보다는 훨씬 커진다. 아예, 필자는 SAT 영어의 기본은 단어이고 그 다음이 문법이라고 단언할 정도이다. (그 다음은 사고력과 실전문제의 연습이라 할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모든 언어실력의 가장 기본적인 building block이 바로 단어이고 그 다음이 문법이란 점을 필자는 집 짓는 경우에 비교하곤 한다. 단어가 집을 쌓는 블록이라면 문법은 그 블록을 쌓는 법인 것이다. 이것들 없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해든 청해(listening)든 잘 안되는 사람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단어실력의 부족이라고 봐도 지나침이 없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세간의 속설과는 달리 듣기와 말하기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문법공부를 소홀히 하는 점이다. 특히 단어공부 및 테스트에 있어서 수동적인, 따라서 쉬운, 영한 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의사를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한영 방식(우리말을 보고 영어단어를 생각해 내는 방법)을 소홀히 하는 점과 단어공부에 소리를 결합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런 영한방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영어를 봐야 우리말이 떠오르지(그것도 영어단어의 의미를 까먹지 않는 한), 우리말이나 마음 속의 의사를 영어로 바로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영한방식으로 공부하면 한영방식은 저절로 되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편 이렇게 기억한 단어를 꿰는 방법이 바로 문법이니, 우리말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한다고 했지 않은가? 영어 어순(word order)과 우리말 어순의 차이와 몇 가지 기본적인 문법사항을 알고, 우리말을 영어로 떠올릴 수만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떠드는 수준의 기본적인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한번 더 강조하건대, 듣기와 말하기는 이 단어와 문법 기초만 제대로 공부해 두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소홀히 하고 어줍잖게 단편적인 회화연습에 열중하는 것으로는 절대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고 될 일인가?

                                                    *          *           *

서론이 좀 길었지만 이 서평의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원어민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SAT 시험의 단어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생 내지 대학교 초년생에게 기대하는 단어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파생어를 어디까지 독립단어로 볼 것인가 정의하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지만 대략 1만 5천~2만 사이라고 이야기한다*. 한때를 풍미한 Harold Levine의 유명한 단어책 제목이 “22,000 Vocabulary”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이 2만 단어가 정확히 어떤 것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배워야 하는지 우리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쪽 설명으로는 고등학교까지의 학교 공부와 과제 또는 권장도서로 주어지는 책 읽기 및 언론(신문, 잡지, TV)에의 노출 등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그 정도 되리라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SAT 수험생들(중고교 과정을 미국으로 유학하는 조기유학생 포함)과는 물론 사정이 다르다.
* It’s common to see figures for vocabulary quoted such as 10,000-12,000 words for a 16-year-old, and 20,000-25,000 for a college graduate.
http://www.worldwidewords.org/articles/howmany.htm

미국에서 SAT 단어책으로 제일 유명한 것이 아마도, Princeton Review라는 학원 및 입시교재 출판사에서 나온 단행본 ‘Word Smart’*라는 책(이하 WS. 1, 2권을 합해 독립적인 표제어는 1,657 단어에 그치지만, 뒤쪽 부록의 Hit Parade 부분과 그 자매서인 Word Smart Junior까지 합하면 대략 3,000단어 가까이 된다)과, Barron’s Educational Series, Inc라는 출판사에서 자주 갱신해서 나오는 ‘How to Prepare for the SAT(현재 23rd edition)’라는 책, 정확하게는 그 속에 있는 Barron’s 3,500 Word List일 것이다. 프린스턴 리뷰는 프린스턴 대학 졸업생이 만들기는 했어도 프린스턴 대학이나 미국의 교육과정평가원 격인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 미국의 대학교육협의회인 College Board와는 무관한 영리회사이며 배런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한 군데 이름난 곳이 Kaplan이라는 회사인데 이 역시 영리회사이며 Washington Post 및 Newsweek와 같은 그룹 소속이다. 이 캐플란에서 나온 SAT 교재 역시 비슷한 단어리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 WS는 여러 번 판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넥서스출판사에서 나온 1, 2권 합본 한글판(2001년. 이 한글판은 2004년 개정판이 나왔다)을 썼다. 이 책 원본의 가장 최근 판은 WS I이 4판(2006. 8), WS II가 3판(2006. 8)이다. Word Smart Junior도 역시 1, 2권 두 권으로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넥서스출판사에서 Word Smart Basic이라는 제목으로 합본되어 나온 책을 사용했다. 단어책이라는 사정상 어떤 것을 써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 책들은 모두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모르고 시험에 자주 나오는 소위 족보단어들을 골라 뽑은 책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 책만으로 무언가 미흡한데, 우리나라에서 SAT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미국학생들과 비교해 영어 사용 경험과 공부 경로가 다르다 보니 이런 족보책 한 권으로는 SAT 준비를 끝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런 2, 3천 단어짜리 족보책들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이, 외우기도 어려운 이런 고급단어들을 기껏 외워봤자 그 이전 수준의 좀 더 기본적인 단어를 모른다는 점이니 그 점을 잘 고려해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시중에 나오는 각종 단어책을 가지고 SAT를 준비하는 단계를 생각해 보자.

Duo 3.0, 링구아포럼 TOEFL Voca* 2004 등 기본적인 단어책 ⇒ 본격적 토플 시험에 대비한 단어책 (해커스나 이익훈 등) ⇒ 본서나 Word Smart 같은 SAT 족보단어책
* 원어민 화자들은 절대로 ‘vocabulary’를 ‘voca(보카)’로 줄이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이 단어가 ‘vo-cab-u-lary’ 4음절로 되어 있어, 정 줄이자면 그 1, 2음절을 사용하여 ‘vocab’이 된다는 것을 안다. 매우 비영어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우리나라 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보카’라는 말이 이런 영어책에까지 버젓이 오르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필자는 Barron’s 3,500 List의 까다롭고 어려운 단어는 권하지 않는데, 역시 ETS에서 시행한다는 이유 하나로 미국의 일반대학원 입학시험인 GRE(Graduate Record Exam)에 겨우 나올까 말까 한 단어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책들을 다하고도 시간과 정력이 남는 사람이면 몰라도, 연습문제 하나 없이 알파벳 순으로 나열한 이 지겨운 리스트를 보는 일은 시간낭비에 가깝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가 진짜로 권하는 법은 따로 있다. SAT 단어를 누가 정할까? 당연히 이 시험을 만드는(test making) College Board일 것이다. 이 기관에서 SAT 시험을 볼 사람은 이 단어들을 반드시 공부하시오 라고 내놓은 것은 없지만 대용으로 삼을만한 기준은 있으니, 여기에서 직접 내놓은 지침서(이렇게 직접 시험을 출제하는 데서 내는 지침서를 Official Guide라고 한다)야 말로 오래된 영어로 하면 ‘from the horse’s mouth’일 것이고, 요즘 용어로는 ‘from the straight/original source’, ‘from the test maker’일 것이니 이보다 더 진정한(authentic)한 것이 있을까?

