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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에 대한 단상


"영어공부의 3대 원칙"

① 제1진리, 언어는 규칙적(systematic)이다.
② 제2진리, 형태(form)가 다르면 의미(meaning)가 다르다
③ 제3진리, 의미(meaning)가 형태(form)를 결정한다.
(구학관, 영어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테스트뱅크이십일닷컴, 2000.11, p.151)

"영어는 언어이다. 한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결코 적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현혹의 늪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문제는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정말 제대로 된 영어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위 책 서문)

한 언어(言語)를 배우고 사용하는 경로, 표현방식, 측면은 '듣기(listening), 말하기(speak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이 4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순서는 보통 모국어를 취득하는 순서이며, '언어의 4가지 기능'이라고 하지요. 이 중 '말(소리)'에 관계된 것은 '듣기'와 '말하기', '글(문자)'에 관계된 것이 '읽기'와 '쓰기'이며, '듣기'와 '읽기'는 '수동적 이해(배움)'기능, '말하기'와 '쓰기'는 '능동적 표현(사용)'기능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글'보다는 '말' 쪽이, '능동적 표현'보다는 '수동적 이해' 쪽이 훨씬 쉬우리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유야 어쨌든, 특이하게도 ('말'이 아닌) '글'과 '수동적 이해'가 앞서는 이상한 교육을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할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북구권(덴마크, 노르웨이 등지)이나,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등지에서의 영어 교육 순서가 '말'에서 '글'로, '수동(배움)'에서 '능동(사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우리 영어교육 현실에 많은 시사를 줍니다.
(* 우리나라에서의 영어교육과 영어공용화론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은, 다음 책 참고바람
구학관, 위의 책
한학성, 영어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태학사
한학성, 영어 공용어화, 과연 가능한가, 책세상
한학성, 예스퍼슨의 영문법 교육을 생각함, 태학사
박준언, 우리의 영어교실에 영어는 있는가, 한국문화사
복거일,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삼성경제연구소)


"언어 습득은 '배움'과 '사용'의 화합물이다"라는 말은 역시 수동적 배움과 능동적 사용을 결합할 때 제대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배움에만 의존하고 사용이 없으면 "연습장이 없는 운동선수"에 불과하여 배운 지식이 체화(體化)되지 않는 결과, 배우고 잊고, 또 배우고 잊고 하는 것이지요.
(조용남, 실용영문법 100문 100답, 삼영서관, 2001.2, 머리말)

왜 우리나라에서도 민족사관고등학교 같은 데서는 'EOP(English Only Policy: 영어전용 정책. 민사고 스스로는 상용(常用)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같은 말이지요. 원래는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미국(USA)'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사람들의 방침이나 주의를 일컫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라니 믿기지 않으시지요? 미국에서 영어는 법적이 아니라 사실상의 공용어일 뿐입니다.)'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위에 있으며, 역(逆)으로 민사고와 같은 환경을 구축할 수 없는 이 땅의 모든 중고등학교의 처지가 얼마나 가슴 아픈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대개의 대학교에서도 이룰 수 없는 꿈 같은 영어전용 환경! 이런 환경을 이룩할 수만 있으면 '영어의 바다'는 아니라도, 영어 사용 연습에는 충분한 '영어의 수영장'은 되는 것이지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여건을 전면적으로 만들 수 없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민도 언급도 없이, 극히 예외에 속하는 민사고야말로 '영어공부의 왕도(王道)'라고 내세우는 *공영TV의 몰지각함에는 뭐라 할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마치 돈 많고 잘 사는 재벌 집안 구경시켜 주면서 '이게 무릇 사람 사는 법인데 왜 따라 하지 않느냐?'고 가난한 사람 복장 지르는 행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역시 시청료 제도는 폐지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 2004년 3월 22일 KBS 2TV 방영 '학교야 놀자')

그리고 행복한 환경의 민사고 학생들이 한소리로 외치던 '영어 상용의 목적'에도 한 가지 심각한 편견을 발견했습니다. '영어는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도구’만이 아닙니다.  영어 자체만으로도 학문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또 마땅히 되어야 합니다. 민사고 출신들은 언어학자나 영어학자, 영문학자는 절대 안 되겠다는 자체적인 선언이라면 말은 통해도, 뒤에 나오겠지만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덴마크 출신의 '예스퍼슨(Jespersen)'이 사상 최고의 영어학자라는 평을 듣고 있는 판에, 왜 우리라고 진정한 영문학자, 영어학자를 가질 수 없단 말입니까? 또 말 그대로 "영어는 학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면 똑 같은 이유로 "우리말도 우리 문학도 학문의 대상이 되면 안되는 것"이지요. 다만 민사고 학생들의 개인적 공부방법은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역시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는 위안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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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본능 - 상 - 정신은 어떻게 언어를 창조하는가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 / 그린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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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言語) 아이러니

스티븐 핀커(Steven Pinker), 언어본능: 정신은 어떻게 언어를 창조하는가(The Language Instinct: How the Mind Creates Language),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 도서출판 그린비, 초판 4쇄, 2003. 5 상권, 값 10,000원

 

1.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이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언어학(言語學: linguistics)만큼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학문도 드물 것이다. 언어학자들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이며 주로 무엇을 연구하는지 그 성과는 무엇인지, 과연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서 선뜻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독자들은 얼마나 될까? 언어의 중요성과 사람 사는 모든 분야와의 광범위한 연관성 때문에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심지어 의학까지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또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란 이름의 ‘학제간(學際間:interdisciplinary)’ 학문까지 등장하다 보니, 과연 언어학이 고유의 학문으로 성립하는지 헷갈리기 때문일 것이다. 또 지난 세기 철학의 흐름마저 ‘분석철학’, ‘언어분석’으로 바꾸어 버린 이 학문의 중요성이 우리나라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한국사회의 지적인 타락, 기초과학과 인문학 무시, 교육과 학문에서조차의 천민자본주의적인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궁금증을 메우는 데에는 언어학에 관한 개설서 종류가 가장 나을 것으로 보인다. 언어와 언어학의 역사, 언어의 의미와 본성, 언어학의 여러 하위분야(음성학,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 등등), 인접 학문(철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신경의학, 인지과학 등등)과의 공동 관심사 및 연구 방향 등을 개괄할 수 있는 책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개설서이기 때문이다.

