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지쳐 있었고, 항상 배고파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엔 웃음이 없었다. 눈물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사랑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고, 서로를 향한 동정도 없었으며, 대화를 나눌 기력도 없었다. ‘회색인간’ p.10
도서관에 근무하면 작가를 만날 기회가 많다. 올해 우리 기관은 청소년 및 교직원 대상 ‘두드림 문화아카데미’ 를 운영하면서 강원국, 강정모, 남궁인, 조윤범, 이주은 등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강사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출판사나 포털 사이트, SNS 검색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직접 전화하거나 메일을 보냈다.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 거절하는 답장을 받았을 때의 상실감도 여러 번 경험했다. 어쩌다 성공하면 나도 모르게 “야호!” 소리가 나왔다. (작가분들은 이런 고충을 아실까?)
지금은 팀장님이 섭외하고, 나는 초대하고 싶은 작가의 이름만 알려준다. 좀 유명한 분은 1회 강연에 3백만원! 이라네.
최근에는 도서 ‘회색인간’, ‘초단편 소설 쓰기’ 의 저자 김동식 작가 강연회를 열었는데, 중·고등학생의 반응이 뜨거웠다.
평범한 외모, 겸손함, 순수 청년 같은 작가는 강연이 시작되자 흡입력과 열정이 대단했다. 강단 있는 말투, 절제된 제스처, 세 가지는 꼭 알려주고 싶은 강조점은 마치 강의 스킬을 배운 듯하다. 작가가 되기 위한 세 가지는 ‘운, 꾸준함(끈기), 좋은 태도’ 를 말한다. 특히 좋은 태도는 처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을 때 “맞춤법이 엉망이예요, 내용이 이상해요, 주제가 모호해요” 등 다양한 피드백이 쏟아졌는데 겸손하게 수용하는 자세였단다.
김동식 작가는 1985년생인데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공장에 취업했다. 10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벽을 바라보며 다양한 상상을 했다. 홈페이지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 글을 즐겨 읽으며 지루한 일상을 견디었다. 문득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 는 생각에 창작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고 책으로 출판되었다.
책을 출판하고 사회에서 별 반응이 없었을 때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소식을 알렸더니, 책을 구입했다는 릴레이 글이 참으로 많았단다. 덕분에 ‘회색인간’ 은 56쇄를 찍었다. ‘회색인간’ 은 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재로 활용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읽었다. 24개의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라 책 읽기 싫어하는 중학생도 금방 빠져들 재미있는 책이다.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허무맹랑하며 괴기스럽고 현실성은 제로다.
단편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를 읽다 허무한 결말에 웃음이 나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봉지를 바닥에 버렸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까? 단편마다 상상하지 못할 반전 결말이라 수업 시간 토론 주제로 활용해도 충분하겠다.
강연회가 끝나고 작가와 직원 몇 명이랑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간장에 찍어 먹는 삼겹살 구이. 지역 맛집이긴 하지만 작가는 엄지를 치켜 세우며 맛있음을 강조했다. 작가와 삼겹살은 처음이었지만 우린 잘 어울렸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다음에 만나면 더 반가울 듯. 도서관에서 김동식 작가 강연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