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잠깐 친정에 다녀왔다. 청주에서 차로 40분 정도 소요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자주 가지는 못하고 한달에 한번 정도 가는 편인데 다음주에 중국으로 여행을 가시는 지라 용돈이라도 조금 드리고 싶은 마음에 언니랑 다녀왔다.
부모님은 그동안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를 평생 모시고 사시느라 장거리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셨다. 가장 멀리간 여행은 제주도. 물론 지금도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고, 7살, 초등학교 1학년짜리 조카를 데리고 있지만 어찌어찌 시간이 가능하게 되셨다. 계속 미루다 보면 평생 외국은 나가보지도 못하겠다는 생각도 드신것이 중요한 이유.
그러니 자식된 도리로 가만히 있을수 없지..... 하지만 월급날은 안 돌아왔고, 통장잔고는 텅텅 비어있고 잔머리를 굴렸다. " 어차피 곗돈 모아서 가시는 지라 여행경비는 충당되셨고 용돈만 있으면 되겠지. 빵빵한 오빠가 몇십만원 챙겨드릴테고, 언니도 기십만원 준다고 하니 난 십만원이면 되겠다" 결국 약소하게 십만원만 드리려고 봉투를 준비해 갔다.
그런데 형부가 엄마 여행경비로 쓰라고 몰래 백만원을 드렸단다. 헉 이럴수가..... (울 서방님은 아무 생각이 없다. 하긴 시부모님은 워낙 해외 나들이를 자주 하셨으니 새로울것도 없나? 내 맘은 그게 아닌데......) 민망한 마음에 빈말로 "엄마 티셔츠는 있어? 커플티라도 입고 가야 하는거 아냐? " 내가 사줄까?"했다. 돈도 없으면서 그냥 예의상 말씀드린건데....
우리의 오마니 "그래 변변한 티가 없다".... 결국 커플티는 아니고 엄마 티셔츠, 아부지 남방 사드렸다. 기십만원 썼다. 어흑. 이럴줄 알았으면 초반에 기분좋게 사드릴껄. 난 왜이리도 부모님한테 인색한건지......
낭군님 제발 돈 좀 많이 벌어 오이소. 형부는 왜 이다지도 스케일이 커진다냐? 아 심난한 밤이다.
* 인생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다. 우리가 한창 잘나갈때는 용돈에 옷에 바리바리 사다 드렸는데(그땐 언니네가 힘 들었다) 지금은 언니네가 그렇게 해드리고 있다. ㅠㅠ
글구 빵빵한 오빠네 덕분에 눈만 높아진 시골 노인네들 다 늙으셔서 웬 메이커는 나보다 더 잘 아시는지....
이 와중에도 이번 달 카드값 걱정에 한숨이 나온다. 바람돌이님 서재 댕겨와서 심하게 반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