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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등한 적이 있다
송민주 지음 / 비룡소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면서 웬지 정이 갔다. 달리기?,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추측 해보는 재미도 컸다. 여기서 말한 일등은 달리기, 공부가 아닌 민주라는 '난자'가 달리기에서 일등하여 태어났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지만 전혀 구김살 없는 민주의 2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일기 모음집이다.
민주의 일기에는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엄마와 티격태격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주말에 만나는 동생과 아빠와의 생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민주는 선생님인 엄마와 김천에서 살고 아빠와 동생 민서, 할머니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 주말과 방학때만 만날수 있는 가족이다. 그래서 인지 가족에 대해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낄수 있다.
특히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 해와 바람이 손을 잡고 빙빙 돌리고 있는 날씨' 봄의 방에 들어온 것 같은 날씨' '쬐금 덥고 산이 초록색 두꺼운 이불을 덮은 날씨'등 때로는 시 같고, 때로는 아이다운 상상력이 읽는 내내 즐거웠다. 글 한켠에 직접 그린 그림도 수준급이다. 연필로 쓱싹쓱싹 그린 스케치가 예사롭지 않다. 엄마의 마음주머니를 재미있게 표현한 '사람들마다 마음주머니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엄마의 마음주머니는 좀 못되었으니까 기와집 지붕처럼 꼬부라진 마음 주머니, 아빠는 부드럽고 손자국 난 도자기처럼 울룩불룩하고 구름강물 같다'.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사춘기 소녀이기도 한 민주, 인기있는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엿보면서 현재 같은 학년인 딸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본다. 책을 좋아하는 민주가 '나는 책이 목숨처럼 생각된다. 책을 읽을 때에는 서예를 할때처럼 숨도 안쉬고 읽는다. 겉만 본다고 다 재미없는게 아니라 속의 것을 읽어보면 다 알수 있다. 재미없다고 중간에서 치워버리면 내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계속 뱅뱅돈다'는 깊이있는 독서력에 감탄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웃다가, 꼬끝이 찡해 지기도 했다. 동생 민서를 생각하는 애틋함도 예쁘고, 아빠를 그리워하면서도 씩씩하게 생활하는 민서가 참으로 기특하다. 일기를 쓰면서 몸도 마음도 성장해 간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부담없이 읽을수 있으면서 초등4학년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