2. 이 책의 저자는 ‘심리언어학자’이며, ‘아동언어 발달 연구’ 전공이고, 이 책의 4장은 ‘통사론(변형생성문법)’, 5장은 ‘형태론’, 6장은 ‘음성학 + 음운론’, 7장은 다시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이라고 제목을 다시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출판사에서 뭐라고 선전하든 훌륭한 ‘언어학 개설서’라고 해야겠다. 뛰어난 점은 보통 개설서보다 훨씬 풍부하고 최신의 연구결과까지 포함된 내용을 ‘언론인(journalist)’ 수준으로 재미있게 써냈다는 점일 뿐이다. 실지로 저자를 ‘진지한 연구자’라기보다, 일반인들에게 수준 높은 최신과학을 해설해주는 ‘journalist’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이점은 아마존의 서평을 참고하였다). 1950년대 말 촘스키에 의해 시작된 거대한 학문의 흐름을 이 책 원본의 출간년도인 1995년까지 재미있게 정리한 ‘개설서’ 수준에다 대고, “언어학의 대가 촘스키를 뛰어넘는 최신과학, 이제 언어와 정신에 관한 모든 비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책의 앞표지 및 역자의 말)”식으로 선전하는 것은 종교로 치면 조사모독(祖師冒瀆)에 해당하는 불경죄(不敬罪)라는 것을 출판사나 번역자는 알고 있을까? 도대체 개론 수준의 책을 번역 출판하면서 그 무슨 망발인지 모르겠다. 이 점 역시 곧 지적할 ‘엉터리 번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감히 언어학을 아는 사람이면 절대로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식의 엉터리 번역이 나올 수 없을 것이기에. 우리나라 학자가 쓴, 다른 제대로 된 언어학 개설서를 보고싶은 분은 “김진우, 언어: 이론과 그 응용, 탑출판사, 개정판, 2004. 2”이나, 조금 가볍게 접근하고 싶은 분은 ‘언어학’과 ‘영화’의 만남이라 할 수 있는 “강범모, 영화마을 언어학교, 동아시아, 2003. 4”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또 다른 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의 책 “조지 밀러, 언어의 과학, 강범모, 김성도 옮김, 민음사”의 원본은 이책보다 앞선 1991년 나왔으니까, 읽어보시면 위와 같은 선전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아실 수 있다.

3. 구체적인 번역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역자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역자는 모두 3명으로 되어 있는데(보통 공역에서 밝히기 마련인 누가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에 관한 말은 전혀 없다), 그 중 김한영은 “(1962년 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전문번역가”로 되어 있으나, 소개된 경력으로 보아 그 이전에 이런 종류의 책을 번역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이 책의 주(主) 번역자로 추정된다. 나머지 두 사람은 각각 독일에서 수학하고 미국에서 독어학박사를 취득한 대학교 독어과 교수(문미선), 독일에서 독어학박사를 취득한 대학강사(신효식)로 되어 있다. 우선 겉으로 보기에 학력이나 경력이 ‘영어로 된 언어학 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 점은 이 책이 개설서라는 점과 누구나 영어를 기본으로 공부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비난까지 할 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누가 어떤 부분을 주로 번역했는지(또는 감수 내지 협조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번역상의 모든 문제점은 공동 책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아니면 번역계의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이름만 빌려준 박사교수’들이 될 테니까.)


4. 사소한 번역상의 문제점은 다음 단락에 종합하기로 하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정말 번역자의 도의(道義), 책임과 관련되는) 부분부터 먼저 지적하기로 한다. 이제까지 필자의 독서 인생에서 본 일이 없는 일이지만, 세상에 번역자가 ‘번역 불가’라고 하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가? ‘잘못된 문장이나 비문법적인 문장이라 도저히 번역이 안 된다’는 건가? 아니면 ‘역자의 능력 부족으로 번역할 수 없다’는 건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the Wonderland)”와 그 속편 격인 “거울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는 재미있는 말장난(pun) 때문에 언어학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편이다. 그 중에 나오는 “재버워키(Jabberwockie:종잡을 수 없는 말장난)”의 시 4연은 이렇다(이 서평의 대상인 “언어본능” 번역서 131페이지.)

‘Twas brillig, and the slithy toves
Did gyre and gimble in the wabe:
All mimsy were the borogoves,
And the mome raths outgrabe.

보시는 대로 번역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곧 뒤에 보겠지만 정통 영문학자의 번역도 껄끄러운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역자는 대담하게 “번역불가”라고 써놓았다는 점이다. “번역자의 (독자에 대한) 항복”인가? 아니면 “순진한 번역자”인가?(대부분의 번역자들은 이런 경우 대충 4연 원문 생략하고 따라서 번역도 생략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이 건 문장이 될 수 없다”는 철없는 만용인가? 이번엔 정통 영문학자의 번역을 보겠다. “루이스 캐럴, 거울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 손영미 옮김, 시공주니어, 초판 4쇄, 2002. 10”, 29페이지에 보면 번역이 나와있다(참고로 역자는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에서 관련 석박사를 딴 영문과 교수이다).

“저녁 무렵, 유연활달 토우브
언덕배기를 순회하며 뚫고 있었다.
보로고브들은 모두 우울해 했고.
침울한 라스들은 끼익거리고 있었다.
(역자 주: ‘토우브’는 오소리의 일종, ‘보로고브’는 지금은 멸종된 앵무새의 일종. ‘라스’는 몸체가 녹색을 띠고 있는 육지 거북의 일종)

아무리 이 책이 1870년대에 나왔다고 해서, 미학과 출신 번역가, 독어학박사들도 모르는 영어를 어떻게 영문학박사는 알까? ‘영문학박사”만 알 수 있는 특별한 말이나 고어(古語)라서? 아니다. 답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같은 소설 뒷부분에 저자인 루이스 캐럴의 설명이 다 나오는 것이다(앞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번역서 126 ~ 129페이지). 어떻게 모르는 다른 책의 부분이 나오면 그 책의 번역본이라도 찾아볼 생각을 않고 ‘번역불가’라고 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번역가에 대해 대체로 동류의식(同類意識)을 느낄 정도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그러고 이것 뿐만이 아니다.

