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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1
이와모토 나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의 작가인 이와모토 나오의 작품이다.
3권으로 완결이라고 하는데, 번역본은 아직 2권까지밖에 안나왔다.
작가는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와 같이 진행하다가 재작년 가을에 무리해서 병원신세를 졌단다. 잘나가는 만화가란 직업도 참 피말리는 직업인가 보다.
이 책은 동경에서 대학을 갓 나온 청년이 다시 고향 시골 마을로 돌아가 면사무소에 취직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젋은 청년의 연애사정을 잘 버무리면서 주인공 청년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처럼, 이 작품에도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그런데, 그 평범함이 참 좋은 거다. 주인공 청년이 '왜 동경의 대학을 졸업해놓고 고향에 돌아왔냐, 아직 젊은 때에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은 너 밖에 없다'란 질문을 받고, '좁은 길에서 자동차 2대가 마주쳤을 때 한대가 자연스레 기다려주는 곳, 지나가는 고교생들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은 동경에 없으니까'라고 말한다.
완전 공감! 대학원 동기가 '과소화가 진행되는 일본 시골 마을'을 테마로 논문을 써서 필드스터디(를 빙자한 여행)에 몇번 쫓아갔었다. 지도교수님은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일촌일품 운동' '마을축제나 테마마크 유치를 통한 마을 일으키기' 등에 냉소적인 분이셨지만, 그런 교수님에 굴하지 않던 동기였다. (되돌아보니 그때 우린 젊었다) 그래서 동기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산골이나 섬마을에 가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기도 했고, 이 책의 주인공이 일할 거 같은 면사무소에 가서 마을을 살리기 위한 지역공무원들 얘기를 듣기도 하고 자료를 받아오기도 했다. 일본 주택이 토끼장 수준이라는 건 대도시나 그렇지, 그 시골 마을에는 거실 하나가 우리집만한(!) 커다란 기와집이 여러채 있었다. 겨울에는 무척이나 썰렁했고, 가족들은 옛날옛적에 소를 키우던 헛간을 현대식으로 개조해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지만 말이다. 동경은 인구밀도가 세계 수위를 다투다지만, 그 마을들은 마을길을 걸어도 걸어도 사람 하나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무척 친절하고 이런 저런 얘기(사투리와 노인들 말투라 다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를 많이 해주려고 애썼고, 이것저것(상품이 안되는 귤 한박스, 감자 한봉지, 과자 몇개라도) 들려보내려고 했다. 역시 살기는 불편하구나 생각하면서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그런 느낌이 어쩐지 좋았다.
그런 마을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이 책을 읽다보니, 청년이 면사무소에서 겪는 일상이 무척 생생한거다. 그리고 처음에는 좀 무기력해보였던 청년이 어느새 마을을 살리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장하기도 하고. 아직 1권에서는 청년의 연애사정이 묘한 3각관계에 빠져서 표현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상태이긴 하고, 청년이 마을에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내세운 계획도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2권도 3권도 충분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