현 SAT의 Official Guide(The Official SAT Study Guide: For the New SAT, 2004년부터 나오고 있으며 이 책은 시험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내용이 바뀌지 않는다)나 College Board의 홈페이지인 www.collegeboard.com 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자료의 단어를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 필자의 충고이다. 수험생의 현재 실력에 따라 다 다르므로 정확할 순 없지만 대충 말하면 3-4천 정도의 공부해야 할 단어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단어들을 완전히 안다면 시험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단어들을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은 따른다. 하지만 “No pain, no gain”이고 “Easy come, easy go”가 아닌가? 사전 가까이 하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는 것이다. 더구나 단어란 놈은 외우면 까먹는 것이 정상인 만큼, 이렇게 Official Guide를 공부하여 나만의 사전을 만들고(쉽게 말하면 단어장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런 족보책들까지 다시 공부한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자꾸 실생활에서 써서 기억하든지 아니면 되풀이하는 것이 단어공부의 정석이니까. 

                                                   *           *           *

이 책은 우리나라의 SAT 학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그만큼 기대를 가지고 분석해보았다. WS같이 미국학생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그런 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책의 머리말에서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많은 단어를 담고 있는 두꺼운 어휘집이나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에 맞지 않는 영어 원서 SAT 책을 보면서 아쉬워했을 여러분을 위한 책... 미국대학수학능력 시험 만점을 위한 SAT 필수 어휘... 지금까지 SAT 실제시험에 출제되었고 앞으로도 출제될 가능성이 200%인 필수어휘 1700개를 60일만에 완성한다.” 사실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이 책의 장단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필자가 항상 단어책을 분석 평가하는 기준은 (1) 단어의 선정/분류 또는 배열 기준, (2) 예문, (3) 발음에 대한 배려 (4) 동의어/반의어/파생어, (5) 어원에 따른 단어공부, 이 다섯 가지이며, 한 가지 정도 덧붙인다면 피드백이 될 수 있는 시험(quiz, test)의 유무이다. 위의 기준에 맞추어 이 책을 평가해 보자.

우선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보자.

(3) 발음에 대한 배려: 발음기호 외에도 출판사나 어학원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MP3 file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표제어를 두 번씩 읽어주고 예문을 읽어주는 형식인데, 단어공부를 한 뒤에 복습용으로 쓰면 요긴하다. WS 역시 CD판이 있지만 별도로 판매하므로 경제적 부담이 있다는 데 비하면 장점이다.
(5) 어원별 단어: 표제어와는 별도로 마지막에 25페이지분량의 어근(root)별 단어해설이 있다. 약 700단어에 해당한다. 이는 WS나 Barron’s List 등 다른 책에서도 다 별도로 다루기 때문에 이 책만의 장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평가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예문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2) 예문: 1,700개 전 단어에 대한 예문이 있고, WS의 기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엽기적인 내용의 예문에 비교해 볼 때 간단명료하다(따라서 우리말 번역도 훨씬 쉽다). 한편 WS 쪽의 예문은 수도 더 많고 좀 더 실전에 가까운 수준의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며, 파생어에 대한 배려도 있는 반면, 한글판의 초판본에는 번역에 많은 실수가 있는 단점도 있다. ‘aloof’라는 단어의 양쪽 해설 및 예문을 보며 비교해 보자.

이 책: adj. not friendly or open to other people 냉담한, 무관심한, 초연한
Throughout the discussion the leader remained aloof. (토론 내내 지도자는 초연한 자세를 취했다.)
syn. detached, remote, cold

WS: adj. uninvolved; standing off; keeping one’s distance 속해 있지 않은; 멀리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는
Al, on the roof, felt very aloof.
(지붕 위의 알은 혼자 외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To stand aloof from a touch-football game is to stand on the sidelines and not take part.
(터치 풋볼 경기에 stand aloof 하는 것은 경기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적 입장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Cats are often said to be aloof because they usually mind their own business and don’t crave the affection of people.
(고양이는 자신만의 일에 열중하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쌀쌀맞은 동물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WS가 잊지 말라고 쓰는 엽기적인 예문의 예를 한두 개 들면 다음과 같다.

demur: Billy demurred when I suggested that he run out into the middle of the railroad bridge and jump into the chasm as a freight train was about to run into him.
(나는 빌리에게 기차교량의 중간지점으로 달려가서 화물열차에 곧 치이려는 순간에 갈라진 틈으로 뛰어내리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그는 반대했다.)
desist: Marty took a hammer and began hitting Suzanne over the head with it; Suzanne asked Marty to desist.
(마티는 망치를 가져와서 그것을 가지고 수잔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수잔은 마티에게 그만두라고 간청했다.)

다음은 이 책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보겠다.

(4) 동의어/반의어/파생어: 동의어(synonym)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분량이 적다. 아래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SAT 단어공부의 핵심이 synonym 공부라는 것을 고려할 때 특히 그러하지만, WS 역시 동의어 해설이 부족하므로 상대적으로 큰 단점은 아니다. 그러나 반의어(antonym)가 전혀 없고, 파생어를 완전히 다른 표제어로 처리함으로써 큰 한계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WS의 ‘abhor’ 항목을 보면 예문이 3개 있고 그 중 마지막은 명사형인 ‘abhorrence’와 형용사형인 ‘abhorrent’’에 대한 예문이다. 파생어는 이렇게 한 표제어(entry word. 사전 등에서 독립적인 항목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 아래서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이 책은 이런 단어를 전부 독립적인 별도의 표제어로 처리하여 1,700단어에 포함시켰다. 그러다 보니 우선 수록된 단어 수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긴다.