5. 역자가 조금이라도 언어학에 지식이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오역(誤譯)이 또 나온다. 161페이지 이하에 보면 촘스키(Chomsky)의 ‘변형생성문법’ ‘수형도(tree diagram)’와 X’(엑스바 이론) 설명이 나오는데, ‘spec(specifier)’을 ‘주어’라 번역하고 있다. 따라서 XP → (SPEC) X’ YP*를 “구는 하나의 수의적인 주어와 그 뒤에 오는 하나의 X-바,…”라고 해놓았다. 언어학의 ‘구 구조 규칙(phrase structure rule)’에서 ‘spec(ifier)’는 ‘지정어(指定語)’라는 말로 관사와 형용사 등 ‘핵(head)’를 수식하는 말(왼쪽에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즉 임의적인, 선택적인)을 의미한다. 한편 ‘수의적’이란 말은 ‘隨意的’으로 보이는데 일본말 냄새가 물씬 풍긴다. 우리 몸 근육에 ‘수의근(隨意筋)’, ‘불수의근(不隨意筋)’이 있다고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때 외에는 들을 수가 없는 말이다. 아마 영어 원어는 ‘arbitrary or selectional’, 우리 말로는 ‘임의적’ 또는 ‘선택적’으로 번역하는 것이 보통이다.  

6. 지금부터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보며 번역상 오류를 지적하겠다. 동류끼리 또는 관련 전문가로써 정체를 감추고 비판하다는 오해가 생길까 봐 미리  말씀 드리면, 필자는 영어학이나 언어학 심지어 인문학과도 관계가 먼 ‘(한국 내) 경제학과’ 출신으로, 그 때 이후 더 이상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며, 문필하고는 관계가 먼 직장생활을 이십 여년 해온 사람이다. 그냥 글과 영어(나아가 언어), 공부를 좋아하는 순수 아마추어일 따름이다. 또 이 책의 원서는 본 적도 없고 순전히 번역본을 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p.16 중간 ‘제대포’ → 한자로 ‘祭臺布” 또는 ‘altar cloth’라고 부기했으면 국어사전 찾는 수고가 줄었을 것이다.

p.17 위에서 7째 줄 ‘주간 드라마’ → 우리나라에서처럼 일주일에 한번 한다는 주간(週刊)인가? 아니면 낮에 한다는 ‘주간(晝間: soap opera)’인가?

p. 20 위에서 둘째 줄 및 p.122 밑에서 셋째 줄 ‘parkway(공원 내의 도로)’ → (Richard Lederer라는 사람의 유명한 ‘Crazy English’라는 글에서 나온 말. 이 글 읽어보시고 싶은 분은 다음 인터넷 주소에 가시면 읽어보실 수 있다. http://pw1.netcom.com/~rlederer/arc_ceng.htm#ce1), driveway에서 park하고 parkway에서 drive한다면 parkway의 뜻이 짐작될 것이다. driveway가 도로가 아니라 ‘주차통로(도로와 집 안의 주차장 사이에 있는 차가 드나드는 통로로, 주로 낮에 또는 밤에도 주차장 공간보다 차가 많은 경우 주차도 하는)’인 것 비슷하게, parkway도 ‘공원(park)’하고는 전혀 무관하며, ‘자동차 도로, 외곽순환도로, 큰 간선도로(중간에 보통 잔디로 된 중앙분리대가 있는)’의 뜻이다.

p.21 중간쯤 ‘동물의 왕국’ → 옛날 TV에 나왔던 수입영화 제목의 영향이 너무 오래 간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말이다. ‘(the) world of animals’이면 ‘동물의 왕국/세계’쯤의 번역도 괜찮겠지만, ‘animal kingdom’이면 대부분의 학문적인 글에서는 ‘동물계(動物界)’(생물의 분류 단위인 ‘계, 문, 강, 목, 과, 속, 종’할 때 최상위 단계인 ‘계(界)’가 바로 ‘kingdom’)로 번역해야 할 때가 있을 것임에도 어떻게 대부분의 책에서는 일률적으로 ‘동물의 왕국’만 나온다. 이 책의 원문이 뭐였는지는 알 수 없다.

p.23 중간쯤 ‘털이나 깃털 달린 얼간이’ → 앞뒤 문맥으로 보아 ‘비버(beaver)’와 ‘기러기(goose or wild goose)’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p.48 중간 및 p. 88 ‘나바조’ → 인디안 부족 이름 ‘나바호(Navajo)’. 웬만한 사전에 다 나온다. 지금도 아리조나주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부근에 살고 있다.

p.69 중간쯤 ‘네 살바기’ → ‘네 살배기’

p.73 맨 위 ‘라 졸라’ → ‘라 호야(La Jolla: 샌디에고 바로 위에 있는 지명으로 스페인어에서 왔음. 이 지명을 딴 미 해군의 군함이 몇 년 전 부산에 기항했을 때 우리 신문들은 정확하게 ‘라 호야’라고 했었음)

p. 84 위에서 5 ~ 6째 줄 ‘많은 것이 인용된 구절’ → ‘이 구절에서 많은 것이 인용되어졌다’인가? ‘이 구절은 많은 인용을 포함하고 있다’인가?

p.91 밑에서 4째 줄 ‘라우라 마틴(Laura Martin)’ → ‘로라 마틴’(뒤에 225페이지에서는 ‘로라’라고 되어 있다)

p.111 맨 위 ‘모두원리는’ → ‘모두 원리는’

같은 페이지 위에서 8째 줄 ‘켤 수 있는 눈’ → 영어야 어찌 되었든 우리말로는 ‘눈’이 무엇을 ‘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추었다, 보았다’고 해야 된다.

