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아 2013-09-08
BRINY님! 주말 잘 보내고 있나요? 저는 몇 달 만에 다시 엘리자베스 ost를 웅얼거리고 있어요. 엇그제 시디장에 꽂은 시디를 다시 꺼내야겠습니다.ㅎㅎㅎ 전 어제가 막공인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막공인 걸 알고는 더 감동스러웠어요. 김소현 엘리는 공주님답게 아주 우아하고 예뻤어요. 옥주현과는 일단 키차이가 크더군요. 하하핫.ㅎㅎㅎ 제가 예전에 보았던 김소현 공연보다는 연기가 좋아졌어요. 그런데 평소보다도 더 성악스럽게 불렀다고 할까요? 후기를 보니 가사가 잘 안 들렸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그게 아마 제가 발성이 너무 성악스럽다고 여기는 부분과 통하는 것 같아요. 커튼콜 나오자마자 울먹였는데 막공이라서 어쩌면 감정이 격했을 수도 있겠어요. 지방 공연 아직 남아 있는데도 그러네요.^^
전동석 토드가 무척 궁금했어요. 작년에는 전동석이 루돌프였거든요. 루돌프가 일약 토드로 올라갔으니 대박 승진이죠. 전동석은 일단 키가 크고 인물이 좋습니다.하하핫!!! 루돌프가 어린애로 보이더라니까요. 그런데 전동석은 목소리가 아주 우량우량해요. 혼자 마이크 두개 쓴 느낌? 굉장히 힘도 들어가 있구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죽음'이 아니라 아주 인간적으로 보였습니다. 무척 육감적(?)인 토드였어요. 저는 좀 더 초월적인 느낌과 신비감을 주었던 박효신 토드가 좋았어요. 송창의는 별로 안 궁금하고, 김준수는 표를 구하기 어렵고, 그래서 다시 한번 보라면 저는 박효신을 고를 것 같습니다. ㅎㅎㅎ
어제는 앙상블의 군무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밀크 파동 때 단체로 춤추는 게 딱딱 들어맞고요. 워낙 합이 좋기도 하지만 음악과 춤과 호흡이 모두 절정을 이루었달까요. 주목받는 건 늘 주역이지만, 이분들의 공을 놓칠 수가 없네요. 스무명이 떼로 나와서 딱딱 맞춰 춤추니까 아주 멋졌어요.
토드가 내내 검은 옷 입고 나오다가 마지막에 엘리자벳 죽을 때 흰 옷을 입고 나오잖아요. 마치 신부를 맞이하러 온 새신랑같은 모습으로. 그게 또 아주 멋졌어요.
은케니는 아주아주 날아다녔답니다. 2부 시작할 때 관객석 뒤에서 출발하는데, 팬들이 미리 알아보고 흘끔흘끔 쳐다보니까 쉿! 하면서 엉거주춤 춤도 잠시 췄구요~ 정신병동 씬에서 관객 이마에 입맞춤도... 꺄아~
커튼 콜 때 마지막에 엘리자벳이 아주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나오잖아요. 그거 밟지 않으려고 폴짝 뛰어오르는데, 은케니다운 순발력이었어요. 은케니도 어제 두시가 막공이었는데 컨디션 짱이었어요.
또 뭐가 있더라... 아, 전에 제가 김소현 얘기하면서 자신의 고음에 너무 집착한단 얘길 한적이 있었죠. 어제도 그랬어요. 난 자유를 원해. 자유~~~~~ 하면서 마지막에 질러주는 '유' 부분을, 원래 음보다 3음 정도 높이더라구요. 아주아주 고음인데, 그보다 더 올린 거죠. 근데 그게 별로 안 예뻤어요. 원음 정도의 화음이 딱 적당했는데 욕심을 부린 거죠. 예전에 열린 음악회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너무 높은 음으로 시작해서 상대 가수와 화음이 안 맞아서 듣는 내내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쏘엘리는 욕심쟁이에요.^^
B열로 저보다 한줄 앞좌석에 어떤 엄마가 초등 저학년 아이와 함께 왔더라구요. 세상에, 그 비싼 좌석을...;;;;; 초대권이 아니라면 좀 사는 집인가보다... 막 이런 생각 했더랍니다. 뮤지컬은 정말 환상적인 공연인데 너무 고가라는 게 늘 흠이에요.ㅜ.ㅜ BRINY님이 야심차게 예매한 공연의 단물을 제가 마시고 와서 미안해요. 고맙고요. ^^;;;;
추석 때 서울 오시죠. 22일에 이승환 공연 같이 안 보실래요? JTN콘서트인데 잠실에서 하는 공연이에요. 대략 90분 정도 예상하구요. 7시 시작인데 혹시 생각 없으십니까? 으하하핫, 저 좋아하는 이승환 공연을..ㅎㅎㅎㅎ 일요일이라 저녁 공연이 곤란하시다면 다른 전시회를 노려보구요. 혹여라도 생각 있다면 알려주세용. ^^
엘리자벳은 이렇게 훌륭한데 루돌프는 왜 망했을까.. 갑자기 이런 궁금증이 떠오르네요. 하긴 모차르트도 범작이었고요. 엘리자벳이 자고로 갑이네요. 올해 본 레베카와 함께요. 아, 이젠 노트르담 드 파리만 남았습니다. 하필 그날 이모 칠순잔치인 겁니다. 엄마한테 약속 있다고 미리 말해놨지만, 영 거시기하네요. 하하핫..;;;;;
아침 저녁 추운데 점심 볕은 여전히 이렇게 뜨겁네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가와요. 일교차 큰데 감기 늘 조심하시고요. 우린 조만간 만나서 맛난 것 먹도록 해요.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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