이 책: 표제어 1,700 단어
WS (I + II, 한글판에는 A + B로 되어 있다): 표제어 1,657 (I, II에 중복되는 13개 단어 제외)
(이 책과 WS의 중복되는 단어는 785개에 달한다.)

겉보기에는 이 책의 단어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WS의 예문이 달린 파생어를 이 책처럼 전부 독립적인 표제어로 계산해 보면 수록 단어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편의상 A 항목만을 다시 비교해 보자.
이 책의 A 항목 표제어: 161개
WS의 A 항목 원래 표제어 213개, 파생어(144개)까지 포함한 단어 숫자 357개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WS의 수록단어는 2,500개를 훌쩍 넘어갈 것이다. 파생어를 별도 표제어로 처리한 결과는, 위의 숫자 외에도 다음과 같은 불합리한 현상을 야기한다. 물론 다음은 그 예의 일부분이고 전부는 아니다.

derogate는 있는데 derogatory가 없다? (다음 쌍의 앞은 있는 단어, 뒤는 없는 단어이다. 어느 쪽이 많이 쓰이고 기본적인 단어일까?)
deviate – deviant, fauna – flora, epistolary - epistle, fragility – fragile, heterogeneous – homogeneous, hypocritical – hypocrite, intuitive – intuition, legitimacy – legitimate, mandate – mandatory, monotony – monotonous, crony – cronyism, pedagogical – pedagogy, perceive – perception, perusal – peruse, plagiarize – plagiarism, prescriptive – prescribe, profundity – profound, reminisce – reminiscent, reticence – reticent, revelation – reveal, serenity – serene, sobriety – sober, sovereignty – sovereign, standoffish – standoff, tempestuous – tempest, timidity – timid, toxicity – toxic, wariness – wary, worldliness - worldly

반면에 이렇게 중복되는 파생어들이 별도의 표제어를 이루기도 한다.
glutton도 있고 gluttonous도 있다! (다음 쌍은 앞뒤 단어가 모두 표제어로 별도로 계산되었다.)
gratification – gratify, gratuitous – gratuity, inundate – inundation, juxtapose – juxtaposition, languid – languidly, lethargy – lethargic, malleability – malleable, mediocre – mediocrity, mendacious – mendacity, meticulous – meticulously, nonchalance – nonchalant, obligated, obligatory, oblige 셋 다 있다, oblivion – oblivious, opulence, opulent, ostentation – ostentatious, precocious – precociousness, prescience – prescient, pretentious – pretentiousness, quiescence – quiescent, rash – rashness, repudiate – repudiation, resilience – resilient, squander – squandered, subdue – subdued, tacit – taciturnity, truculence – truculent, vital – vitality, vituperate – vituperation, whim - whimsical

다음으로 이런 특정 시험을 대비한 단어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단어의 선정/분류 또는 배열 기준을 살펴보자. 말할 것도 없이 시험에 대비한 단어의 선정은 시험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가에 따라야 할 것이며, 그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기출단어와 더불어 앞서 말한 Official Guide에서 사용하는 단어일 것이다.

SAT가 아니라 GRE 대비 수험서에만 나올 것 같은 어려운 단어도 나온다.
aficionado, flotsam, hobbit(“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바로 그 호빗족!), fugacious, interstitial, malfeasance, maven, nubile, occlusion, privation, prognosis, prognostication, provenance, raiment, remissive, repine, repose, sartorial(then why NOT tonsorial?), scrumptious, skimp, squelch, stentorian, strapping, tyro, verve

조금 더 자세하게 이 책이 선정한 단어를 WS와 그것과 비교해 보자. 집필과 독자의 읽는 편의를 위해 A 한 항목만 비교하겠지만, 전부(from A to Z) 다 비교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책과 WS 두 군데 다 나오는 단어 (107개)
abate, aberration, abridge, abstinence, abstruse, abysmal, accede, accolade, acerbic, acquiesce, acquisitive, acrimonious, acumen, admonish, adroit, adulation, adversity, aesthetic, affliction, affluence, aghast, agnostic, alacrity, allegory, aloof, altruism, ambiguity, ambivalent, amenable, amiable, amorous, amorphous, anachronistic, anarchist, ancillary, anecdote, anomaly, anthropomorphize, antipathy, antithesis, apathy, apocalyptic, apogee, apostate, apparition, appease, appraise, apprehensive, approbation, arcane, archaic, archetype, archipelago, arduous, aristocratic, ascetic, assiduous, assimilate, assuage, atrophy, audacity, augment, auspicious, autocrat, autonomy, avant-garde, avaricious, avuncular 등
(품사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도 1:1 대응이 가능한 단어는 포함했다.)

이 책에만 나오는 단어 (54개) – 사실 이 단어들도 거의 필수단어들이라는 점에서 WS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boveboard, abstemious, acme, acne, adjudicate, adulatory, aegis, affirm, agile, agitate, akin, alibi, align, aloft, amalgamate, amateurish, amity, amphibious, ample, analgesic, annul, anonymous, antagonism, antidote, antithetical, ape, aplomb, apostle, apparent, apprehend, arable, arboreal, aroma, assemblage, atheism, attenuate, audit, aura, authentic, avocation 등

Word Smart에만 나오는 단어 (196개) – 아무래도 이 쪽이 필수단어 숫자가 많을 것이다.
abominate, accessible, acclaim, adamant, adjourn, adulterate, aggrandize, aggregate, alienate, alleviate, analogous, animosity, ardent, arid, armistice, artifice, astute, attest, austere, axiom 등

하지만 양쪽을 다 합해도 시험에 자주 나오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빠졌다. 아주 어려운 고급단어들이 아니고 필수단어 쪽일 것이다.
abandon, abbreviate, abnormal, abolish, abuse, accomplice, acoustic, acquainted, addict, adjacent, adolescent, adversary, agape, alert, alias, alliance, alternate, alternative, ambidextrous, annihilate, anniversary, anorexic, apologetic, apparatus, apparel, applause, armada, arson, assassin, atrocity, attain, authoritarian