같은 페이지 위에서 17째 줄 ‘plate tectonics’ → 우리말로는 ‘판(板)구조론’이라 한다.

p.130 여기 맨 위 문장에서 중의어(重義語) 해석이 빠진 것이 많다. 예를 들어 ‘broad splashes’는 ‘매춘부에 대한/의한 방뇨’. ‘empty sky’는 ‘배고픈 하늘(그래야 뒤의 食道로 연결된다)’ 등. 한편 ‘tree-tops’같은 간단한 단어는 굳이 사전을 뒤져 ‘우듬지’라고 해놓았다. ‘나무 꼭대기, 나무 위’가 아니라 ‘우듬지’라…(평소 이런 말 쓰시는 분?)

p.168 밑에서 4째 줄 ‘공을 던지라고’ → 영문(‘to shoot the ball’)을 보면, ‘슛(공)을 쏘라고’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공을 겨냥해서 조준하고는 ‘빵’하고 총쏘는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이걸 단순히 ‘공을 던지라고’ 식으로 번역해버리면 이 말장난을 알 수가 없다.

p. 173 밑에서 6째 줄 ‘조동사는 또한 INFL이라고 불리므로’ → 조동사가 INFL이 아니라, 다만 ‘구 구조 수형도(phrase structure tree diagram)’에서 조동사는 INFL 자리에 포함되는 것 뿐이다. 당연히 INFL은 ‘어미변화 또는 굴절(inflection)’의 뜻으로 ‘시제(tense)’를 주로 포함하는 범주이다. 이것은 저자 잘못인지 번역자 실순지 애매하다.

p.176, 177에 걸친 문장 → 필자는 독일어를 모르지만 (擬似) 독일어 첫 문장과 영어 첫 문장이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한글 번역이 똑 같을까? 공동 역자인 독일어 박사들이 이 문장을 봤나 모르겠다.

p.177 인용문장 바로 밑 ‘칵테일 파티에 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적 생활에 대한 촘스키의 주요 공헌 중 하나가 … 것을 안다’ → 도대체 ‘칵테일 파티에 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파티에 초대 받는 사람, 즉 같은 계통의 직업을 가졌다든지, 가까운 관계라든지, 같은 학문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든지 이런 뜻인가?
p.204 제일 아래 booth-beeth, harmonica-harmonicae…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이 없으면 일반 독자들은 알 리가 없다. 차례로 tooth-teeth, formula-formulae, brother – brethren, datum-data, appendix – appendices, cherub – cherubim식의 불규칙 복수형(옛날에는 역시 규칙형이었지만)을 비꼰 말이다.

p.223 위에서 10째 줄 ‘수잔 카레이(Susan Carey)’ → ‘수잔 캐리’. 유명한 여자 가수 Mariah Carey(머라이어 캐리)를 생각해 보라.

p.240 맨 위 [오, 새벽의 이른 불빛으로 볼 수 있는지 말해줄래요?] → 이 문장은 미국 국가(The Star-Spangled Banner) 처음에 나오는 구절로 “(어제 저녁 석양빛에 마지막 본, 우리가 자랑스레 붙잡고 지키던 그것(성조기)을) 오늘 아침 이른 새벽빛으로도 여전히 볼 수가 있는지, 그대여 말하라!”라는 뜻. 누가 우리 애국가를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까요?” 그러면 기분 나쁠 것이다.

같은 페이지 위에서 10째 줄 ‘서기’ → ‘notary public’은 그냥 서기가 아니라 ‘공증인(公證人)’(우리나라에서도 법무사 사무실에서 많이 볼 수 있는)이란 뜻. ‘서기(書記)’는? ‘(a) clerk’.

p.249 맨 아래 ‘span and spic’→ ‘spick and span’이라야 ‘clean and neat’의 뜻.

p.250 맨 위에서부터 수많은 단어들의 뜻은? – 보통은 이런 부분 번역 안 해도 그만이겠지만, 이런 책 보는 분은 대개 언어에 관심이 많을 것이므로 모르고 넘어가기가 뭐해서, 스스로 찾아보기 십상일 것이라서, 여기 적어둔다.

riff-raff(하층민, 잡동사니), mish-mash(혼란, 뒤섞임), flim-flam(엉터리, 속임수), chit-chat(수다, 재잘재잘), tit for tat(오는 말에 가는 말), knick-knack(자질구레한 장신구), zig-zag(지그재그), sing-song(단조로운 노래), ding-dong(딩동),  King-Kong(킹콩), criss-cross(삐뚤빼뚤), shilly-shally(망설이는), see-saw(시이소오, 오르락내리락), hee-haw(이~햐!), filp-flop(홱홱 뒤집기), hippity-hop(깡총깡총-캉가루 새끼가 뛰는 모습), tick-tock(똑딱똑딱), tic-tac-toe(三目: 아이들 놀이), eeny-meeny-miney-moe(술래 정할 때나 무얼 고를 때 부르는 노래, 우리 말로 하면 ‘이 거리 저 거리 밖 거리’, ‘어느 것을 고를까? 알아 맞춰 보세요’ 하는 식), bric-a-brac(골동품, 고물), clickety-clack(덜컹덜컹, 찰칵찰칵), hickory-dickory-dock(자장가 nursery rhyme 제목. 별 뜻이 없음), kit and kaboodle(이것 저것, 모두), bibbity-bobbity-boo(디즈니사의 만화영화에서 온, 신데렐라가 외우는 주문)

p.254 위쪽 여기도 수많은 설명 없는 단어들 →
razzle-dazzle(시끌시끌), super-duper(극상의, 아주 좋은), helter-skelter(허둥지둥), harum-scarum(덤벙덤벙), hocus-pocus(요술, 감쪽같은 속임수), willy-nilly(싫든 좋든, 다짜고짜), hully-gully(춤 이름, Beach Boys의 노래 제목, 좋아 좋아 정도의 뜻), roly-poly(토실토실), holy-moly( = Holy Moley: 야! 이런!), herky-jerky(움찔움찔), walkie-talkie(워키토키), namby-pamby(멋없는, 지루한, 갈팡질팡), mumbo-jumbo(우상, 공포의 대상, 뜻 모를 이야기), loosey-goosey(편안한, 헐렁한), wing-ding(야단법썩), wham-bam(철썩 쿵), hobnob(권커니 잣커니), razza-matazz(떠들썩, 소란법석), rub-a dub-dub(둥둥둥 북소리)

p.257 맨 밑 인용문 → 뒤에 보면 영어를 이탈리아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따라서 이렇게 설명이 붙어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Uans appona taim uase disse boi. (Once upon a time was this boy.)

