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라고 쓴 팻말을 붙이고 과자와 라면과 소주를 늘어놓고 그 위에 얹힌 먼지까지를 함께 파는 작은 상점들이었다.-20쪽
내 가슴속에선 드넓은 천 하나가 소리를 내며 찢어지고 있었다.-27쪽
짙푸르게 깊고 고기가 튀던 강물도 훗날 커서 찾아가 보면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널 수 있는 작은 개울인 것처럼, 아이들의 눈은 물건을 이상하게 일그러뜨려 놓는 요술거울이 되어서 사물의 형태를 어느 한 부분만 과장해서 기억한다.-57쪽
길 위에서 나는 종일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이제는 아무도 길을 걷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무슨 심오한 명제처럼 가슴에서 뒤적이며 길이란 것의 아름다움과 뜻깊음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이 머물곤 했다.-178쪽
"아, 퍽석퍽석 타는 담배를 보고 있자면 그게 내 가슴 타는 거 같지 않니."-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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