물론 WS라고 해서 어려운 단어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래의 단어들을 보라. 이 책에는 나오지 않고 WS에만 나오는 것이다. 이런 단어들을 보면 확실히 양국 간 학생의 단어습득 경위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absolute, abstract, address, appreciate, ascertain, assert, assess, bestow, bland, bourgeois, bureaucracy, capital, capitalism, civil, competent, compile, compromise, concise, covet, deem, depict, deplore, dilemma, distinct, distinguish, document, ecosystem, elite, emigrate, epoch, ethics, exhaustive, fiscal, fruitful, hypothetical, ideology, inadvertent, inaugurate, lavish, mania, medium, mode, objective, painstaking, proclaim, qualify, regime, resignation, rigorous, scorn, shrewd, subtle, theology, verify, vocation, willful

이 책의 B 항목에서도 역시 중요한 단어들이 많이 빠졌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bandit, banish, banter, barbarian, bard, barrage, barren, barter, beacon, benefactor, benevolent, bequeath, bestial, bestow, betray, bewilder, bicameral, bicker, biennial, bilingual, bipartisan, bizarre, black ship, blasphemous, bleak, blight, blistering, blithe, blizzard, bluff, blunder, blunt, bluster, bog, bountiful, bout, braggadocio, bravura, brawl, brawny, breach, brevity, brochure, browse, brunt, brutal, bucolic, burgeon, burlesque

뿐만 아니라 나머지 C에서 Z까지를 다 봐도 SAT에서 자주 보이는 이런 단어들이 안 보인다 (역시 일부만 예를 든 것이다).
cabal, callow, censure, chronicle, circumspect, cliché, coherent, concise, conducive, covet, criterion, culinary, culminate, depravity, digress, distinguish, dormant, edify, elicit, elusive, emulate, equitable, exemplar, exhaustive, exonerate, explicit, extraneous, facile, fatalist, fatuous, fertile, fervent, figurative, flora, formidable, forsake, fortuitous, frugal, futile, gregarious, guileful, hackneyed, harbinger, hedonist, hermetic, homogeneous, hypothetical, iconoclast, ideology, idyllic, illicit, impervious, inaugurate, incipient, inclement, instigate, insurmountable, introspective, kindle, kinetic, knowledgeable, lampoon, largess, latent, legacy, libel, luminous, malinger, martial, martyr, maxim, mentor, microcosm, monolithic, nihilism, nomadic, nominal, novel(novelty), nuisance, painstaking, patent, paternal, patron or patronize, pensive, perennial, perjury, pivotal, plaintive, plebian, plethora, pragmatic, premise, prerogative, prodigal, prodigious(prodigy), prolific, proponent, protagonist, protract, provident, provisional, qualify, rebuke, redundant, reprisal, reproach, resolute, revere, rigorous, robust, rudimentary, ruminate, scrupulous, scrutinize, secular, servile, singular, slander, sordid, specious, staunch, subordinate, subtle, surrogate, synthesis, tangible, tenet, transcend, unremitting, virtual, vivid, vocation, volition, willful

- 요약하면 단어의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1,700단어 중 WS 표제어와 중복되는 785개를 제외한 915단어가 SAT 수험생 중에서도 어떤 수준의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인지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았고, 대개는 WS보다는 낮은 수준의 단어들이지만 꼭 더 시험에 자주 나오는 필수단어들인지 여부도 상당히 모호하다. 하물며 이것들만으로 SAT 만점에 도전한다니,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제 마지막으로 포함된 단어시험을 살펴 보자. 이 책은 1,700개 단어를 60일 분량으로 나눠(하루에 27-29개), 매일 단어와 그 뜻을 연결하는(matching) Quiz 15개씩이 수록되어 있으며, 6일(1주일)마다 ‘Actual Test’란 이름의 실제 S/C 시험과 유사한 문제를 18개씩 수록하고 있으니 총 180문제가 있는 셈이다. WS에서는 대략 10-15개의 단어가 끝나면 단어 숫자만큼의 역시 연결(matching) Quiz를 제공하고 있고, 1, 2권의 권말에 S/C 60 문제 외에 짝짓기, 관련 없는 단어 찾기 등 다양한 문제(합계 1,000문제)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양쪽 모두 충분한 양의 테스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WS쪽이 훨씬 낫다고 하겠다. 특히, 이 책의 S/C 문제는 실전의 문제와 겉모양만 비슷한데, 알파벳순 배열과 출제자의 약간의 무성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S/C 문제가 어떻게 출제되는지 한번 실례를 들어 보자. 다음은 College Board에서 나온 문제들이다.

Both ------- and -------, Wilson seldom spoke and never spent money.
(A) vociferous … generous
(B) garrulous … stingy
(C) effusive … frugal
(D) taciturn … miserly
(E) reticent … munificent

문제에서 key words는 ‘both A and B’, ‘seldom speak’, ‘never spent money’ 셋이다. ‘A와 B 둘 다 했으므로’ 윌슨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돈을 절대로 쓰지 않았다.’ 따라서 A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이란 의미의 단어가, B에는 ‘돈을 절약하는’이란 의미의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seldom spoke ⇒ taciturn
never spent money ⇒ stingy
위 두 단어의 synonym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 문제는 “식은 죽 먹기(a piece of cake, a breeze, a walk in the park)”에 불과하다. 푸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A) vociferous --- generous
(B) garrulous --- stingy
(C) effusive --- frugal
(D) taciturn --- miserly
(E) reticent --- munificent

선택지(choice) 중 앞쪽은 ‘말 많은(vociferous, garrulous, effusive)’과 반의어인 ‘조용한(taciturn, reticent)’, 뒤쪽 역시 ‘관대한(generous, munificent)’과 그 반의어인 ‘인색한(stingy, frugal, miserly)’로 구성되어 있어 그 옳은 조합(combination)을 묻는 것으로, SAT 어휘 시험의 전형적인 출제방식이다.