p259 맨 아래 셜리 엘리스(Shirley Ellis) 의 1964년 히트곡 ‘Name Game’ 이야기 → 도대체 이것만으로는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 노래는 아무나 이름을 이용하여 운율(rhyme)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노래했다고 한다(참, 특이한 가사도 다 있다!) 가사 일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The first letter of the name
   I treat it like it wasn't there
   But a B or an F
   Or an M will appear

   And then I say Bo, add a B
   Then I say the name
   Then Bonana, Fanna, and a Fo
   Then I say the name again with an F very plain
   Then a Fee, Fy, and a Mo
   Then I say the name again with an M this time
   And there isn't any name that I can't rhyme


p. 260 아래쪽 Dorothy Parker(1893~1967. 미국의 여류 시인, 비평가)의 “I’ve been too fucking busy and vice versa.” → (욕을 그대로 인용해서 뭣하지만) 맨 뒤 vice versa의 뜻을 못 살리고 있다(이 말의 문자 그대로 뜻은 ‘역(逆)으로’.) 즉, 이 말의 숨은 뜻까지 포함해서 다시 쓰면 “I’ve been too fucking busy and too busy fucking.(fucking busy가 문자 그대로 ‘역이 되어’ busy fucking이 되었다 – 뭣같이 바빴고 뭣하느라고 바빴다는 뜻)”

p.261 밑에서 5째 줄 “대화 중에 cows가 등장하면” → 뒤의 udder의 원 뜻이 ‘(소나 염소의) 젖통’이란 해석이 없이 보면 뭔 말인지 모를 것이다.

p. 268 위에서 9 ~ 11째 줄 “하버드 대학의 구내에 자동차를 주차(pahk their cah in the Hahvahd Yahd)하는 보스턴 사람들은 딸의 이름을 Sheiler와 Linder라고 짓는다.” → 보스턴 사람들이 ‘r’ 발음 대신에 ‘h’발음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원래 Sheilah와 Linda라고 해야 할 여자 이름 대신에 Sheiler와 Linder라고 쓴다는 뜻이다(물론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비꼬는 뜻.)

p. 275 중간 아래쯤 나오는 ‘Emily Litella’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질다 라드너 역을 맡은 배우’ → 질다 라드너(Gilda Radner: 1946~1987)가 실존했던 여배우, ‘새터테이 나이트 라이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TV Show이고, ‘Emilly Litella’는 질다 라드너가 분(扮)했던 ‘(귀가 먹은) 극중 인물’로 ‘(endangered) species’를 보호하자는 말을 잘못 듣고 ‘(endangered) feces’를 보호한다니 무슨 소리냐고 타박을 주는 것이다. 이걸 반대로 번역해 놓았다.

p.278 위에서 11째 줄 From the John Prine song → From the John Prince song(바로 밑에 ‘존 프린스’라고 번역되어 있다)

같은 페이지 몇 줄 아래 ‘블루 치어의 히트곡 I’m your Venus’ → 흘러간 팝송(oldies but goodies)을 즐기는 사람은 ‘블루 치어(Blue Cheer)’도 알고, ‘I’m your Venus’라는 가사도 귀에 익지만 이 둘을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우리가 익숙한 “I’m your Venus, I’m your fire, at your desire…”라는 가사는 ‘쇼킹 블루(Shocking Blue)’의 ‘Venus’란 노래이다. 저자가 틀렸을까? 역자가 틀렸을까?

p.281 위에서 3째 줄 마지막 “don’t call it “dead”’ → ‘don’t call it “deed”’. 바로 밑의 번역에 ‘“deed’라고 부르지 말기를’ 이라고 되어 있다.
p.282 밑에서 둘째 줄 ‘일본의 간지문자’ → ‘간지’는 ‘한자(漢字)’이므로 병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p. 292 밑에서 5째 줄 “이해를 이해하는 것은” →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p. 301 ~ 302 인용문 “She saw the matter ~ through.”를 “그녀는  ~ 문제를 지켜보았다”라고 번역 → ‘see the matter through’는 그런 뜻이 아니라 “끝까지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해결한다”는 뜻.

p. 302 마지막 우리 말 번역 “고양이를 걱정하는 개” → 영문이 “the dog that worried the cat”로 나와 있다. 여기서 worry는 cat을 목적어로 하는 타동사로 “위협하다, 괴롭히다”의 뜻이다. 번역대로 하려면 “the dog that is worried about the cat”이라야 된다. 기본적인 타동사, 자동사 구분이 안된 예.

p.303 위에서 둘째 줄 “blessed be He”라는 문장은 삽입된 기원문으로 여기서 He는 그 앞의 the Holy One 즉,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말이다(He가 문장 앞이 아닌데도 괜히 대문자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번역은, “주님, 축복 받으소서(May He be blessed!)”이다. 이 문장을 “예수 그리스도가 와서 그를 축복했고”식으로 번역해 놓았다.

p.316 위에서 9째 ~ 13째 줄. 'build-up’은 ‘형성’이라기보다 ‘강화(强化)’라는 뜻이다. 도대체 “가스를 형성해 폭발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가 무슨 뜻인가? 의역하면 “가스저장시설(gas storage)을 강화했기 때문에” 정도가 되어야 적당할 것이다.
 
p.320 위에서 8째 ~ 9째 줄. Family Leave Law를 ‘가족분산법’으로 번역해 놓았다. 이 말의 어원은 미국 노동부의 ‘Family and Medical Leave Act of 1993(FMLA)’에서 왔으며 ‘육아, 입양, 양육, 가족 중 질병’ 등의 사유가 있을 때 1년에 3개월의 무급휴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각 주별로 그 중 일부는 유급휴가로 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노동부에서도 ‘가족휴가’란 이름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가족 및 질병 휴가’ 정도가 될까? ‘leave’의 2번째 뜻인 ‘휴가’를 모른 데서 온 오역이다.

