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 도서관북페스티벌도 대한민국평생학습박람회도 끝이 났다. 그럼 난 12월까지 결재 사인만 하면 되는건가?  
좋다! 너어무 좋다. (일복 많은 사람이니 살짝 불안하기는 하다)

 

어제 우리도서관과 청주여자교도소간 독서교육프로그램 지원, 자료 지원등의 업무 협약을 맺으러 다녀왔다. 직원이 '교도소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죄를 짓거나 관계자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여러분은 운이 좋으십니다' 한다. 영화 '하모니'의 배경이 되기도한  교도소는 생각보다 쾌적하다. 운동장 담벼락에는 따뜻한 느낌의 벽화가 그려져있고, 올망졸망한 화분들이 나란히 서 있다. 5명씩 생활하는 방은 규모는 작지만 화장실도 분리되어 있고, 개인 사물함도 있어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노숙자들 추위에 떨지 말고 감옥에서 생활(?)하는것도 좋을듯.

 

수감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바리스타, 화훼, 요리, 미용등 다양한 자격증 과정이 있고, 모든 수감자들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리폼, 양복 재단, 한지공예상자 만들기등의 작업을 의무적으로 하며 수익금은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니 직업학교의 느낌도 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참 알차게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나왔다는 말에 반갑게 웃어주는 수감자들의 해맑은 표정을 보며 잠시 숙연해지기도......

이렇게 순박해보이는 그들 다수는 살인, 사기죄로 들어왔고 살인이 40%나 된다고 하니 순간 오싹해졌다!

평생 감옥에 가지 않는 것도 감사할 일이라는걸 새삼 느꼈다.

 

2.

 

  도교육청에 함께 근무했던 지인이 시조집을 냈다. 딱딱한 시조의 형식을 깬 언뜻 시 같기도 하면서 절제미가 흐른다.

  자연 풍경, 아이들, 교사생활, 유년시절, 고전 해석등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드넓은 시간과 공간에 펼친 관찰력과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한 이승하 교수의 평이 와 닿는다.

 눈부신 가을날, 은행나무길 벤치에 앉아 낭송하면 좋을 책.

 

 

 

 

동백꽃

 

겨우내 물질하던 어린 누이 손등이랄까?

얼음 박혀 터진 틈새 내비치는 붉은 속살

못본 척, 눈가 훔칠 때

뜨건 눈물이

 

가을 속내

 

무른 속내 비칠까

기척도 없더니만

 

뽀얀 솜털 자위 뜨고

뚝, 떨군 덕석밤

 

명치끝

치받던 그리움

그렇게 아람 번다.

 

교무수첩1

- 스승의 날

 

밟혀 줄 그림자조차

찢겨긴 지 이미 오래

 

주홍글씨처럼 카네이션

매달려 있던 하루

 

아홉 시

저녁 뉴스엔 또

어떤 죄목으로 단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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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0-2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조도 이런 식의 줄쓰기로 하니까 새롭네요. 눈으로 보니 잘 모르겠는데 읽어보니 역시 시조의 리듬이 살아있어요. 새로운 발견입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쓰신 세번째 시, 에효, 한숨이 나옵니다. 왜 이렇게 되어가는지.
큰 프로젝트 두가지 다 성공적으로 끝내신 것 , 축하드립니다.

세실 2013-10-23 22:53   좋아요 0 | URL
그쵸? 역시 시는 낭송을 해야 제 맛입니다. 전직 국어교사로, 이제는 장학사로 열심히 생활하면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시네요. 참 비참한 현실이죠. 주홍글씨처럼 카네이션 매단 하루라는 표현에 먹먹해집니다. 얼마나 슬프시면......
오늘도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답니다. 달콤한 휴식같은 요즘^^ ㅎ

oren 2013-10-2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께서 '업무차' 교도소를 다녀오셨군요. 교도소는 담장 근처까지만 가더라도 벌써 기분이 좀 달라지던데, 교도소 내부는 물론 죄수들까지도 만나고 오셨다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겠다 싶어요. 물론 책이나 영화에서는 '교도소'가 참 친숙한 곳인데 말이지요.
* * *
감옥은 밖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불쾌하다. 나는 너무나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에, 내가 서인도의 한구석에 가는 것을 누가 금지한다는 말만 들어도 어느 점에선 살아가기가 전보다 불쾌해질 것이다.(몽테뉴)

세실 2013-10-24 09:07   좋아요 0 | URL
처음엔 가기 싫어 "저는 안가고 싶어요. 왜 저까지 가야 하나요." 라고 투덜거리기도 했답니다.
요즘 투덜투덜.... 투덜이 ㅎㅎ
걱정과 달리 쾌적한 분위기와 화기애애한 수감자들 모습에 잠시 직업학교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수감자들과 악수를 해야하나도 생각했으니까요.
이러다 재수감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노숙자들은 타이트한 분위기를 싫어할수도 있겠어요^^

순오기 2013-10-24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조는 줄바꿈에 따라 느낌도 달라요~
동백꽃, 종장 한 글자씩 줄바꿈은 느낌을 확 살려주네요.
출판사 '고요아침'은 시조보급에 앞장서는 교수님이 운영하죠.
대표는 사모님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

2013-10-24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10-24 09:22   좋아요 0 | URL
그쵸? 시, 시조에서 줄바꿈은 참 중요해요. 느낌 아니까~~~~~
그렇구나. 이분의 시조를 읽으며 새삼 시조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2013-10-24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양물감 2013-10-2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한템포 쉬어가시나요^^
저는 미혼모시설에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중입니다. 밖에서 보는 그들과 안에서 직대면하는 그들은 정말 다르더라구요.
어쨌든 책은, 어느 누구하고라도 이야기와 생각꺼리를 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실 2013-10-29 09:08   좋아요 0 | URL
와 좋은일 하시네요. 미혼모들은 마음의 상처를 더 많이 받았겠죠. 나이도 어릴텐데.......안타까워요.
그들이 책을 통해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멋진 미래를 만들어가길 잠시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