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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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40분, 원하는 시간에 정확히 울려진 나의 알람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준 나의 몸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 몸을 수영장까지 데려다준 평범한 나의 차와
그 차의 창으로 잠깐 느낀 신선한 아침 공기는 나의 보물입니다.
뛰어들 때마다 저절로 "아, 좋다" 말하게 만드는 수영장의 찬물과
그 물을 헤칠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물살은 나의 보물입니다.
출근길 차 안에서 들은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나의 보물이고
그 목소리의 선율을 만들었던 베르디라는 사람은 나의 보물입니다.
구름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살, 장마로 약간 불어난 중랑천의 물길, 
삭막한 시멘트 벽면을 부드럽게 덮어가는 담쟁이 넝굴의 부지런함,
그 담쟁이덩굴에서 볼 수 있는 총천연색 연두색의 향연,
천변에 아무렇게나 핀 노란 들꽃, 그 들꽃을 살짝살짝 흔드는 바람,
그 바람을 헤치는 자전거의 풍경, 그 위를 나는 이름 모를 새의 날개짓,
물새들이 가끔 보여주는 이륙과 착륙의 경이적인 몸짓,
거기에 간지러운듯 반응하는 개천 물의 흰 포말....
출근길에 만나는 이 모든 풍경은 나의 보물이고, 천천히 달리며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 나의 보물이고, 천천히 달리며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 교통 정체는 나의 보물입니다.
그 녹차와 함께 업무 모드로 바뀌는 나의 머리와
오늘 처리해야 할 열한 가지 일들은 모두 나의 보물입니다.
늘 그 자리에서 별문제 없이 내 명령을 기다리는 내 노트북과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보물 1448호 백자 사진의 단아함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리고 이 원고를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이렇게 원고를 쓰고 있는 이 순간은 나의 보물입니다.
오늘 아침은 나의 보물입니다. 나의 일상은 나의 보물입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인 박웅현의 광고와 삶 이야기를 인터뷰어 강창래가 쓴 책이다. 우연히 보게된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 박웅현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생활의 진심, 진심이 짓는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하는 유명한 광고를 만든 15초의 광고 예술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광고인이다. 

그는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3년 가까이 지진아, 왕따 취급을 받으며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고 한다. 동양철학에 심취하고 영어사전을 외우며 밀란 쿤데라, 카뮈, 알랭드 보통의 책, 서양미술사, 토지를 읽고 인문학적 창의성을 키운 그는 <TV 책을 말하다>에 나오는 등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난 사람이기도 하다.
 
박웅현은 좋은 광고인이 되기 위한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임을 강조하였는데 삶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점, 따뜻하고 올바른 시선이 그의 광고에 스며있다. 여백의 미가 아름다운, 노골적이지 않아서 좋은 그의 광고. 메모광이면서 독서광인 그의 샘솟는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은 메모와 독서에서 나온다.  "광고는 시대를 읽지 않으면 살아 남을수 없다, 스펙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 박웅현, 그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고 닮고 싶은 롤 모델이다.

 창의력을 기르려면 뭘 해야 하나요?
"누구나 그것을 물어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한 사람에게 오늘 뭐 하기로 했는지 되묻습니다. 영화 보기로 했다고 하면, 영화를 잘 보면 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집에 가서 미드를 본다고 합니다. 그러면 미드 잘 보라고 합니다. 홍대 앞 클럽데이에 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가서 잘 놀라고 합니다. 이게 제 답입니다. 사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무엇을 하는 건 없습니다.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하면 됩니다." 
인문학적인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은? 책을 잘 읽는 수밖에 없죠.

바람은 모든 것을 악기로 바꾸어 놓는다.
나뭇가지가 노래를 하고, 바위가 화음을 넣고, 나뭇잎이 박수를 친다.
바람은 바깥 풍경을 한 편의 교향곡으로 바꿔놓는다

비는 풍경을 깨운다. 비가 내리는 순간
모든 것이 살아난다. 색깔과 냄새가 서로
당신의 주의를 끌기 위해 다투고
들리는 소리는 오직 하늘이 땅을 두드리는 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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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6-13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모광이라...성공했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영화를 보기로 했다면 영화를 잘 보고, 미드를 보기로 했다면 미드를 열심히 보고, 무엇을 하든 하기로 한 것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 크~ 그거였군요. 저도 오늘 하기로 되어 있는 일들을 집중해서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실 2011-06-13 21:32   좋아요 0 | URL
메모 참 중요해요. 알라딘은 저에게 훌륭한 메모장. ㅎㅎ 가끔 쓴 글 읽어보면 새로워요.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그래서 열심히 적어놓는 답니다. 왜 농담처럼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하잖아요. 집중한다는 의미,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한것...다 통하는 말인거요.

섬사이 2011-06-13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하면 됩니다...
참 어렵고도 좋은 말이네요.
뜬금없이 사람들 머리 위로 두 개의 안테나가 솟고, 서로 텔레파시를 주고 받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어요.
뭘 하든 '잘'하시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세실 2011-06-13 21:34   좋아요 0 | URL
그쵸. 지금 하고 있는일에 충실할것. 괜히 다른 생각하기 없기. 평범하지만 기억해야 겠습니다.
요즘은 반만 발을 담그고 있는거 같거든요.
호호호. 두개의 안테나, 텔레파시 ㅋ 재미있는걸요. 님도 창의력이 뛰어나세용^*^
오늘 뭐 했더라?
일하면서 알라딘 기웃, 페이스북 기웃 거리느라 소득이 없었어용.

양철나무꾼 2011-06-1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인가...손석희의 시선집중 '토요일에 만난 사람'에 강창래 님이 나왔었어요.
쿨하고 총기있다는 느낌보다는 겸손하고 어눌하다는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바람은 모든 것을 악기로 바꾸어 놓는다.
나뭇가지가 노래를 하고, 바위가 화음을 넣고, 나뭇잎이 박수를 친다...저 구절 좋은 걸요.
오늘 하루 읊고 다녀야 겠어요, 감사~^^

세실 2011-06-13 21:36   좋아요 0 | URL
아 손석희도 아직 하는군요. 챙겨봐야 겠습니다. 요즘 최고의 사랑, 신기생뎐에 푹 빠져 삽니다. 딱 2개만 봐요. ㅎ
아 강창래도 나왔군요. 전 박웅현만 봤어요.

그래서 저도 읊조렸답니다. 외우고 싶은 구절이예요.

양철나무꾼 2011-06-14 11:58   좋아요 0 | URL
아마...박웅현일거예요,제가 잘못 적었어요.

손석희의 백분토론은 진행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꿔어서 하고 있는데 잘 안보게 되고요.
제가 말씀드린 시선집중은 라디오 프로그램이어요~^^

세실 2011-06-14 22:17   좋아요 0 | URL
거의 광고계의 일인자인듯. 탄탄한 독서력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더라구요. 독서의 힘에 대해 자꾸 PR을 하면 좋겠어요^*^ 라디오도 들으시는구나. ㅎㅎ

2011-06-13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