* garrulous = effusive, eloquent, long-winded, loquacious, talkative, verbose, windy, wordy
* taciturn = aloof, curt, laconic, mute, quiet, reserved, reticent, shy, silent, sparing, speechless, uncommunicative, unexpressive, unforthcoming, withdrawn
* munificent = beneficent, benevolent, bountiful, charitable, free, giving, generous, kind, lavish, magnanimous, unsparing, unstinting
* stingy = acquisitive, avaricious, curmudgeonly, frugal, greedy, miserly, parsimonious, thrifty, ungenerous, ungiving

위의 synonym을 한꺼번에 외울 때와 각각 따로 공부할 때 어느 쪽이 외우기 쉬운지는 여러분이 각자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다른 문제를 하나 더 보자.

Most pioneers ---- this valley on their journey to the West because its rugged terrain and frequent landslides made it a ---- place for travelers.
(A) flanked … fascinating
(B) avoided … necessary
(C) encompassed … curious
(D) enjoyed … troublesome
(E) skirted … hazardous

‘because’라는 접속사를 썼으므로 앞쪽이 결과, 뒤쪽이 원인이다(cause and effect). 또 ‘rugged terrain(험준한 지형)’과 ‘frequent landslide(잦은 산사태)’로 보아 뒤쪽은 ‘위험한’, 따라서 앞쪽은 ‘피했다 또는 우회했다’가 와야 상식적이다. 아래와 같이 풀자.
(A) flanked … fascinating
(B) avoided … necessary
(C) encompassedcurious
(D) enjoyed … troublesome
(E) skirted … hazardous

‘flank, avoid, skirt’, ‘troublesome, hazardous’가 비슷한 말임을 알면 얼마나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겠으며, 이제 왜 SAT 단어 시험공부에서 synonym 공부가 중요한지 짐작이 가는가?

위의 S/C 시험에서 선택지(choices)에 나오는 모든 단어는 품사적으로는 같으며 어떤 단어를 넣어도 문법적으로 구문은 성립한다. 뜻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실제 문제와는 다른 것이 된다.

이 책의 문제를 한번 보자.

We need to remember that lead can ---- over months and years in the body, leading to lead poisoning.
(A) accumulate (B) abysmal (C) abstemious (D) aberrant (E) acerbic
(p.52, 2번 문제)

알파벳 순으로 진행하다 보니 선택지가 몽땅 ‘A’로 시작하는 문제도 있지만(선택지를 출제할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조동사인 can 뒤의 본동사가 와야 할 자린데 선택지 중에서 동사는 (A) 하나뿐이다. 이래서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

Mr. Jones is a conservative politician who ---- more tax on wealthy people.
(A) affirms (B) agitates (C) advocates (D) aligns (E) allays
(같은 페이지 4번 문제)

답이 (C)로 보수주의적인 정치가는 부유층에 세금을 더 많이 물리는 정책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진보주의자(liberalist)’나 '사회주의자(socialist)'가 주장할 말이다.

이런 문제가 없는 문제는 이 페이지 18개 중 하나(16번)뿐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책의 끝까지 계속된다.

공평한 비교를 위해 WS에서 한 문제 꺼내 보자. 물론 WS도 순전히 알파벳순 배열이지만 S/C 문제는 권말에 모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Sally was sad because Mr. Reeves, our English teacher, filled the margins of her term paper with ---- remarks about her spelling, grammar, and writing style.
(A) fatuous (B) heretical (C) ineffable (D) prepossessing (E) derogatory
(p.283, Final Exam Drill 1, Question 2, 답은 E)

                                                   *           *           *

마지막으로 서평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1. 이 책은 단어선정 및 배열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파생어의 독립표제어 처리라는 이상한 기준 때문에 문제가 있다.

2. WS에 비교하면 단어의 숫자나 예문의 양, 예문의 수준, 연습문제의 질과 양에서 많이 떨어진다. 특히 실제 S/C 형식을 취한 문제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3. WS와 중복되는 단어도 많지만 나머지 단어들을 보면 대체로 WS보다는 쉬운 단어가 많다.

4. 여기 단어들도 공부해서 손해 볼 것들은 아니고, WS도 공부해야 하지만, 먼저 College Board에서 나온 각종 자료나 책 등 공식적 지침서
(Official Guide)에 나오는 단어들을, 사전을 벗 삼아 공부해둘 것을 강력히 권한다. 지금 말한 공부를 다 하고도 시간과 힘이 남는 사람만 Barron’s List를 보라(the more, the better).

5. 사전으로는 Merriam-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
(11th edition) 어떤 종류든 한 권의 thesaurus(동의어/유의어 사전, synonym dictionary)을 갖춰야 할 것이며, 어차피 bilingual이 목표라면 엣센스영한사전도 필요하다.

6. SAT 시험을 이 책 한 권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빨리 버릴수록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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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의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Quote  igw226 16:51

1. “Again! 뒤집어본 영문법(오성호 저)”에서 조동사 can과 be able to를 구별하면서 순간적인 능력은 can, 지속적인 능력은 be able to를 쓴다. 그래서 원래 물구나무서기를 못하는데 잠깐 시도한 지금 우연히 물구나무서기를 성공한 사람이 "Hey~ Look! I can stand on my hands!라고 해야지 I am able to stand on my hands!라고 하면 어색하다고 설명하던데요. (지금 이 책이 옆에 없어서 쓴 글에 잘못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2. 또 다른 책에서는 Although the pilot was badly hurt, he was able to explain what had happened.에서 could는 능력의 의미라면 was able to는 능력에다 실행의 의미까지 더해지므로 즉 manage to do 했다는 의미가 있어서 was able to가 쓰였다는데요. 처음 보는 내용이라 정말 그런가 궁금하네요.

3. The murderer (was able to destroy/was capable of destroying) all the communities. 에서 전자는 안되며 후자를 써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이유는 보통 일어나지 않는 일, 의외의 일, 비정상적인 일에는 be capable of를 쓴다고 하는데 그러한가요?  Unquote

<can의 3가지 의미>

* 이 정도 따지자면 초급 영어는 훨씬 넘어섭니다. 따라서 설명이 조금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국어화자들 중에도 이런 것까지 따지기 귀찮아서 대충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1) 이론적 가능성(theoretical possibility)

We can always lose money in gambling. (= It is always possible for us to lose money in gambling.)

