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언니. 어릴적엔 언니랑 많이도 싸웠다. 방학중에 놀러간 시골 친척집에서 둘 밖에 없을때 머리카락을 붙잡고  마치 소 싸움하듯 그렇게 싸운적도 있었다. 내가 대학다닐때 언니는 직장인이 되어 용돈도 타쓰고, 예쁜 옷도 얻어 입었다. 언니가 결혼을 하고 난뒤 2년정도 언니네 집에서 직장생활을 한적도 있었다. 그렇게 언니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나를 돌봐주고 함께 성장해갔다.

이 책은 화자인 나와 폐경을 심하게 앓고 있는 언니 이렇게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나>는 시어머니의 초상을 치르고, 딸아이 연주를 미국으로 떠나보낸뒤 다른 여자가 있는 남편에게서 '이혼하자' 하는 말을 여느 일상의 말투처럼 듣고, 이혼을 위한 별거에 들어갔다. 딸아이와 시댁에는 비밀로 접어둔채. 

<언니>는 신랑을 비행기 사고로 떠나 보내고, 퇴직금, 사망위로금, 보험금등 해서 20억정도를 손에 쥐었으나 조카의 허영과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거의 뻬앗기고 <내>가 집을 살때 조금 보태주고, 세간살이 장만할때 보태주는 정도를 해 주었다. 혼자가 된 두 자매는 하루중 일부분의 시간을 함께 쇼핑하고, 식사하고, 동생네 집에서 보낸다. 물론 남편 직장 직원과 관계를 맺게된 <나>는 가끔 핑계를 대며 언니를 따돌리기도 한다.   

김훈작가의 팬인지라 이 책을 보자마자  집어들긴 했지만 내심 궁금했었다. 남성적인 작가의 필체가 어떻게 여성의 섬세한 부분을 묘사했을까? 더군다나 여성의 민감한 부분은 또 어떻게 다루었을까? 역시 <칼의 노래>에서도 느꼈지만, 김포에서 한강하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언니>의 섬세한 시선, 생리혈로 몸둘바를 몰라하는 언니를 위해 뒤치닥거리를 하는 <동생>은 부드러움으로 나타냈다.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고급스러움은 작가의 카리스마와 어우러져 읽는 맛을 더해주었다. 

인생을 관조하는 50대 두자매는 두 명이면서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나를 느끼게 되고 때로는 슬픔이 때로는 위안이 되었다. 50페이지의 단편소설이지만 웬지 쓸쓸할것 같은 50대를 생각하게 되고, 함께 하거나 혹은 다른 길을 갈수도 있을지 모르는  남편에 대해, 떠나 보낼 자식에 대해,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대해,  자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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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1-2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스토리에 무조건 흥미가 생겨요. 그런데 남자 작가가 어떻게 이런 심리를 잘 그려낼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잠시후 계속해주세요^ ^

초록콩 2006-01-2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흥미진진^^잠시후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세실 2006-01-2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에고 그러게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잘 써지지가 않네요.
연두빛나무님. 에고....맥이 끊겨서 그런지 엉망이 되었습니다. ㅠㅠ

하늘바람 2006-01-2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이 책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참 바보 갗은 고민을 했네요

세실 2006-01-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전 <언니의 폐경>만 읽었어요. 나머지는 보장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