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할머니 제사가 있었다. 신혼초에는 조퇴 내고 미리 가서 준비를 했지만 요즘은 퇴근 시간이 지나고야 도착을 한다. 물론 서울사는 형님이 안내려오기에 나도 꾀를 부린다. 시엄니 생각하면 맘이 아프다. 갈수록 친척들도 오지 않고 시엄니랑, 시아부지, 울 가족만 조촐하게 지내니 편하기도 하면서, 쓸쓸하다.
퇴근후 갔더니 어머니가 전이랑 고사리등등 웬만한건 다해 놓으셨다. 내가 할일은 밤까기, 상 차리기. 어머니의 말씀. " 기석이(조카)가 내일 시험이라 큰애 못 내려온단다" "뭐 바쁘시겠죠..."
조금 있다가 전 냄새를 맡아서 인지 화장실로 직행했다. 구토와 설* 병행이다. 배도 넘 아프고. 결국 제사도 못 지내고,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향했다. 옥장판 뜨겁게 켜놓고 잠이 들었다. 잠시후 신랑의 목소리 "엄마 아프니까 우리끼리 제사 지내러 가자" 하면서 조심조심 움직인다. 요즘 이쁜 짓만 한다. 술도 줄였지, 담배도 끊었지, 애들이랑 잘 놀아주지....ㅋㅋ
결혼한지 10년 만에 제사 불참은 처음이다. 에고 제사 지내기 싫어하는 꾀병인 줄 알겠다. 밤새도록 화장실 들락날락 하면서 힘든 밤을 보냈다.
아침. 전화벨이 울린다. "에미야 좀 괜찮니? 대체 뭘 잘못 먹은거냐. 조심해야지. 아침에 한의원 꼭 들려서 가라. 출근하지 말고 쉬면 좋으련만......" 살짝 눈물이 났다. 제사 음식 준비하느라 힘드셨을텐데 싫은 내색 하지 않으시고 며느리를 위하는 마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다는 말. 시엄니를 통해서 배운다. 어쩜 이리도 말씀을 예쁘게 하시는지...천상 여자시다.
'엄니 죄송해요. 넘 힘드셨죠? 병 나시면 어떡해요....." .
직원이 점심때 죽 먹으러 나가자고 한다. 에고 고맙고도 미안하네..... 자기 아플때는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고마우이. 이래저래 감사할 일이 많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