(2) 능력(ability, capability)

a. 후천적/일반적 능력(acquired/general ability) be able to


 


일반적 능력(general ability)


특정한 성취(specific achievement)


현재(present)


can을 주로 쓰지만 be able to로 바꿔 쓸 수 있다.

I can (= am able to) speak English.

* can과 be able to 둘 다 가능할 때면 can을 쓰는 편이 간편합니다. 한 단어로 될 일을 세 단어로 쓰는 것을 문법이 아닌 문장론(style)에서는 ‘장황하다(wordy, redundant)’라고 하지요. 'be able to'는 'can'을 쓸 수 없을 때 씁니다.
He must be able to speak English.


be able to를 주로 쓰지만 can으로 바꿔 쓸 수 있다.

He got well and is able to (= can) work again.

, 말하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be able to가 아니라 can을 쓴다. 이는 일반적이든 특정하든 관계 없다.

Look, I can swim. (수영을 못하다가 갑자기 하게 된 사람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 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수영능력을 과시하는 사람이 쓸 수도 있다.)


과거(past)


could를 주로 쓰지만 be able to로 바꿔 쓸 수 있다.

He could (= was able to) run very fast when young.


긍정문에서는 be able to만 쓰고 could는 쓰지 못한다
He was able to (= managed to) escape the horrible accident.

, 부정문에서는 could not을 쓸 수 있다.

He was not able to/could not escape the horrible accident.

b. 선천적 능력(innate/inherent capability) = be capable of
Cheetahs can run as fast as 60 miles an hour. (= are capable of running)

c. 요령/방법(know how)
I can play the guitar. (= know how to)

* a와 b, a와 c는 사실 구분이 어려워 서로 혼용이 되기도 합니다.
Cheetahs are able to run as fast as 60 miles an hour.
I am able to play the guitar.
하지만 b와 c는 분명히 구분이 됩니다.
I am capable of playing the guitar. (? or X)

(3) 허가(permission): ‘may’가 훨씬 격식적(formal).
You can go. ( = You are allowed to go.): informal
You may go. (more formal)

이상은 “구학관, 구학관 박사의 영문법 이야기, 테스트뱅크이십일닷컴”, “Michael Swan, Practical English Usage, Oxford University Press”, “Martin Hewings, Advanced Grammar in Use, Cambridge University Press”, “Raymond Murphy, Grammar in Use Intermediate, Cambridge University Press(이게 이 중에서는 제일 쉽습니다)”를 종합한 설명입니다.


- 이 정도 설명하고 질문하신 문장들을 살펴봅시다.

(1) 설명 중에서 ‘순간적인 능력’이란 표현을 ‘말하는 순간 획득한 또는 우연히 보인 능력’뿐만 아니라 ‘말하는 순간,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을 과시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확대해서 보면 맞는 설명입니다. 또 지속적 능력은 아마도 일반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 문법책에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이상한 용어를 자꾸 만들어내는 습관이 있는데 결국에는 혼란을 초래하기 쉬워,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2) 맞는 설명이며 원래 ‘can’은 이론적 가능성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부정문이 되면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되니까 'could'도 쓰일 수 있습니다.

(3) ‘be able to’와 ‘be capable of’는 전자가 ‘후천적/일반적 능력’, 후자가 ‘선천적 능력’에 쓰이므로, “보통 일어나지 않는 일, 의외의 일, 비정상적인 일에는 be capable of를 쓴다”는 말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는 요령부득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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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의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Quote:

toto 01:58

1. It is natural that he should be kind to others.
2. It is natural that he be kind to others.
3. It is natural that he is kind to others.
4. It is natural that he was kind to others.
5. It is strange that she should marry such a poor man.
6. It is strange that she is married to such a poor man.
7. It is strange that she married such a poor man.

문법책에서 보통

1) 이성적 판단 형용사 경우 that절 뒤에 should가 오거나 동사원형이 온다.
2) 감정적 판단 형용사 경우 that절 뒤에 should가 와야 하고 이 때 should는 생략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1, 2번 표현과 5번 표현만 맞다고 보는데, 제가 예로 든 다른 표현들은 틀린 것인가요? 의미상 현재 또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 맞을 것 같아서요?

Unquote

답변: 아마도 이성적 판단이니 감정적 판단이니 하는 비문법적 일상용어는 각각 아래를 가리킨다고 보입니다. 모두 ‘standard formal written English’에 해당합니다.

1. Mandative Subjunctive (강제적 가정법)

(1) 화자나 문장의 주어가 '무엇인가 중요하다거나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따라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기는 생각'을 나타낼 때 쓴다. ‘mandative’는 ‘mandate(명령/지령, 명령/지령하다)’에서 나온 말로 ‘mandatory (of, like or pertaining to commands or leadership)’ 정도의 뜻을 지닌 문법용어.  드러난 '명령, 지시' 외에도 강력한 '권유'일 때도 쓰인다.
(2) 동사: ask, demand, insist, mandate, prefer, propose, recommend, require, suggest that
형용사: (be) desirable / essential / important / mandatory / necessary / vital that
명사 (It is my) advice / decision / requirement / resolution that 등.
(3) 위의 that 절에서는 무조건 동사원형(사실은 가정법 현재의 일종)을 쓰며, 따라서 주어 동사 일치나 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의 부정문에는 원형동사 앞에 not을 붙인다.
It is essential that every child have the same educational opportunities.
We considered it desirable that he not leave school before finishing his exams.
It is important that Helen be present when we sign the papers.
(4) 이 강제적 가정법은 미국영어(AmE)에서 더 많이 쓰이며 요즘은 이 영향이 영국영어(BrE)에까지 미쳐 BrE에서도 이 강제적 가정법이 점점 많이 쓰이는 추세를 보인다. 예전 CBT TOEFL Listening에서 남녀의 대화 후 의도파악 유형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 질문인 “What does the woman suggest (that) the man do?” 이것이 강제적 가정법의 예이다.
(5) BrE에서는 가정법 대신에 비슷한 뜻의 조동사 ‘should’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이를 ‘mandative should’라고 부르기도 한다).
(6) 영국의 informal 일상 영어에서는 아예 그냥 should도 없이 현재나 과거시제로 쓰이기도 한다. 이를 ‘covert mandative’ 라고도 한다.
It is essential that he be told immediately. (mandative subjunctive)
It is essential that he should be told immediately. (mandative should)
It is essential that he is told immediately. (covert mandative)
(7) 위의 ‘essential’은 단어의 뜻으로 봐서 ‘covert mandative(암묵적 강제)’라도 문장의 뜻이 명확하지만, insist(~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또는 ~ 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다), important 같은 단어는 경우에 따라 중의적인 모호함이 생길 수 있다.
I insisted that he meet her. (동사 형태로 보아 무조건 mandative subjunctive)
( = I made it a requirement for him to meet her.)
I insisted that he met her. (covert mandative일 수도 있고, non-mandative일 수도 있다.)
( = I made it a requirement for him to meet her 또는 I emphatically asserted that he met her.)
(8) suggest는 원래 뜻이 중의적이라서(1. recommend, 2. indicate, imply), ‘recommend’일 경우에만 가정법을 쓰고, ‘indicate, imply’의 경우에는 가정법이 아니라는데 주의해야 한다.
I suggest (that) he not apply for the job. (suggest = recommend)
New evidence suggests (that) his theory might be true. (suggest = imply)