p.326 밑에서 둘째 줄 “남용 가능성이 있는 적정량의 다음 물질들을 함유한” → 위의 영문은 “which contains any quantity of the following substances having a potential for abuse”이다. 어떻게 해서 ‘any quantity’가 ‘적정량’으로 둔갑을 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다음 페이지의 결론이 날 수 없다. ‘어떤 양이라도 즉,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의 뜻이기 때문에 “마약판매원은 법을 어긴 것” 이 되는 셈이다.

p.336 중간 “연방 지방재판소” → 앞 페이지 영문을 대조해 보면 “U. S. Attorney’s Office”라고 되어 있어, 역자가 사법부(판사)와 행정부(검사)를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말은 “연방 (지방)검사실”로 번역해야 맞다. 사법부에 속하는 재판소는 ‘court’로 ‘judge(판사)’들이 근무하는 곳이고, 법을 집행하는 곳은 법무부 장관(The Attorney General) 산하의 연방검사실(현재 미국 본토 및 속령 포함해서 지방별로 관할권을 가진93명)이며, 이들은 모두 연방공무원(행정부인 법무부 소속)이나 지방을 관할한다고 하여 ‘지방검사(District Attorney)’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연방검사실’과 ‘지방검사실’은 실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다만 ‘주정부’에서도 ‘지방검사’를 둘 수 있기 때문에 ‘연방 지방검사’, ‘주 지방검사’로 나눌 수는 있겠다.

 

(한숨 돌리자)

 

이렇게 길게 썼는데 아직도 1권 밖에 지나지 않았다. 쓰는 시간도 읽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문제이며, 서평 페이지에도 제약이 있을까 봐 일단 여기서 멈추기로 하겠다.

그런데 여기 겁나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최근 도하(都下) 신문 광고에 의하면, 같은 저자의 가장 최신작인 “The Blank Slate, 2002. 9”을, 이번에는 이 책의 주 번역자 김한영이 혼자서 번역한 것으로 되어있는 책 “빈 서판(書坂)”이 민음사에서 간행되었는데, 가격이 무려 40,000원이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책을 보면서도 “아! 원서를 살 걸,”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번역서를 보는 목적이 시간 절약에도 있다면 이건 참담한 실패였으니까. 필자가 생각하고 자료 찾고 이 글을 쓰느라 소비한 시간을 상상해 보라.

번역본에 의하면 초판 1쇄가 1998년 3월이고 초판 4쇄가 2003년 5월에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틀린 부분은 보통 ‘쇄(刷: impression or print)’에서도 바로 잡는 법이니까, 적어도 그 동안 3번의 고칠 기회가 있었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영세한 출판사 사정’따위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한편 책 80페이지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10대에 저지른 도둑질로 40세의 사람을 수감하는 것은 40세의 존과 18세의 존을 ‘동일인’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며 이런 지독한 오류는 우리가 이들을 존이 아니라 존1972와 존1994로 지칭한다면 피할 수 있는 오류”라고 한다. 과연 김한영1998과 김한영2004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누가 시험해보고 알려주면 좋겠다.)

또 222페이지에 보면 일반 상식을 완전히 뒤덮는 이야기가 있다. “몇 천의 필수단어만 알면 된다, 세익스피어가 15,000단어를 구사했는데 22,000 Vocabulary는 너무 지나치다. 영영사전의 설명어휘(defining vocabulary)가 3천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 보통 사람 상식인데, 가장 정교한 추정에 의하면 미국의 일반 고졸자가 6만 단어 정도를 알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알고 있는 어휘와 사용 어휘의 수(數)는 다르겠지만, 왜 외국 신문이나 잡지, 하다못해 대중소설 읽기도 그렇게 힘들고(주로 어휘 문제로), 그럴듯한 경력을 갖춘 번역자라도 이런 엉터리 번역을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언어’을 다루는 언어학 책의 번역에서 발견된 이 숱한 ‘언어’의 오류는 ‘등잔 밑이 어둡다’인가? 아니면 바벨탑을 짓다가 무너진 인간 ‘언어’의 ‘아이러니(irony)’를 상징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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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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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이상하게 책을 읽는 습관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영어 원서의 번역서 읽는 습관’이다. 책 내용에 빠지는 것이 독자로서의 온전한 독서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이 말의 원어는 무엇일까? 원래는 어떤 표현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굳이 ‘영어 원서’로 한정한 것은 물론 필자의 어학 능력 때문이다. 생경한 번역 투의 책에 골머리를 앓다가 차라리 원서로 보자 한 적도 있었으며, 결국 나름대로의 독서인생을 통해, 번역서가 술술 읽히기 위해서는, 첫째, 원서가 명확한 논리와 표현을 가져야 한다. 둘째, 번역자도 일정한 수준에 달해야 한다(좋은 책을 엉뚱하게 번역해서 결국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적은 그 얼마이던가!). 마지막으로, 그러나 다른 것 만큼 중요하게(last but not least), 좋은 번역을 위한 물질적 조건, 쉽게 말해 번역에 허용되는 기간과 보수가 정당한가? 하는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춘 것으로 짐작되는 경우라도, 번역의 디테일에서 자주 접하는 오류나 누락을 보면, 어디까지가 옳은 번역, 제대로 된 번역의 한계이며, 어디까지가 상업과 번역과의  타협점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때는 있지만, 어디까지를 번역가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이 글은 그런 의문에 대한 구체적인 조명이다. 텍스트로는 겉표지에 “KBS <TV, 책을 말하다> 선정 올해의 책”이라고 되어 있는,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김미화 역, 도서출판 소소, 서울, 2003”을 골랐다. 그 이유로는, 첫째, 책 내용의 우수성으로 보아 엉뚱한 책을 골랐다는 비난은 피할 수 있으리라는 점, 둘째, 책에 소개된 역자의 이력으로 보아 번역의 정확성이나 미려함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점, 따라서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옥의 티(a fly in the ointment)’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사실 책 내용과 번역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왜 주요 서점에서 2003년 올해의 도서로 이 책 대신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가 선정되었는지 개인적인 불만이 생길 정도였다. 부연하자면 일종의 사고유희, 언어유희인 베르베르의 책에 비하면, 이 책은 그 주제의 중요성, 현대의학과 의사에 대한 일반적인 무지와 편견을 타파하면서도, 일견 진지하고 일견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 전문 의학용어 투성이의 책을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번역해낸 점 등에서 더 소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책 자체의 내용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로 간략하게 하고, 후한 점수를 준 이 책에서도 군데군데 보이는 번역상의 사소한 문제점을 검토해 본 후, 책의 상업성과의 연관 하에서 어디까지 정당화될 것인지 생각해보려는 것, 나아가서 번역가들을 변호해보려는 것이 이 글의 의도이다(그들이 제 머리를 스스로 깎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필자의 지레짐작 아래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씀드리면, 필자는 번역가도 소설가도 아니고 영문학자(도)도 아니고, 순수한 아마추어 독자로서, 이렇게 좋은 번역의 책을 원서로 다시 구해 읽어볼 생각도 없으며, 누구를 폄하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필자의 편의를 위해, 내용별로 분류하고 재배치하는 수고 없이, 책 순서대로 앞에서부터 검토해 보기로 하자.

