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관장님 시부상이 있었다. 원래 지병이 있으셨고 7월부터 예견한지라 호상이라고들 한다. 토요일 서울 갔다가 밤 늦게 청주에 내려온지라 어제 들렀다. 늦게 온 미안한 마음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지만 별로 할일이 없다. 여성들이 가장 있기에 애매한 곳은 바로 장례식장일듯. 직원이라고는 하지만 오래 머물러 있기도 그렇고, 바로 오자니 예의가 아닌듯 하고, 그렇다고 서빙을 하자니 부담스러울 듯 하고..... 3시간 정도 앉아있는데 도내 60여명의 사서 대부분이 토요일에 들렀다고 하더니 아는 얼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친구이자 동료 사서가 동행을 해주어 부담이 덜했다. 그나마 있는 남자 직원들은 저녁 늦게나 와서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오늘 아침. 직원 5명의 소규모도서관이다 보니 전직원 동원이라고 해야 4명. 장지까지 가는 것이 예의일듯 하여 나를 제외한 남자직원들은 어제 밤을 새우고 오늘 아침 장지까지 따라가기로 했다. 도서관 문 여는 시간은 오전 8시. 결국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 준비를 하고 7시 40분쯤 도착을 했다. 늘 기능직 직원 2명이 아무 말 없이 교대로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를 하니 새삼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많이 피곤할텐데.......
시골길이라 새벽에 오다 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저수지 낚시터에서 올라오는 물안개가 신비롭기도 하다. 이슬 먹은 플라타너스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떨구는 물방울이 싱그럽다.
도서관은 내가 지킬테니 걱정말고 다녀오라고 큰소리 치면서 왔지만 자료실 컴퓨터 비밀번호도 모르고, 불 켜는 곳도 몰라 당황하면서 전화 두어번 오고 가기도 했지만, 나이 들면서 마음이 너그러워지는것, 남에 대한 배려가 늘어나는 것. 어른이 되어 가긴 가나보다. 몸은 좀 피곤하고, 눈이 감기기도 하지만 마음은 참 편하다.
조금 있다가 직원들 오면 오늘 하루는 그냥 푹 쉬게 해주어야 겠다. 자료실에서 책 보며 랄라 룰루 해야지! 근데 아침도 먹지 못하고 와서 배 고프다. 흑......
여우꼬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