* 위의 (6), (7)은 Huddleston and Pullum, A Student's 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pp.176-7에서 인용한 설명입니다.

2. Putative should (추정의 should)

여기에 나오는 것이 주로 화자의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표현이므로 감정적 판단이라는 표현이 쓰일 수도 있다. 이를 문법학자들은 ‘putative should’라고 부르며, 역시 BrE에서 훨씬 많이 쓰이지만(AmE에서는 잘 쓰이지 않음), ‘should’가 있고 없고에 따라 아래와 같은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I’m surprised that he should feel lonely. 이 문장은 그의 외로움을 의심/추정한다. 즉 그가 외롭다는 것은 아직 사실은 아니며, 그럴 가능성만 있다는 뜻(putative situation possibly existing or coming into existence).
I’m surprised that he feels lonely. 이 문장은 그가 외롭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몇몇 예를 추가로 들면,

I’m annoyed that I should participate in the meeting.
It’s funny that you should play a role in the farce.
It’s a pity that she should marry such a man.

- 질문으로 돌아가서 준문장들을 검토해보면 모두 적법한 문장들입니다. 

1. 영국식 ‘mandative should’
2. 미국식 ‘mandative subjunctive’
3, 4. ‘non-mandative’(화자의 주장, 생각이 아니라 주변 상황이나 객관적 정황으로 볼 때 자연스럽다는 뜻)
5. 영국식 ‘putative should’
6, 7. non-putative, 결혼을 이미 사실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 Michael Swan의 Practical English Usage(Oxford University Press, 2nd ed.) ‘497 should (4): in subordinate clauses (pp.518-9)’와, ‘541 subjunctive (p.541)’에도 관련 설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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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에서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자유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 편리한 미디어 인터넷 상에서 꼭 보물까지는 못 되더라도 쓰레기가 아닌 실속 있는 정보만을 서로 나눌 순 없을까? 고대나 중세를 통해서 정보의 독점은 바로 권력의 독점이었고 근대사회의 성립은 정보의 공유와 그 때를 같이 하지 않는가?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두 가지 중요한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을 소개한다.

* 카피레프트란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카피라이트; copyright)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난 말로 책 등 다른 문화 컨텐츠까지 확대된 무료 정보공유 운동이다. ‘GNU(그누)’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1) Wikipedia (www.wikipedia.org)

2001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온라인 무료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우리말로는 ‘위키백과’라고 불리우며, 영어 Main Page(http://en.wikipedia.org/wiki/Main_Page)화면의 왼쪽 메뉴를 찾으면 ‘한국말’ 메뉴도 나오지만 그 내용이 너무 적어 아쉽다. 현재 한국어는 43,000여 개 항목으로 2백만 개가 넘는 영어항목에 비해서는 초라하지만, 우리말로도 그 개요 정도는 알아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한다. 자료의 열람뿐만 아니라 복사 및 배포에도 제한이 없으며, 전세계적으로 무료 봉사자(volunteer)들에 의해 운영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누구나 정보를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일부 정보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였다. 필자도 이를 이용할 때는 정말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다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며, 위키피디아 자체 내용에 그 내용의 수준을 표시하는 경고 정보가 있기 때문에 이도 열심히 점검한다. 어쨌든 검색할 때는 철자 한자라도 틀리면 안되는 단점과 위와 같은 유보적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고 최신이며 믿을만한 정보의 보물창고(thesaurus, treasure-trove)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직 우리말 정보가 너무 적어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시험삼아 아래 ‘Project Gutenberg’를 한번 검색해 보시기를 권한다.

(2) Project Gutenberg (http://www.gutenberg.org/)