p.21  CPR(삼폐소생술) → 이건 분명히 심폐소생술의 오자이다.

p.85 따라서 M&M 프리젠테이션을 무난하게 치르기 위해 보고자들은 불가피하게 약간의 세부사항을 생략하거나 빈번하게 수동태 표현들을 쓰게 된다. 응급 기관절개를 잘못한 사람은 사라지고 그냥 “응급 기관절개가 시도되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가 되는 것이다. → 수동태가 어떤 때에 사용되는가에 관해 이보다 더 적확(的確)한 설명을 한 영문법 교과서를 본 적이 없다.

p.89 ‘식스 시그마’가 ‘불량률 100만분의 1 이하’가 아니고 원래 불량률 ‘100만분의 3 이하’가 아니었던가? 이건 번역 때문인지 원문이 그런지 잘 모르겠다.

p.89 TMI 원자력발전소 → (약간 고심 끝에) 아! 미국 펜실베니아주(이크, 개그 콘서트 “샘과 토마스”의 고향) 주도 해리스버그 근처에서 1979년 일어났던 Three Mile Island 원자력발전소의 사고(Meltdown; 노심용융)를 말하는군.

p.106 중간쯤 “러시아워 시간대의 펜스테이션처럼 북적거렸다.” → 마침 시카고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니까 시카고의 유명한 Monorail의 한 역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Penn Station, 미국 뉴욕 34번가에 있는 역으로, 구(區; borough)간 특급열차의 정차역이며, 타임즈광장(Times Square)에 가까워 붐빈다고 되어 있었다.

p.117 “스파고(Spago)에서 멋진 밤을 즐기기도 했으며, 분명 연애사건도…” → 이건 분명히 시카고의 환락가처럼 보였다. 결과는 520 N. Dearborn St., Chicago, Illinois에 있는 유명한 식당이름으로 $21 ~ $28 정도의 가격대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pp.136 ~ 138 ‘전문가 사정(司正) 프로그램’  → 事情(state of things, affairs)도 아니고, 査定(assessment)도 아니고, 矯正(correction)도 아니고 그 어려운, 마치 우리나라 공무원들이나 들으면 벌벌 떨 만한 司正(audit and inspect)이라니?

p.149 맨 위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 라운드를 돌 때마다 꼭 ‘페니화 동전’ 세 개를 주머니에 넣고 나갔으며” → 페니화(貨)라. 그건 어느 나라 돈일까? 영국의 화폐단위에는 한 때 페니(penny)라는 게 있었다가 1971년 없어졌다고 한다. 화폐 단위로는 없어졌지만 지금도 1펜스짜리 동전을 페니라고 한다니까, 미국사람인 Golden Bear가 영국의 동전 페니 세 개를 가지고 다니는 것일까? 미국 화폐인 dollar의 동전 중에서도 제일 작은 단위인 1센트(cent) 짜리를 penny(복수는 pennies)라 부른다니까 그 페니를 세 개 가지고 다닌 걸까(1센트화 동전 세 개)?

p.253 “아니면 조 프라이데이 하사처럼 사무적인 목소리로” → 이 사람은 또 누군가? 계급으로 보아 의무병같은데 혹시 M*A*S*H에라도 나오는 사람일까? 해답은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 미국에서 방영되었던 경찰 수사실화극 시리즈 Dragnet(수사망, 포위망의 뜻)에 나오는 주인공 (Detective) Sgt. Joe Friday 즉, ‘조 프라이데이 경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표정이 근엄하고 말투가 매우 직설적이었다나.

p.260 “묘지 교대조(graveyard shift) –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의 근무 교대조”라는 단어의 어원(etymology)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아, 내가 그 동안 대충 알고 있었구나.

p.343 이하 참고문헌에 보면 여러 군데서 지시페이지와 실제 본문의 페이지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건 역자 책임이 아니라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로 보인다. 

여러 가지 정황(번역서의 수준)으로 보아 역자가 이런 걸 모르는 수준이어서 그랬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번역의 실수이고 어느 것이 편집상의 실수인지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진짜 전문가들이 실수하는 번역상의 문제는 놀랍게도 “누구나 아는(안다고 생각하는) 단어”, “쉬운 단어”에서 튀어나오는 법이다. 언젠가 어떤 책(실리콘밸리 스토리, 데이비드 캐플런, 안진환, 정준희 역, 동방미디어, 서울, 2000, p.59)에서 “(시에라 네바다의) 아래쪽 48개 봉오리 가운데 최고봉인 (해발 4,300미터의 휘트니 봉)“란 표현을 봤다. 분명히 “the highest peak in the Lower(or lower) 48”이란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런 책쯤 번역하는 사람이 lower를 모르겠는가? 48이란 숫자를 모르겠는가? 더구나 시에라 네바다(산맥)이란 지명도 나왔겠다. 그러나 사전 찾아봐도 나온다. ‘Lower 48’이란 말이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 48개 주”라는 뜻이라고. 하와이는 미국 본토의 밖에 있는 섬이고, 알래스카에서 봤을 때 48개주는 더 낮은 위치에 있는(lower) 주니까. 그리고 알래스카에는 미국(북미)에서 가장 높은 맥킨리 봉(해발 6,194미터)이 있으니까.

