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처럼 뜨거웠던 봄날, 오늘!

우리도서관에서 독서탐방으로 도산서원과 이육사 문학관을 찾았다.

후배가 "여기 어때요?" 하면서 내민 이육사 문학축전 행사에 문태준 시인이 온다기에 "좋다! 여기로 결정해" 한마디 했을뿐인데, 난 지난주 답사에 이어 오늘도 안동을 따라가게 되었다.  
차라리 학원을 가겠다는 보림, 규환의 매몰찬 거절로 가족이 함께 하는 탐방임에도 쓸쓸히 혼자 따라간 것이다.
물론 직원은 혼자 가는 것이 보편적인 것이겠지만......

나의 나들이를 반기는 것일까? 바람 한 점, 구름 한 점 없는 햇살이 참 좋다. 아니 덥다!!
도산서원 가는길엔 낙동강 물줄기 따라 연두빛으로 이어진 산책길이 고즈넉하다.
이황 선생의 얼이 곳곳에 묻어나는 도산서원에는 빠알간 모란이 꽃망울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유난히 좋아했다는 매화는 분홍빛이 참으로 곱다. 
70여회나 벼슬을 사양하고, 후진양성에만 매진했던 그는 행복했겠지?

 

 

 

 

 

 

 

 

 

 

도산서원을 지나 도착한 이육사 문학관.
대부분의 문학관은 생가나, 잘 정리된 정원을 지나는 안 쪽에 놓여 있는데 이곳은 큰 길가에 덩그라니 건물이 보인다.

문학관 규모도 작고, 볼거리도 적다. 문학관만 찾아가기에는 2% 부족함?

다행히 오늘은 이육사문학축전 행사의 하나로 문태준 시 낭독회가 있었다.
자신은 시골 출신이며 어릴때부터 자두 따고, 과수원 일 하고 추풍령으로 과일도 팔러 갔단다.
그는 농촌 출신임을 당당히 밝힌다. 덕분에 시골에 살았던 경험들이 자신의 시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고.....
소설가 김연수와 중,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며, 김훈작가를 포함한 셋이서 가끔 술 마시는 사이라고. (나도 끼워주지)

 

먼 곳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 움쿰, 한 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시에 대한 그의 설명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이라도 이별의 순간은 먼 거리가 생겨난다는 것.

사랑하던 사람이 "이제 헤어지자"고 할때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고,
이별의 말을 호흡한다고.....

이별할때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힌다고....

적어도 아름다운 이별이겠지?


사람의 감정을 충분히 사용하고, "사랑이 없는 이보다, 사랑의 고통이 낫다"고 말하네

 

 


이육사문학관 낭독회에는 여름엔 유홍준 시인, 가을엔 김경주 시인, 겨울엔 전경린 소설가가 온다.
겨울에 한번 더 오고 싶지만 청주에서 왕복 6시간이 소요되는 먼 거리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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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4-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재미... 를 만났군요. ㅎㅎ
유홍준 시인 안 읽어 보셨으면 읽어 보세요~ 사람을 쬐다~던가 참 좋던데...
그러고 나면 여름에도 가고 싶을걸요~ ㅋ

김연수랑 가재미랑... 김천 촌놈이라 같이 어울린대요.

세실 2012-04-29 11:21   좋아요 0 | URL
실은 가재미 시를 어떻게 쓰셨냐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잠깐 졸은거 티날까봐 여쭤보지 못했다는 ㅋ 대신 알려주실래요? 암으로 죽어가는 환자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주위분을 겪은건지 궁금하다는.....

글샘 2012-04-29 22:27   좋아요 0 | URL
어머니처럼 시인을 길러주신 큰어머니 이야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재미처럼 납작 엎드린 목숨은... 삶의 가장 낮은 표현이고,
시인 역시 가장 낮은 자세로... 목숨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한 거라고 볼 수 있겠죠.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 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 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동병상련... 가족의 병듦에 대한 아픔을...
병이란 같이 뿜어주는 한심한 것으로나 나눌수 있음을 쓴 시겠죠.

세실 2012-04-29 23:45   좋아요 0 | URL
아 글샘님의 시 해설 좋아요. 왜이리 똑똑하신거야. ㅎ 가재미 시 전문도 땡큐^*^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세상을 이젠 볼수 없음을 안다.' 수년전 제 멘토였던 선배 마지막 병문안 갔을때가 오버랩됩니다....... 만나본 문태준 시인 참 멋진 사람이네요. 저보다 두살이나 어린데 말이죠.

이진 2012-04-2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육사 문학관은 한번도 가보질 못했어요.
신설되진 않았을텐데, 도산서원은 많이 가봤는데요. 흠.
전경린 소설가가 온다니, 아니 김경주 시인마저도 온다니 엄마를 구슬려봐야겠습니다.. 후후

세실 2012-04-29 11:22   좋아요 0 | URL
도산서원에서 4킬로 근방에 있어요. 지나는길에 들르심 좋을듯^*^ 유홍준 시인도 좋다네요. 글샘님이요. ㅎ

파란놀 2012-04-29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야기 들은
좋은 하루 누리셨군요~

세실 2012-04-29 11:2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하루가 꽉찬 느낌이랄까? 날씨도, 스케줄도 좋았어요^*^

프레이야 2012-04-2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산서원과 이육사문학관 가본 지 어느덧 여러해가 되었네요.
다시 가보고 싶어요. 도산서원 걸어들어가는 길도 생각나요.
김경주시인 오는 가을에 한 번 가볼까나요.^^

세실 2012-04-29 23:49   좋아요 0 | URL
이육사 문학관 다녀오셨구나~~
낙동강 줄기를 따라 걸어가는 고즈넉한 길 참 운치있어요. 맘에 들어요. 도산서원 입구의 두그루 왕버들나무도(?) 멋지네요. 개인적으로 가기엔 넘 멀어요 ㅠ

순오기 2012-05-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리상 경상도 쪽은 많이 가보질 못했어요.
도산서원도 언젠가 한번은 가봐야겠죠, 그때 이육사 문학관도~~
글샘님 시해설도 좋고요~~~~~

세실 2012-05-10 09:23   좋아요 0 | URL
오기언냐 도산서원 가보면 반하실껄요~~~ 낙동강 따라 가는 길 참 좋더라~
글샘님은 가끔 이렇게 행복을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