유럽에서 1450년대에 금속활자를 처음 만든 구텐베르그의 이름에서 따왔지만 위키피디아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1971년 시작된 정보공유 운동의 하나이다. 그 취지는 저작권이 소멸된(public domain) 책을 온라인으로 무료 공유하자는 것이며 ‘지상 최대의 디지털 개방 도서관’이라고 보면 된다. 더 좋은 점은 아날로그 도서관처럼 빌려보는 기간이 있고 돌려주고 하는 불편이 없이 그냥 다운로드해서 내 걸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7년 8월말 현재 22,000 종의 책 텍스트가 올라와 있어, 무료로 다운로드해 볼 수 있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의 고전은 대개 있으며, 문학의 경우 저작권 적용이 없는 20세기 중반까지 사망한 모든 중요한 작가의 작품이 다 있으므로, 사실 잘 이용하면 원본 책을 사느라 외국에 돈 쓸 필요가 없다(물론 영어가 가장 많고 비영어권 작가의 경우 그 해당 언어판과 영역판 양쪽이 올라와 있는 경우도 많다). 역시 단점은 영어를 모르면 이용할 수 없다는 점과, 오디오 북이나 HTML 파일 등 일부 다른 형식이 있긴 해도 대개의 다운 가능한 파일 형식이 plain text(.txt)로 되어 있어 보기 불편하다는 점이지만, 이는 모든 컴퓨터에서 통하는 형식을 지향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인다. 다른 하나의 단점은 이 운동의 성격상  ‘저작권’ 문제가 있는 최신 작가의 글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저작권을 저자 사후 70년 인정하지만, 호주(Australia)는 우리나라처럼 50년만 인정하는 차이가 있어 미국에서 아직 저작권이 있는 것이라도 호주에서는 public domain이라는 점을 이용한 자매 사이트가 "프로젝트 구텐베르그 호주"이다(http://gutenberg.net.au/). 여기에는 추가로 1,500여 권의 책이 더 있다. 영국의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 나고 죽은 해가 제임스 조이스와 똑 같다!)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의 본래 구텐베르그 사이트에는 Voyage Out(1915), Night and Day(1919), Jacob's Room(1922)까지만 올라올 수 있지만, 호주 사이트에는 Between the Acts(1941) 까지의 주요 작품이 다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위 사이트에서 파생한 manybooks란 사이트에 가보면 보기 좋은 PDF를 비롯한 다양한 파일 형식이 제공되고 있으므로 이것도 한번 이용해 보시기 바란다. (http://manybooks.net)

영어가 어느 정도 되는 독자들은 이들 사이트를 잘 이용하면 엄청난 정보의 취득이 가능하니 많이 이용하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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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늘(2007. 9.17) 조선일보 기사다.

(QUOTECIA의 오판과 ‘헛발질’ 파헤친 팀 와이너 NYT 기자
"일류 스파이 없는 CIA는 실패한 정보기관”

미국 CIA를 집중 취재해온 뉴욕 타임스 지(紙) 팀 와이너(Tim Weiner·51) 기자가 지난 6월에 펴낸 ‘잿더미의 유산-CIA의 역사(Legacy of Ashes: The History of the CIA)’가 화제다. (중략)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4년 CIA 국장 자리를 없앴다. 대신 CIA와 국가 반테러 센터(NCC)를 관장하는 ‘국가 정보국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왜 그랬나?

“2002년 콜렌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조지 테넷 당시 CIA 국장과 함께 유엔에 가서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대량 살상 무기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테넷이 파월에게 ‘전에 보고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바로 그때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는 CIA에 대해 격하게 분노하고 좌절했다. CIA 국장 자리를 없앤 것은 그 때문이다.” (하략)

김수혜 기자(뉴욕) goodlucK@chosun.com  (UNQUOTE)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에 국장이 없어졌고 대신 ‘국가 정보국장(DNI: Director of Nation Intelligence)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이 사람이 CIA를 관장한다는 기사이다. 사실인가?

1. 없어진 것은 DCI(Director of Central Intelligence)이지, D/CIA(Director of Central Intelligence Agency. 중앙정보국장)가 아니다.

2. 창설된 1946년 1월부터 없어진 2005년 4월까지는 DCI가 당연직으로 D/CIA였다. 따라서 정규 언론은 말할 것 없고, Tom Clancy나 Frederick Forsyth 등의 추리작가들이 쓴 숱한 스릴러 소설에서도 D/CIA를 DCI라고 구분 없이 써왔던 것은 탓할 것이 없다.

3. 미국의 정보기관(U. S. Intelligence Community)은 시대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독립기관인 CIA와 미국 중앙부처 산하기관들을 합해 대략 15~20개 사이를 말하는데, 현재는 16개로 구성되어 있다. 국방부(DOD: Department of Defense) 산하가 가장 많아 전세계의 통신을 감청하는 국가보안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 군사정찰위성을 다루는 NRO(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등 8개나 되며, 법무부 산하의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도 유명하다.

4. DCI는 명목상 미국의 정보기관(U. S. Intelligence Community)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독립기관인 CIA의 장(長)을 겸했기 때문에, CIA와 다른 정보기관을 위시한 정보기관 간의 알력과 암투를 조정할 수 없었고, 이들 정보기관 사이의 담쌓기가 2001년 9/11테러를 막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로 지목되었다. 각 정보기관들이 이 테러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는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취합하는 역할을 해야 할 DCI 및 그 직속인 CIA가 그간의 관행에 파묻혀 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결과가 2004년의 “정보기관 개혁 및 테러방지법(Intelligence Reform and Terror Prevention Act of 2004)이었고, 골자는 DCI를 없애며, 개별 정보기관의 장을 겸하지 못하는 대신 정보기관의 통할권을 가진 DNI를 신설하여 정보기관들의 정보 수집 및 보고를 총괄하게 함으로써 정보기관 간의 벽을 허물고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5. 이에 따라 DNI가 DCI 대신에 미국 정보사회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며, D/CIA는 종전 DCI를 겸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던 것으로부터 DNI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체계가 바뀌고, 이제 DNI가 미국의 대통령이나 국가안보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국토안보회의(HSC: Homeland Security Council)에 보고하는 체제가 된 것이다. 이 변화는 D/CIA의 위상변화(강등)이지, CIA 국장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대신 DNI가 들어선 것은 아니다.

6. 하지만 산하에 직접 정보기관이 없는 DNI가 얼마만큼 미국 정보사회를 잘 리드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비록 D/CIA를 겸하고 있었지만 명목상은 역시 정보사회의 수장이었던 DCI도 각 정보기관 간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공무원 조직 간의 힘과 명리를 둘러싼 암투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고, 새로운 법 제정과정에서 막강한 NSA와 NRO의 통할권은 DNI에서 빠지는 등(여전히 국방부 소관으로 남았다) 문제점은 여전하니, 어떤 사람이 DNI가 되고 대통령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에 DNI의 위상이 달렸다고나 할까? 현재의 DNI는 퇴역 해군중장인 존 마이클 맥코넬(John Michael "Mike" McConnell)이고, D/CIA는 현역 공군대장인 마이클 빈센트 헤이든(Michael Vincent Hayd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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