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 - 1996년 제2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윤대녕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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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숨어있는 책"에서 발견했다.

헌책방에는 유독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 흔하다. 좋게 생각하면 유구한(?) 역사 때문이겠지만 나쁘게 말한다면 많은 수의 독자들이 한 번 읽고 팔아치운다는 뜻도 될 것 같은데... 나 역시 습관처럼 매년 구입하고, 헌책방에서 발건하면 또 습관처럼 집어들고 오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일 게다. 이상문학상 정도 받았으면 일단 재미는 둘째치고라도 작품성은 있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랄까. 그러니까요,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 주세요, 라고 심사위원들한테 비타오백이라도 돌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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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간 - 1996년 제2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윤대녕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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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에야 사람이 만나지는 건 아닙디다. 인연이란 게 뭐 따로 있나요."

<천지간 - 윤대녕>-34쪽

하늘은 커다란 천막인데 북두칠성을 못삼아 걸려 있네.
별은 독수리, 사슴, 곰의 모양을 하고 하늘 여행을 하네.

<천지간 - 윤대녕>-36-37쪽

나는 새로운 남자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내 배역이 생기는 것 같아.

<나비, 봄을 만나다 - 차현숙>-315쪽

나이가 든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난 아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렇지만 아이는 예전에 만난 나이 든 사람의 얼굴을 쉽사리 기억한다. 그녀의 경험에 의하면 그건 늘 그렇다. 사람의 얼굴은 어느 때가 지나면서부터 변하지 않고 슬프게도 고정되어 버리므로, 얼굴이 고정되면서 늙어가기 시작하므로.

<전쟁들:그늘 속 여인의 목 선 - 최윤>-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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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첩 - 포켓북 한국소설 베스트
한수산 지음 / 일송포켓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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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구해 온 한수산의 책. 가을남자의 전형인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습이 꽤나 그럴싸하다. 확실히 요즘 스타일의 표지는 아니다. 내용을 말하자면... 부초만큼은 아니다. 역시 한수산 하면 부초. 부초는 한수산의 걸작일뿐 아니라 대한민국 문학 중 최고 걸작이다!

책 표지를 들추면 어떤 이가 어떤 이에게 선사했을 문구 하나가 써 있다. 이런 게 바로 헌책만이 가지는 묘미. 책뿐 아니라 모르는 이의 추억까지 헐값에 사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89.1.18  비가 오다. 강변을 따라 걷다. 후."

누군가는 그 겨울, 무척이나 센치했었나 보다. 마지막의 '후'는 그의 이름 중 한글자일까, 아니면 찬 입김을 내뿜는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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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오브 타일랜드] 서평단 알림
아이콘 오브 타일랜드 - 요술왕자가 콕 찍어주는 태국의 매력 포인트 66
안민기 지음 / 북센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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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입니다] 서평단 리뷰 기한이 9월 10일까지였는데 어이쿠야, 수첩에 적어두기만 하고 까맣게 모른 채 흘러가버렸다. 하지만 소중한 책 한 권 얻어낸 판에 입 싹 씻을 순 없는 노릇. 늦은 감이 엄청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나의 첫 해외여행지도 태국이었다. 값싸고 가깝고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다기에 쉽게 결정해버린 곳 (그 중에서도 싸다는 게 제일 큰 이유). 하지만 첫 해외여행이니 자유여행은 힘들거야 라는 생각에 또 생각없이 패키지 상품을 신청해놓고, 정말 가벼운 가방 하나만 메고 아무 정보 없이 출발했던 곳이기도... 남이 이끄는 대로 차 타고 내리고, 주는 대로 먹고, 사라는 거 산 여행이라 기억나는 건 그다지 없었다. 시장바닥에서 맘에 드는 노천식당에 들어가 내 돈 내고 국수라도 한 번 사먹었다면 여행이라는 게 실감났었을 텐데 말이다. 어찌된 일인지 태국에 가서 비빔밥이랑 동그랑땡 먹었던 기억만 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거 많고 볼 거 많고 먹을 거 많고, 또 "싸다"는 이유(이번에도 역시 이게 제일 큰 이유)로 또 한 번 가고 싶던 나라, 태국. 이번엔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나 혼자 내 발로 태국을 꾹꾹 밟으며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올 무렵, 이 책을 만난 거다. 그래, 여행은 이런 거지, 란 생각이 각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뭉글뭉글 솟아난다. 나도 태국 시내버스 안에서 하얀 교복을 입은 정숙한 여대생을 만나보고 싶고, 또 그 여대생이 '야돔'을 콧구멍에 끼고 있는 모습을 몰래 찰칵해보고 싶기도 하고 (야돔은 후덥지근한 태국에서 코 안을 일시적으로 화~ 하게 해주는 박하향 흡입약이라고 한다. 치료효과는 없지만 답답함을 없애주는 데는 최고라고!), 느끼한 홍합전이랑 구운 몽키바나나도 먹어보고 싶고, 벌레튀김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이 모든 '위시 리스트'가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다.

페이지 어느 곳을 펼쳐도 태국이 느껴진다.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100배 즐기기' 류의 책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또 하나, 책의 재질이 약간 재생지 비슷하고 무게감이 꽤 없는데, 왠지 친환경적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하지만 책값은 비싸네). 요즘 나오는 책들은 호화 양장판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전철에서 읽을 때 팔이 아플 때도 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재질 때문에 사진의 질이 선명하지 않은 건 아쉽다. 모름지기 여행 책이란, 글자보다는 사진에 먼저 혹하는 법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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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첩 - 포켓북 한국소설 베스트
한수산 지음 / 일송포켓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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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라고 쓴 팻말을 붙이고 과자와 라면과 소주를 늘어놓고 그 위에 얹힌 먼지까지를 함께 파는 작은 상점들이었다.-20쪽

내 가슴속에선 드넓은 천 하나가 소리를 내며 찢어지고 있었다.-27쪽

짙푸르게 깊고 고기가 튀던 강물도 훗날 커서 찾아가 보면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널 수 있는 작은 개울인 것처럼, 아이들의 눈은 물건을 이상하게 일그러뜨려 놓는 요술거울이 되어서 사물의 형태를 어느 한 부분만 과장해서 기억한다.-57쪽

길 위에서 나는 종일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이제는 아무도 길을 걷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무슨 심오한 명제처럼 가슴에서 뒤적이며 길이란 것의 아름다움과 뜻깊음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이 머물곤 했다.-178쪽

"아, 퍽석퍽석 타는 담배를 보고 있자면 그게 내 가슴 타는 거 같지 않니."-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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