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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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저작에 앞선 몇 해 동안, 그리고 이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톨스토이는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철학에 매달렸다. "철학적 문제가 올 봄 나를 사로잡고 있습니다"라고 1873년 그는 스트라호프에게 말하고 있다. 가장 톨스토이의 주의를 끈 것은 플라톤, 칸트, 쇼펜하우어, 데카르트, 스피노자의 저작이었다. "칸트에서 그는 기본적인 윤리 문제의 제기를 특히 높이 평가했다. 톨스토이는 "철학이란 개인적인 의미에 있어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의에 대한 문제에서 가장 훌륭하고  실제적인 대답을 주는 지식이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톨스토이의 이러한 관점은 레빈의 성격과 <안나 카레니나>의 전반적 구상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p.3권 467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추천한 책.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기에 불혹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내게 꼭 필요한 책이라 메모 해 놓고는 요즘 읽고 있다.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안나 카레니나. 첫 장을 넘기니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는 유명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불행한 가정의 이유는 천차만별로 다양하다는 뜻으로 해석되겠지.

'난 당신하고라면 온 세계를 두루 여행하고 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거 같아요. 세상엔 얘기를 나누든 가만히 있든 같이만 있으면 마음이 즐거워지는 사랑스러운 부인들이 있는데, 당신이 그런 분 가운데 한분이예요

 

안나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한 브론스키 모친의 말처럼 아름답고 품위 있는, 무엇하나 부러울것 없는 사교계의 여왕 안나에게 찾아온 치명적인 사랑 브론스키. 안나와 브론스키는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에게 빠져들고, 불꽃처럼 위태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면 과거의 남자는 추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걸까? 능력있고 듬직했던 남편은 갑자기 귀가 못생긴, 바라보면 짜증나는 그런 사람으로 바뀌어간다. 모스크바로 떠난 안나와 브론스키는 나름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불완전한 사랑으로 늘 불안해하는 안나의 눈에는 브론스키의 사랑마저 믿지 못한다. 기차역에서의 설레이던 첫 만남은 기차에 몸을 던진 안나의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도 끝이 난다. 사랑을 대하는 여자와 남자의 관점의 차이가 그들의 사랑을 파국으로 치닫게 한 것은 아닐까? 여자에게 사랑은 전부인 반면에 남자의 사랑은 일, 사교와 비중이 비슷한 것일수도. 한편으로 안나의 사랑은 집착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음이 온순하며 따뜻한, 귀여운 여인 키티에게는 사랑하는 남자 브론스키가 있다. '준마는 낙인으로 알고 사랑을 하는 젊은이는 그 눈동자로 알 수 있도다.' 처럼 키티는 그 남자를 생각하면 귓볼이 빨개지고, 가슴이 설레이며 눈동자는 그 남자만 바라보고 있다.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 레빈이 싫지는 않지만, 브론스키에 대한 사랑으로 레빈의 청혼을 거절한다.

브론스키와 당연히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키티는 안나를 따라간 브론스키에 대한 충격으로 병을 앓게 된다.

브론스키에게 키티는 어떤 의미였을까? 부친의 말처럼 그저 키티를 유희의 대상으로 생각한 것일까?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라는 안나의 현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브론스키는 안나와 새로운 삶을 살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 결국 키티는 레빈과 결혼하고, 시골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키티와 브론스키가 만났더라면 과연 행복했을까? 키티가 레빈과 처음에 만나 결혼했다면 과연 시골에 살았을까?

유달리 겸손한 인간으로 여겨지고 싶다거나 겸손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라 완전히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스스로를 낮추는 리보프의 태도에 그는 언제나처럼 감동하였다. p.259

키티의 언니 나탈리와 결혼한 리보프를 보는 레빈의 생각이다. 레빈은 이 소설에서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 톨스토이의 사상을 가장 잘 반영한 레빈은 지주임에도 농부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짓고, 새로운 농업기술을 도입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묘사된다. 무신앙에 대한 갈등도 하면서 힘든 순간에 종교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아닌 러시아의 농노 해방과, 러시아 혁명을 다룬 사회 소설이기도 하다. 세권을 읽는 동안 지식인들의 정치 이야기가 거의 반을 차지하는지라 긴 호흡으로 읽어야 했지만, 읽고 나니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해진다. 당분간 기차역을 보면 안나의 충동적인 죽음이 떠올라 먹먹해 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한 먹빛이 되겠지. 한번 뿐인 삶 충동에 이끌리기 보다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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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1-2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거로 읽었는데 제가 읽기에는 책의 비중이 처음에는 안나에게 있다가 점점 레빈에게 가고 있는 것 같드라구요. 레빈 이야기를 읽을 때 아주 좋았구요. 암튼 가끔 기차를 타면서 안나를 생각했어요. 그럴때마다 얼마나 슬프던지,,,더구나 안나가 죽는 걸 모샤하는 톨스토이의 글은 더,,,암튼,,,,저도 읽었다는 티 내고 갑니당,,ㅋㅋ

세실 2013-01-27 10:03   좋아요 0 | URL
나비언니 반가워요~~~ 그쵸? 2권에는 레빈의 일상이 자세히 나오네요. 지극히(?) 도덕적인 톨스토이가 분신으로 생각했던 레빈 ㅎㅎ
여자는 사랑앞에 참 무모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남자는 가정을 지키려고 하지만, 여자는 가정을 버린다는...
그나저나 프레이야님 담주에 여행 가시고 우린 언제 만나야 하는겨 대체. 담주 화욜이면 규환이도 돌아오는데......에구 보고싶어라!!

프레이야 2013-01-2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동 거로 읽었어요. 이월에 키이라 나이들리가 안나로 분한 영화가 온다니 기대중이랍니다. 즐거운 일욜 보내세요.^^

세실 2013-01-27 10:05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영화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되면 아마 도서관 책도 남아나지 않을거예요~~~
요즘 레미제라블 책 인기거든요.
님 짐은 다 꾸리셨어요? 아 나도 따라가고 싶어라~~~
잘 다녀오세요^^

프레이야 2013-01-27 15:52   좋아요 0 | URL
짐은 아직도 안 꾸렸어요. 뭐든 닥치는 대로 벼락치기ㅎㅎ
구정 지나고 나비님이랑 다들 시간 맞춰볼까요? 우리^^

세실 2013-01-28 09:31   좋아요 0 | URL
콜!
프레이야님 여행 잘 다녀오시고,
설 지나고 만나요.
나비님 놀아요~~~~
우리가 부산으로 가야겠어요.
곧 해운대 동백꽃도 피겠죠? 제주도는 피었더라구요.

수퍼남매맘 2013-01-2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읽어서 생각이 거의 안 나네요. 영화가 나온다니 반갑네요.

세실 2013-01-27 11:52   좋아요 0 | URL
그쵸? 예전에, 특히 결혼 전에 읽은 기억이라 가물가물....
님도 영화 개봉하기 전에 읽어보시면 좋을듯. 술술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