또 이런 일도 있다. ‘가짜(이건 필자가 붙인 이름) “가짜영어 사전(안정효, 서울, 현암사, 2000)”’ 54페이지에는 이렇게 정당하게 써 있다. “( ~ 과 같은 아는) 단어를 만나면 자신이 아는 제한된 의미만 가지고 무작정 해석을 하려 덤비지 말고, 문맥이나 흐름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보이면 사전을 찾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모든 단어에는 우리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안정효 선생 자신은 그 뒤 85페이지에서 영화제목 “The Thin Red Line”을 괄호로 (가늘고 붉은 선)이라고 친절하게 주석을 달았다. 단어 해석으로는 틀린 말은 없지만 역시 사전을 찾아보면(민중서림 엣센스 영한사전 제6판 p.1346 line 항목, 현재 판인 제9판에는 p. 1610), ‘공격에 굴하지 않는 용감한 소수자’라고 되어 있고, 필자가 알아본 바, 그 어원은 다음과 같다.

The Thin Red Line (1854 battle)

The Thin Red Line was a famous military action by the 93rd (Highland) Regiment during the Crimean War. The 93rd, led by Sir Colin Campbell, took part in actions at Alma and Sevastopol before routing a Russian cavalry charge on October 24, 1854, at Balaklava.

The Russian force of 25,000 rode down the road to Balaklava. It was countered, in part, by a clash with the British Heavy Cavalry, who charged uphill, led by the apparently fearless Sir James Scarlett. The rest of the Russian force went on to charge the 93rd.

Campbell is said to have told his men, "There is no retreat from here, men. You must die where you stand." Sir Colin's aide John Scott is said to have replied, "Aye, Sir Colin. If needs be, we'll do that." Campbell formed the 93rd into a line two deep --- the "thin red line" --- and had the regiment wait until very close quarters before the first line fired. The Russians continued to advance, and Campbell had his men wait until no more than 500 yards lay between the Highlanders and the charging Russians to fire the second volley. This broke the Russian charge. At that, some of the Highlanders started forward for a cavalry charge, but Sir Colin stopped them with a cry of "93rd, damn all that eagerness!"

It was the London Times correspondent, William H. Russell, who wrote that he could see nothing between the charging Russians and the British base of operations at Balaklava but the "thin red streak tipped with a line of steel" of the 93rd. Popularly condensed into "the thin red line", the phrase became a symbol, rightly or wrongly, for British sang-froid in battle. (www.nationmaster.com/encyclopedia/The-Thin-Red-Line(1854-battle))


그렇다면 우리나라 번역문학계의 손익계산서 또는 번역작가의 고료 수준을 전혀 모르는 필자로서도, 결론은 “영세한 출판 풍토”, “싼 고료”, “촉박한 시간” 등이 주원인일 거라고 짐작은 간다. 

이 정도라도 번역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전업(專業) 번역가(노동자)”은 우리나라에 과연 몇 명이나 되며, 그들의 한 달 평균 수입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들이 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투자한 금액(물질적인 것으로만 해석해 조금 죄송하지만)에 대비할 때, 과연 투자액 회수는 되고 있고, 회수 기간은 적당한가? 그들보다, 진지한 책, 양식이 되는 책보다는 가벼운 책, 흥미 오락 위주의 독자들(소비자)과 이런 세태에 적당히 부합하는 출판인(생산자)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

물론 개중에는 그러다 보니 돈벌이에 급급한 출판사, 그들이 발굴한 “얼치기 번역가”들도 끼일 것이고, “자기가 얼치기라는 것도 모르는 얼치기”들 또한 양념으로 끼여들어, 정말 번역가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닐까? 덤핑이 횡행하면 그 계통으로는 좋은 물건이 제작되고 유통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래도 이런 (좋은) 책을 어찌 이렇게 무성의하게…”하는 분(솔직히 이 부분은 며칠 전 '전문가의 번역에도 오역이 많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자극을 받았다)은 무얼 먹고 사는 것일까?


한편 우리가 번역서 한 권에 지불하는 일만원의 돈은 어디까지의 대가일까? 이런 모든 세부사항까지 완벽한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또 역주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어디까지가 역자의 몫이고 어디까지가 그걸 읽는 독자가 스스로 찾아봐야 하는 몫일까? 필자처럼 ‘할 일 없고 현학적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마땅한’ 아마추어 독자들이나 이런 것 따지고 있지, 실제 번역가들이나, ‘손가락을 보지 않고 가리키는 대로 달을 본’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미 강을 건너 배를 버리고 제 갈 길로들 다 갔으리라.

한편 독자로서 필자같은 부류(많지는 않겠지만)는 행복한 편일까? 불행한 편일까?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사람들은 행복했다”고 했다.(누군지는 까먹었고, 번역작가들과 동기는 달라도 같은 원인으로, 솔직히 피곤해서 늦은 밤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필자는 말하고 싶다. 책을 보고 그 내용에 빠지던 때는 행복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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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변화시킨 기업 33
하워드 로스만 지음, 고정아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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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AT&T, 포드에서 월마트, IBM, 야후, 힐튼호텔 체인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세계에서 큰 족적을 남기고 우리 생활을 변화시킨 기업 33개를 기업개요(창업자, 특징, 주요 제품, 연간 매출, 종업원 수, 주요 경쟁사, 최고 경영진, 본사, 창업연도, 홈페이지 주소)와 약사로 간결히 정리한 책. 본격적인 연구서라기보다는 워낙 이름은 알려졌지만 아,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더라? 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참조서로 쓸만하다.

<번역본과 출판사에 대한 유감>책의 원제는 '50 Companies That Changed the World'이고 33개가 아니라 50개 회사에 대한 소개이다. 빠진 회사는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 모리스, 유명완구업체인 토이잘러스, 미식축구연맹(NFL), MGM, 식품회사인 하인즈 등이 있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17개의 회사는 빼고 33개만 남았을까? 그보다 진짜 문제는(거의 지적 사기극에 가깝다고 본다) 이런 사실이 책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임의로 책을 편집, 번역했을 때는 편역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게 책 만드는 사람의 도리라고 본다. 출판사의 양식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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